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안전 우선하는 의료문화를 | ① 의료사고 예방강화 절실
의료인 '부주의'가 사고 부른다
예방가능 사망환자 연 1만7000여명 추정 … "병원 이미지 추락 우려로 사고 덮어"
환자 안전을 중시하는 의료체계를 국가가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의료현장에서는 다양한 의료안전사고 발생이 여전히 빈발하고 있다. 한 연구결과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예방가능한 사망환자가 연간 1만7000 여명이 넘는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또한 의료피해를 막을 수 있는 경우도 절반이 넘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나아가 많은 연구에서 이런 의료사고 원인의 대부분이 의료인의 부주의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7월 29일부터 시행되는 환자안전법령에 의료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세부 규정을 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존스홉킨스 병원, 환자안전 최우선시 = 미국의학원은 '인류의 오류-환자안전체계 만들기' 보고서(1999년)에서 "하버드대 의학적 증례 연구 등 수년에 걸친 '환자 위해 사건'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매년 4만4000 여명에서 9만8000 여명의 환자가 의료오류로 사망한다"고 추정했다. 이로 인한 "예방 가능한 위해 사건으로 국가적 피해 규모는 170-290억달러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당시 미국 사회는 그 사망자의 숫자에 대한 소모적인 논란을 확대하기 보다는 미국 정부와 의료계는 환자안전을 위한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했다. 그 비슷한 시기 세계적인 의료기관인 존스홉킨스 병원에서 '탈수증으로 어느 화상환자 아이가 사망하는 의료사고'가 발생하는데, 그 후 병원도 환자안전을 병원 시스템의 중앙에 두고 환자안전을 최우선시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런 미국의학원 보고서에 따라, 이상일 울산대 의대 교수가 우리나라 한해 입원건수에 적용해 보니, 연간 의료안전사고 발생 환자는 2011년 입원환자 574만명 중 평균 9.2%인 52만 여명, 의료사고 발생환자의 7.4%인 3만9109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예방가능한 사망자는 43.5%인 1만7702명이었다.(2012년 병원의료정책 춘계 심포지엄 발표자료)
◆예방가능한 의료사고 54.8% = 예방가능한 의료사고가 절반이 넘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인하대 산학협력단체에 연구용역을 준 '예방적 관점에서의 의료분쟁 판례 분석 보고서(2013년)'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법원이 판결한 283건 가운데 예방 가능한 의료피해사건이 54.8%이었다.
특히 내과에서 발생한 의료사고 판결 58건 중 '조금만 더 노력하면 예방할 수 있는 사건'이 36.2%, '특별한 노력없이 당장 예방할 수 있는 사건'은 32.8%로 나타났다. 69%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건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어떻게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까. 보고서에서는 의료인력 관리와 의료체계 등이 잘 갖춰져 있었으면 의료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의료분쟁조정중쟁원이 2012년 4월부터 2014년 12월 새 접수된 건 중 의약품 피해 10건 중 7건은 '의료인의 주의의무 소홀'로 발생한 것으로 인정됐다. 주의의무 소홀 영역에는 진료, 처방, 조제, 투약,경과관찰, 설명의무 등 다양했다. '처방'에서는 과거 약물 부작용 미확인, 동일 효과 의약품 중복처방, 사전 검사 미비 등이었다. '조제'에서는 용량 착오, 같이 사용하면 부작용이 발생하는 의약품 미확인 등이었다. '투약'에서는 다른 환자에게 투약하거나 용량 착오 등이었다. '진료과정 전후'에서는 의약품 부작용 설명 미비, 부작용 발생할 때 신속대응 미흡, 기록 미기재 등이었다. 당연히 지켜야 할 대목을 빠뜨린 결과가 대부분이었다.
환자안전법 제정의 도화선이 된 '종현어린이 사건'도 잘못된 주사 행위의 대표적인 사례다. 2010년5월19일 9살 종현어린이가 쇄골 밑 정맥에 주사해야할 항암치료제 빈크리스틴을 척추뼈 사이로 주사되면서 사망했다.
◆의료사고 발생시 병원 측 공개 꺼려 66% = 다양한 경로로 의료사고가 발생함에도 병원 현장에서는 환자의 안전관리를 중요시하는 것보다 회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충북대 의대 연구팀이 안홍준 새누리당 의원실의 의뢰를 받아 2014년 11월 병원장 31명과 간호사 373명을 대상으로 환자안전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간호사 응답자 66%가 병원 측에서 안전사고 공개를 꺼린다고 밝혔다. 병원이 의료사고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병원 이미지 하락을 우려한 경우'가 91%로 가장 많았다. 많은 의료기관이 환자안전관리를 개선하기 보다는 은폐하기 급급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정헌재 존스홉킨스 대학 환자안전 분야 연구원은 '존스홉킨스 환자안전 전문가가 알려주는 병원사용설명서'에서 "의료가 전문화되다보니 병원 안에 치료 처방 단계에서 여러 명 담당자, 여러 진료과들을 거치게 되고 이로 인해 환자관리에 틈이 생긴다"며 "존스홉킨스 병원은 회의 때마다 환자안전을 먼저 다루고 다른 안건으로 넘어가는 등 환자안전체계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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