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기계의 일자리 전쟁 | ①고용시장에 몰려온 '기술 쓰나미'

기술혁명, 일자리를 덮친다

2015-06-19 11:01:46 게재

단순-지적노동 모두 대체

"현재 직업 47% 사라질 것"

# 2013년 옥스포드대 마틴스쿨의 칼 베네딕트 프레이 교수와 마이클 오스본 교수는 자동화와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현 직업의 47%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자동화 가능성이 높은 직업군으로 텔레마케터, 전화교환원 등을 꼽았다. 먼 나라 이야기같지만 이미 이들의 전망은 현실화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업고 나타난 카카오택시 등의 '택시앱' 탓에 택시와 손님을 중간에서 연결해주던 콜업체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손가락 터치 몇 번으로 자동으로 위치까지 전송되는데다 콜비도 없는 택시앱 때문에 일종의 전화교환원인 콜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뺏길 위기에 처했다. 기술충격이 일자리를 없애는 현상이 바로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 정보통신업체인 한국통신(KT)의 직원수는 2000년 4만6095명에서 2014년 현재 2만3371명으로 2만2724명 줄었다. 1년에 1600명 이상씩 인력을 줄여온 것이다. KT측은 네트워크 고도화와 같은 기술의 발전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디지털혁명과 로봇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일터를 빼앗으리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단순노동에 속하는 콜센터 노동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무인자동차, 지능형 로봇, 인공지능, 3D프린팅 등의 기술진보는 단순한 육체노동뿐만 아니라 기존에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믿어왔던 지적인 수준의 일마저 대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기술 및 기술전략·정책 전문가그룹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제조업뿐만 아니라 복잡한 전문지식과 상호작용이 필요한 의료, 법률, 금융, 교육 등의 영역에서도 기술에 의한 고용 대체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전문가그룹이 보기에 의료·운수·교육·상담 등의 서비스 분야는 기술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업종이다.

세계로봇연맹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로봇밀도(제조업 노동자 1만명당 제조로봇의 수)는 437대로 세계 1위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한국을 2025년까지 로봇 도입에 따라 노동비용 절감효과가 가장 높은 국가로 꼽았다. 한국이 제조업 중심이다 보니 로봇발전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효과가 더 클 수 있다는 뜻이다.

신기술이 일자리를 파괴하는 일은 산업혁명기 영국의 러다이트 운동 등 역사적으로 항상 있어 왔던 일이지만 그것이 없앤 수많은 일자리가 보충되느냐가 문제다.

전문가들은 기술의 발전속도와 이로 인한 일자리 파괴효과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지만 일자리 창출속도는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한다.

이승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미래사회연구실장은 "당장은 경기침체나 금융위기 등이 실업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보일 수 있다"면서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기술발전 때문에 고용환경과 구조 자체가 바뀔 수밖에 없고 일자리시장의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인간과 기계의 일자리 전쟁 | ①고용시장에 몰려온 '기술 쓰나미'] 디지털·로봇기술 기하급수적 발전 … '일의 미래'가 불안하다
-기술혁명에 대기업부장이 치킨집 사장으로


["인간과 기계의 일자리 전쟁" 연재기사]
-[③ 기술, 양극화 부추길까] 중산층 일자리에 타격 … 능력 이하 일하는 '불만족 노동자'↑ 2015-06-24
-[② 논란 한복판에 선 디지털 혁명] 산업·고용지도 바꿔 … '축복인가 저주인가' 글로벌 논쟁중 2015-06-22
-[①고용시장에 몰려온 '기술 쓰나미'] 디지털·로봇기술 기하급수적 발전 … '일의 미래'가 불안하다 2015-06-19

김형선 · 고성수 기자 egoh@naeil.com
김형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