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조정거부가 능사 아니다

2016-02-22 11:00:16 게재

소송·고소 이어져

의료인 부담 되레 증가

의료인이 의료분쟁 조정을 거부하는 것이 능사일까? 아니다. 병원 측의 잘못으로 환자가 중상해를 입었다고 믿는 가족에 의해 민형사 소송과 고소가 이어지기도 한다. 의료인의 일시적 기피는 화를 더 키우는 결과를 낳는 셈이다.

의료분쟁조정제도는 의료사고에 대한 소송기간이 길고 비용이 커져 환자가족이나 의사 등 병원 측의 고충을 줄이기 위해 2012년 4월 시행됐다. 이로써 신속한 판정과 배상으로 환자가족이 의료인 서로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2014년 8월21일 신촌세브란스 앞에서 이 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받다 사망한 전예강 어린이의 부모와 환자단체 회원들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환자단체연합회 제공


그러나 아직 의료사고 피해자 절반이상이 이 제도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제도 시행 이후 2015년 12월 말까지 의료분쟁조정 건수는 신청 대비 43.2%에 불과했다. 조정에 참여한 2342건보다 조정 거부한 경우가 3077건으로 더 많았다. 의료분쟁조정이 자동으로 개시되지 않는 제도의 허점을 의료인 등 의료기관 측이 이용한 결과이다.

하지만 의료인으로부터 거부당한 일부 환자가족들은 오히려 '더' 강하게 분쟁을 이어간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거부당한 가족들이 분쟁을 포기하지 않고 병원 앞 시위나 민형사 소송 고소를 진행하기도 한다. 그 결과 의료인의 고충도 더욱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사례로, 현재 국회에서 진행 중인 자동개시법안 논의의 시작을 제공하기도 한 '전예강어린이' 가족의 활동을 보면 알 수 있다.

전예강 어린이는 2014년 1월 연세세브란스병원 응급실 내원했다가 사망했다. 전예강 가족은 "낮은 헤모글로빈, 저산소증으로 의식저하가 관찰되고 있는 아이에게, 산소투여를 하지 않았고, 뇌수막염 증상도 보이지 않는 아이에게 요추천자를 시행했다. 즉각적인 수혈이 지체되었으며, 불필요한 요추천자 시술로 아이의 산소소모량이 높아져 의식 소멸, 심장정기로 인해 사망했다"고 주장한다. 이런 이유로 같은 해 3월 의료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분쟁조정을 거부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멈추지 않았다. 전예강 어린이 가족은 6월 19일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더불어 병원 앞에서 "9살 예강이가 왜 죽었는지 진실을 알고 싶고 의료진의 사과를 받고 싶다"며 1인 시위를 했다.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제도 도입운동을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또 다른 사례로, 2012년 7월 조울증 등으로 H병원에 입원한 A 모씨가 약물 후유증이 생겨 이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뇌손상 등 신체적 이상이 발생한 사건이 있다. 정작 정신건강학 증상으로 입원했다가 '저나트륨증상'을 앓고 그 치료과정에서 부작용이 더욱 심해진 경우라 볼 수 있다. 저나트륨증은 몸안 나트륨 성분이 현저히 낮은 상태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염분이 함유된 링켈주사 투여를 통해 천천히 정상수치로 올려야 한다. 그런데 A씨 가족은 병원측에서 시간 당 0.5mEq/L, 48시간 안에 최고 18mEq/L을 넘지 말아야 하는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시간당 수치를 유지하려면 2~3시간마다 혈액검사를 진행해 확인했어야 하지만 이 또한 시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A씨 가족는 이후 백병원과 아산병원 등을 거치면서 의료사고 가능성을 확인하고, 2014년 6월 분쟁조정 신청을 했다. 하지만 H병원 측은 의료사고를 부인하면서조정 절차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A씨 가족은 7월 8월 의사 두 명에 대해 형사고소를 했다. 그 중 한명은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A씨 가족은 "처음에는 고소까지 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병원 측이 조정을 거부하면서 다양한 경로로 진료과정을 확인하다보니 의료사고가 분명함을 더욱 확신하게 돼 형사고소하게 됐다. 기소된 그 의사는 화를 더 키운 셈이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환자안전 우선하는 의료문화를 | ① 의료사고 예방강화 절실] 의료인 '부주의'가 사고 부른다
- [기고] 의료사고, 소송·고소 아닌 '조정'으로 해결하자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김규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