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독일 공공도서관
"이용자와 사회 현안에 대한 기술적 해결책 모색"
구부러진 강의 곡선 닮은 역동적 건물·친환경 특성 갖춰 … '열린 세상 바라보는 민첩하고 유연한 조직' 지향
인터뷰 - 크리스 비바우(Krist Biebauw) 벨기에 드크룩도서관장
8월 24일 방문한 벨기에 겐트(Gent)시의 공공도서관인 드크룩도서관(Bibliotheek De Krook)은 한눈에 보기에도 독특하고 세련된 외관을 지녔다. 겐트시 중심을 따라 흐르는 스켈트(Scheldt)강 바로 옆에 위치했는데 건물 역시 마치 강의 구부러짐을 보여주는 것처럼 각 층마다 약간씩 다른 방향과 모습으로 놓여 전체적으로 자유롭고 역동적으로 보였다. '크룩'(Krook)이라는 이름도 강의 구부러짐에서 따왔다.
드크룩도서관은 2017년에 건립됐으며 겐트시가 직접 운영하고 있다. 건축 당시 6500만유로(약 920억원)를 투자할 정도로 시와 시민들의 관심이 높았다. 벨기에 건축전문회사와 유명 스페인 건축회사가 함께 설계했으며 건축 분야 상을 여러 차례 수상했다. 내부도 전체적으로 쾌적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으로 조성됐다. 특히 지하에 친환경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다른 건물과 에너지를 순환하는 등 환경을 고려해 설계됐다.
무엇보다도 시민들에게 접근성이 높은 곳에 위치해 누구라도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그래서인지 이날 평일 오전임에도 상당수의 시민들이 도서관을 방문해 책을 읽고 필요한 작업을 하는 모습이었다. 창밖으로 내다볼 수 있는 경치도 아름다웠다. 또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온라인에 서평을 올리고 이를 서가의 모니터를 통해 보여주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드크룩도서관이 겐트시의 '랜드마크'이자 시민들끼리의 '연결점' '문화적 촉매'로 '도서관 이상의 존재'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날 크리스 비바우(Krist Biebauw) 드크룩도서관 관장을 만나 드크룩도서관의 현황 및 목표와 함께 벨기에 도서관 정책에 대해 들었다.
■드크룩도서관은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
드크룩도서관은 플랑드르(벨기에의 네덜란드어 사용 지역) 지역에서 가장 방대한 공공 장서를 보유한 도서관이다. 겐트시 내 14개의 분관을 두고 있으며 중앙도서관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해마다 어린이, 청소년과 성인들을 위한 수천개의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는 체험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드크룩도서관은 기술에 초점을 맞춰 시민들이 기술 개발을 더 잘 이해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왔다.
그 노력의 하나로 대학과 IMEC(나노전자공학 및 디지털 기술에 관한 플랑드르연구센터)와 함께 각종 사회 현안에 대한 기술적 해결책을 찾는 데 시민들을 참여시키는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또 다른 관계기관과 협력해 디지털화, 법률문제 등에 대해 개별 지원을 하는 것은 물론 교사들에게도 필요한 지원을 하고 있다.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는 인력이 충분해야 할 법하다. 인력이 얼마나 되며 이들에 대한 교육은 어떻게 이뤄지나. 또 도서관장은 문헌정보학 학위가 있나.
14개의 분관을 포함해 약 84명이 정규직으로 근무 중이다. 당초 99명이 정규직이었으나 예산 삭감으로 다소 줄었다. 아르바이트 인력 100여명이 있으며 인력이 부족할 때를 대비해 대기하는 직원 30여명이 있다.
직원들은 특정 교육 과정을 수강할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또 특정 분야 직원들은 화재 안전 등 필수 의무 교육을 받아야 한다. 도서관장은 문헌정보학 학위는 없지만 현장 업무 경력이 상당하다.
■도서관의 핵심은 장서다. 자료구입비는 도서관 전체 예산 중 비중이 얼마나 되며 5년 이내 발간된 도서 비율은 얼마나 되나. 또 대출률은 유지되고 있나.
전체 예산 중 인건비 및 인프라 관리 예산을 제외하고 48.4%를 자료구입비로 사용한다. (인건비, 인프라 관리 예산을 포함하면 6.5%) 최근 5년 이내 발간된 도서 비율은 고문헌까지 포함한 전체 장서 중 6.7%다. 전자자료의 경우, 자료구입비 예산의 7.5%를 활용한다.
벨기에의 인구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으며 겐트시의 경우 수십년 동안 인구가 크게 증가했다. 전반적으로 대출이 소폭 증가했으며 특히, 어린이 청소년 책에 대한 대출이 증가했다. 다만 이용자가 증가한 만큼 자료 대출이 증가한 것은 아니다. 설문조사 결과, SNS 이용 증대가 독서 시간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도서관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려면 중앙 정부와 지역의 지원이 필수다. 벨기에의 경우, 중앙 정부 차원에서 도서관에 대한 평가 및 관리 감독을 진행하는가.
5~6년 전까지 중앙 정부 차원의 도서관 등록제가 있었는데 이를 폐지하면서 중앙 정부 차원의 평가 체계를 함께 폐지했다. 이후 중앙 정부의 관리 감독은 하지 않고 있다. 과거 중앙 정부 차원의 평가를 할 때는 여러 도서관들의 통계를 통해 각 현황을 비교할 수 있었는데 폐지된 이후에는 다른 시에 위치한 도서관들과 비교가 어려워서 아쉬움이 있다.
당시 제출했던 지표는 △대출권수 △대출자 수 △컴퓨터 사용량 △운영시간 △분관 수 △이용자 수 △프로그램 운영횟수 △직원 수 △도서자료 장르별 구매량 △예산이다.
다만 겐트시 차원에서 도서관 등록 업무를 하고 있으며 겐트시 내 도서관들에 대한 통계를 수집, 분기별 보고서 등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겐트시 내 도서관들은 하나의 연결망을 형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덧붙여 겐트시 차원에서 선거와 맞물려 6년마다 주요 전략 계획을 수립하는데 도서관 계획도 이에 포함된다.
아울러 드크룩도서관은 자체적으로 대출률, 프로그램 참가율 등에 대해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를 하고 있다. 특히, 독서 문화 증진을 중시하며 이민자와 어린이들의 독서 능력 향상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중점을 둔다.
■드크룩도서관의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드크룩도서관의 임무는 시민들이 오늘날의 세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드크룩도서관은 우선, 열린 세상을 바라보는 민첩하고 유연한 조직을 만들고자 한다. 또 모든 선택의 중심에 이용자를 두고 변화하는 이용자들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며 이용자를 발굴하고 새로운 이용자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
다음으로 드크룩도서관은 디지털 문해력을 포함해 다양한 형태의 문해력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시민들이 독서의 즐거움을 추구하고 깊이 있는 읽기 능력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특히 드크룩도서관은 학교와 읽기 및 언어 개발 정책 관련해 긴밀하게 협조해왔다.
내일신문 한국도서관협회 공동기획
[관련기사]
▶ [독일 쾰른시립도서관] "새로운 기술 접하며 지속 가능성과 환경에 대해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