국내 상장기업 주가순자산비율, 신흥국 대비 58% 수준

2022-09-15 11:14:41 게재

국내 상장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 그쳤으며 신흥국에 비해서도 크게 주가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들이 심각하게 저평가됐다는 의미로 2000년에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가 처음 제기된 후 20년이 지났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15일 금융위원회가 한국거래소·자본시장연구원과 함께 개최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책세미나'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온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내 상장기업의 PBR은 선진국의 52%, 신흥국의 58%, 아시아태평양 국가의 69%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45개국 3만2428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2005년부터 2021년까지 분석한 결과다.

선진국에서는 미국(4165개) 일본(3369개) 홍콩(1787개) 등, 신흥국에서는 중국(4173개) 인도(1801개) 등이 포함됐으며 비교대상은 한국 기업 2335개다. PBR은 주가를 1주당 순자산(자산에서 부채 제외)으로 나눈 것으로, PBR이 낮으면 기업의 자산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다.

실제 한국 기업의 시가총액은 기업들이 가진 순자산 가치를 합친 것보다 적다. 대만은 물론이고, 베트남이나 남아공 같은 신흥국보다 한국 증시가 저평가됐기 때문이다.

김 위원이 분석한 한국 기업의 저평가 주요 요인으로는 주주환원율43% 등 낮은 배당성향, 낮은 수익성과 성장성(36%), 기업지배구조(소액주주보호) 취약성(14%) 등으로 나타났다. 김 위원은 "회계투명성 부족과 낮은 기관투자자 비중도 가치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주제로 국내 기업의 저평가를 확인한 선행연구들은 많았지만 원인에 대한 분석은 명확히 이뤄지지 않았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주가수준뿐 아니라 최근과 같은 국내외 거시경제·금융상황 변경 등 충격요인이 발생했을 때 우리 주식시장 변동성이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도 계속 제기돼 온 문제"라며 "결과적으로 우리 자본시장의 체질이 아직 튼튼하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위원장은 "선진국에는 없는 규제, 최근의 기술변화를 수용할 수 없는 경직적인 규제 등을 발굴해 풀어갈 것"이라며 자본시장에 대한 광범위한 규제개혁을 예고했다. 금융위는 올해 연말까지 3차례 더 후속 세미나를 열고 자본시장에 대한 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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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김영숙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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