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건설노동자 2700여명 포스코 본사 점거파문

2015-03-19 10:27:00 게재

노조, "포스코가 사실상 사용자" … 2008년 '시공참여자제도' 폐지 계기

2006년 7월 참여정부 노동쟁의 사상 최대인 58명 무더기 구속을 불러온 건설노동자 포스코 본사 점거사태는 건설업의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원인이 됐다.

심규범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산업연구실장은 "건설노동자의 포스코 본사 점거는 건설현장의 불법 다단계 하도급 실태를 알리는 사건이었다"며 "불법하도급에 악용된 '시공참여자제도'를 사회적 이슈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건설노조원 포스코 본사 건물 진입 포항지역 건설노조원 2700여명이 2006년 7월 13일 오후 포스코본사 건물에 진입해 1.2층을 점거한 채 농성을 9일간 벌였다. 연합뉴스


◆국내넘어 세계적 이슈로 부각 = 포스코 본사를 점거한 노조원들은 포스코에서 발주받은 원청 포스코건설로부터 하청을 받은 전문건설업체에 소속돼 포스코 제철 시설 등의 보수와 유지를 담당해 왔다.

포항지역 건설노조는 사측 격인 전문건설협회를 상대로 같은 해 4월부터 15차례에 걸쳐 임금과 단체협상을 벌였다. 노조는 △재하도급 금지 △외국인 노동자 고용금지 △주 5일 근무제에 따른 토요일 유급휴가 보장 △하루 8시간 근무제 △임금 15%인상 등을 요구했으나 사측과 교섭은 난항을 겪고 있었다.

이에 노조는 6월 30일 파업에 들어갔다. 포항건설노조원 2700여명은 "포스코가 사실상 사용자"라며 "포스코가 직접 단체교섭에 임하라"고 2006년 7월 13일 포스코 본사를 점거했다. 점거는 21일까지 9일 동안 이어졌다.

7월 1일부터 노조는 사측인 전문건설업체들은 모두 포스코의 하청업체로 자신들의 노동조건을 포스코가 좌우하기 때문에 "포스코가 사실상 사용자"이고, 포스코가 직접 사태해결에 나서라는 것이다. 13일 노조원들은 포스코측이 비 노조원을 트럭에 태워 공사현장에 투입하는 것을 막는 과정에서 본사 점거가 시작됐다.

이런 사실이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됐다.

심 실장은 "노조원들의 '시공참여자제도' 폐지 주장은 포스코가 세계적 기업이다 보니 국내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슈가 됐다"며 "국민들에게 건설노동자의 처우가 하청업체가 아니라 발주자, 원청업체가 결정한다는 것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시공참여자제도로 불법 하청 만연 = 시공참여자제도는 삼풍백화점, 성수대교가 무너진 뒤 1998년 시공에 참여하는 건설기능인인 팀·반장을 실명화함으로써 책임성과 투명성을 확보해 부실시공을 막고 이들의 처우도 개선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실제는 전문건설업체에서 합법적으로 하도급 관계를 허용하는 것으로 악용됐다.

건설현장은 발주자, 원도급자, 하도급자, 노동자로 구성돼 있다. 건설산업기본법에는 전문건설업체인 하도급자는 재하도급을 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시공참여자(건설업 면허가 없는 개인, 건설기계대여업자, 건설기술자 등)에게만 도급을 줄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만들었다.

이러한 예외조항은 시공참여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3차, 4차 등등 계속 재하도급으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더욱이 하도급자가 바로 시공참여자에게만 하도급을 주는 것으로 서류를 허위로 꾸미는 등 불법 다단계 하도급에 악용됐다. 게다가 하도급자는 시공참여약정서를 만들어 산재사고, 사회보험신고, 고용관리까지 시공참여자에게 떠 넘겼다.

◆노동부장관 포항 찾아 개선 약속 = 이것은 고스란히 건설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로 이어졌다.

당시 포항지역 건설노조에 따르면 포스코 현장 하도급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180만원선으로 동일직종의 여수나 울산, 광양지역 노동자 임금에 비해 30%이상 낮은 수준이었다.

실제 2004년 노동연구원의 '효율적인 노사관계 정립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포항지역 건설노동자의 임금은 다른 지역에 비해 30% 정도, 같은 현장의 정규직에 비해서는 64%가 낮았다.

포항지역 건설노동자의 임금이 낮은 이유는 다단계 하도급 때문이다. 포스코는 1998년 이후 월가절감을 내세워 설계가의 95%선에 건설공사를 발주하던 것을 73%선으로 낮췄다. 1차 발주를 받은 포스코건설 등 계열 건설사는 20% 정도를 관리비로 공제한 뒤 하도급업체를 대상으로 입찰을 실시했다.

하도급업체들은 공사수주를 위해 덤핑수주에 나서고 원가절감은 하도급노동자의 임금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

포스코 본사 점거농성이후 당시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며칠 후 포항을 찾아 "파업의 원인이었던 시공참여자제도의 문제점을 대폭 개선하고 근로자 임금대부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건설교통부도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시공참여자제도를 없애고 다단계로 노동자의 노임을 착복하는 행위를 방지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결국 시공참여자제도는 2007년 법 개정으로 2008년에 폐지됐다.

심 실장은 "포스코 본사 점거는 발주처나 원도급자가 직접적인 고용관계는 아니지만 책임이 있다는 문제제기가 본격화 됐다"며 "이후 발주자 책임 강화, 원도급자 연대책임, 하도급자 처벌 강화 등 제도가 뒤따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설현장은 아직도 불법 다단계 하도급은 계속되고 있다.

[관련기사]
-[기획취재│비정상 건설산업 (6) 엉터리 직접시공 의무제] '브로커' 전락한 건설사 … 정부, 반쪽짜리 법조차 '나몰라라'
-정규직 고집으로 '장인' 키운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한남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