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안전 우선하는 의료문화를 | ② 약물 오류 방지

약은 커피가 아니다 … "투약원칙 지켜야"

2016-02-23 11:03:13 게재

알레르기 반응 미확인, 용량 착오, 다른 환자약 복용 등 주의소홀로 사고 잦아

약물은 커피처럼 졸릴 때 한번 먹고 마는 그런 가벼운 제품이 아니다. 잘못 투약되면 생명을 걸어야 할 경우도 흔히 발생한다. 처방할 때 환자의 알레르기 반응을 확인하지 않은 경우, 조제할 때 용량 착오가 있다든지, 투약할 때 다른 환자약을 복용하는 경우 등 의료인의 다양한 주의소홀과 환자의 투약원칙 무시가 어울려져 의료사고를 일으킨다.

2013년 12월 3일 서울시 한 병원에서 환자단체연합회와 행정안전부 공동으로 환자안전사고 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 환자단체연합


정헌재 존스홉킨스 대학 환자안전분야 연구원은 "우리가 부담 없이 먹는 감기약, 항생제에 의해서도 약물사고가 생길 수 있다. 기침 시럽약에 든 당분때문에 스스로 당뇨가 있는지 몰랐던 환자가 쇼크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를 잘못 먹으면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더욱 상승시킬 수 있다. 타이레놀 감기약에 든 아세타미노펜은 다른 약에도 흔히 있는데, 주의하지 않고 과다복용하면 간에 손상을 줄 수 있다"며 투약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했다.

2007년 발표된 미국의학원 '약물 오류 방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병원에서 예방할 수 있었던 약물사고가 입원환자 100명당 한건씩 발생했다. 이를 한해 입원환자 수에 적용하면 연간 40만건, 외래 환자까지 합치면 적어도 150만건의 약물 오류가 생긴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복지부는 약물오류방지를 위한 적절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 2013년 3월 한 남성(80)이 통풍치료제를 투여받은 후 피부에 발진이 생기고 벗겨지는 독성표피괴사융해증이 발생하고 결국 패혈성 쇼크로 사망한 사례가 있다. 이 환자는 2012년 10월 요통, 엉치통증 등으로 A병원에서 요추 양측 미세현미경감압술을 받고 11월 24일 퇴원했다.

이후 두 다리가 힘이 없고 살이 빠지고 보행장애가 나타나 B병원에서 마미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2013년 1월 29일 재활을 위해 C병원으로 옮겼다가 급성 통풍이 발생해 약물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2월6일 전신에 발진이 발생, 2월8일에는 몸 일부분에 피부가 벗겨지는 증상이 발생했다. 피부과적 집중치료를 받기 위해 B병원으로 다시 옮겨 스테로이드제 등 치료를 받았다. 2월18일 패혈증이 의심되어 항생제를 변경했다. 21일 이후 항생제 항진균제 투여 등의 치료를 했으나 23일 사망했다.

이에 대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부는 "급성통풍 치료에 독성표피괴사융해증이 발생할 수 있는 알로푸리놀을 먼저 사용한 것은 부적절했고, 위험한 부작용을 가진 의약품을 사용하면서 사용 전에 환자와 보호자에게 설명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결국 의약품 부작용으로 발생한 독성표피괴사용해증의 합병증으로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의료중재원은 이 사건은 "의약품의 처방 과정에서 의사의 주의의무 소홀로 발생했으며, 약물투약 기존 원칙 중 정확한 약과 용량을 지키지 않아 생겼다"고 밝혔다.

◆정확한 투약 원칙, 의료인 반드시 지키고 환자도 알아야 = 의료중재원은 약물 오류를 예방하기 위해 의료인이 반드시 지켜야 할 '정확한' 투약원칙 7가지를 제시했다.

△정확한 약. 의약품은 같은 약품이더라도, 화학명 상품명 일반명이 다를 수 있다. 투약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의료진은 약을 꺼낼 때와 약을 준비 할 때, 투여할 때 세 번 (환자의 약인지) 확인해야 한다.

△정확한 용량. 투약 준비할 때 약품의 용량 단위와 용량을 철저히 확인해 용량 착오 투여를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정확한 대상자. 환자는 특히 소아나 노인만성질환자는 다른 환자의 이름에도 대답하는 경우가 있다. "이름이 무엇이냐"고 직접 물어 대상자를 확인해야 한다. 다른 환자나 보호자에게 의약품 투여를 맡기는 행위는 위험하다. 간호사의 실수로 다른 환자의 약을 복용하는 사례도 빈발하기 때문이다.

△정확한 경로. 경구투여, 피내투여, 피하투여, 근육 내 투여, 정맥 내 투여, 설하투여, 직장투여, 분무 투여 등 다양한 투약 경로를 숙지해야 한다.

△정확한 시간. 적절한 시간에 약을 투여해야만 최대한의 효과를 얻을 수 있고 부작용을 최소화할수 있다. 특히 생약제, 항암제, 심혈관치료제, 신경정신계 약물은 일정한 치료혈중 농도가 치료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약품이다.

△정확한 교육. 약 복용법과 부작용과 주의사항을 정확히 안내하고, 대상자가 이해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유의사항을 별도의 용지에 적어 주고, 장기간 약물 복용시 용량과 용법, 약제 모양, 보관법을 정확히 알려줘야 한다. 또 부작용이 생길 경우 대응방법으로 의료기관과 의료진에게 즉시 통보할 것을 교육해야 한다.

△정확한 기록. 실제 정확한 투약원칙에 따라 의료행위가 제공되었다 하더라도, 기록을 정확히 남기지 않으면 의료분쟁과 소송 발생 시 증빙이 어려울 수 있다. 정확한 기록은 특정 시간에만 한정되지 않으며, 전 의료분쟁 사례에서 요구되고 있다. 의료진은 이에 성실하게 의무기록을 남겨야 한다.

이런 원칙들을 지키지 않아 사고가 발생하면 의료분쟁에서 의료인은 그 책임을 져야 한다. 환자 가족들은 이런 원칙들을 되짚어 보면 분쟁에서 유리할 수 있다.

◆환자가 먼저 자신의 이름과 주민번호를 말하자 = 한편 환자들도 투약오류 방지에 참여하는 방법이 있다. '의료인으로부터 처방이나 투약을 받을 때, 환자가 먼저 자신의 이름과 주민번호를 말하자'는 것. 전문가들은 "이를 의약품 투여 전, 혈액제재 투여 전, 검사 시행 전, 진료 전, 처치 및 시술 전에 환자 스스로 본인을 확인시켜 자신의 안전을 지켜내는 최선의 의료사고 방지책"이라고 밝힌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2년 전부터 '이름 생년월일을 환자가 먼저 말하기' 운동을 펼쳐왔다. 2013년에 행정안전부와 그 이후에 보건복지부와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참여해 이후 공동으로 '투약오류 예방운동'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환자들은 이 운동을 모르고 있다. 보건당국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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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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