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게 이뤄지는 주식 내부자거래 ①

'미공개정보 이용' 숨겨진 '그들만의 리그'

2016-04-22 11:10:38 게재

기업 내부정보 다루면 늘 '투자 유혹' 노출 … 회계사, 금융회사 임직원, 법조인 등

넥슨의 비상장주식을 매각해 120억원 가량의 차익을 챙긴 진경준 검사장 사건으로 증권 불공정거래행위 중 미공개정보이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검찰이 직무상 알게 된 감사정보를 이용해 주식 투자를 벌인 대형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을 무더기로 처벌했고 급기야 올초에는 금융당국이 회계사들의 주식 보유 현황을 확인하기 위해 전수조사에 나섰다.

22일 금감원에 따르면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증권 불공정거래 사건은 지난해 주가조작(시세조종) 33건보다 많은 40건을 기록했다.

혐의 입증이 어려워 조사를 진행하다 중단되는 사건까지 고려하면 의혹만 짙은 '숨은 사건'이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그동안 회사 임직원이 회사와 관련된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매했다가 적발된 경우가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기업 정보를 다루는 회계사. 금융회사 임직원들로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기업의 중요 계약 등에 관여하는 변호사들 역시 미공개정보이용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내부자들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벌이는 주식 투자는 일반 투자자들이 전혀 모르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하는 '그들만의 리그'라고 불린다.


무더기로 적발된 회계사들 = 회계사들은 상장기업 등의 감사인으로 지정돼 회사 회계에 대한 감시인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기업 회계 감사 과정에 알게 된 미공개 실적 정보를 알 수 있어 늘 '미공개정보이용'의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

지난해 검찰은 미공개정보로 주식을 매매해 거액을 챙긴 회계사들과 정보를 다른 곳에 알려준 회계사 등 13명을 무더기 기소했다.

회계사 6명은 감사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로 14개 종목에 대한 주식·선물거래를 통해 6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감사대상 회사의 미공개 실적 정보를 단순 누설한 회계사 19명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에 징계를 통보했고 중징계 처분이 내려졌다.

검찰은 "전문가 집단의 심각한 직업윤리 의식 부재와 모럴 해저드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주범인 A씨와 공모한 회계사 일부는 "너 말 맞다나 회계사가 다른 직업에 비해 가지는 유일한 장점이 회사 숫자를 좀 빨리 본단 건데, 이렇게 돈 넣는 게 답인 듯"이라는 문자를 주고받기도 했다.

적발된 32명 중 10명이 같은 대학 출신으로 학교 친구거나 입사 동기 등 개인적인 친분 관계를 맺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회계사들의 미공개정보 이용행위는 단발적으로만 적발됐는데 이번에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과 검찰이 협력해 대규모 집단 범행을 처음으로 적발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금융 전문 직역의 구조적 비리'라고 판단, 앞으로 기업 업무에 관여하는 다른 전문 직역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금융회사 임직원은 '단골손님' = 기업의 내부정보에 접근하는 또다른 금융 전문 직역은 금융회사 임직원이다.

이들은 미공개정보이용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기업 임직원들과 함께 등장하는 '단골손님'이다.

지난해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인 미래에셋제2호스팩이 한국콜마홀딩스의 자회사인 콜마비앤에이치와의 합병과정에서 회사 임직원들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닥이득을 챙긴 혐의가 있다는 정보를 한국거래소에서 넘겨받았다.

자본시장조사단은 이 사건을 중대사건으로 분류해 검찰에 신속하게 보냈다.

검찰은 지난달 콜마비앤에이치 임직원과 미래에셋증권 부장, 구루에셋 대표 등 13명을 미공개정보이용혐의로 기소했다.

기업인수목적회사의 상당수가 합병 전 주가 상승으로 인해 시장에서 항상 미공개정보이용 의혹을 받아왔는데 검찰과 금융당국이 올해 처음으로 이같은 대규모 불공정거래행위를 적발한 것이다.

지난해말 드러난 한미약품의 미공개정보를 이용 사건에서는 '신약 기술 수출계약'이라는 정보를 내부 연구원이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 알려주고 애널리스트는 10개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너저와 공유해 부당이득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 사이에 인지도를 높여야 연봉 이직 등에 있어서 유리하기 때문에 미공개정보 이용 유혹이 늘 상존한다"고 말했다.

연기금 펀드매니저가 미리 투자할 종목을 알려준 뒤 부당이득을 취한 사례도 있다.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은 연기금 펀드매니저가 약 1700억원 상당의 자금을 운용하면서 매수예정 주식 종목을 공모자에게 휴대전화 메신저로 미리 알린 사실을 적발했다. 연기금에서 매수할 종목을 미리 사들이고 곧바로 2~3% 높은 가격으로 매도주문을 내는 방식으로 15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우연히 밝혀지는 숨은 범죄 = 미공개정보이용사건은 주로 한국거래소에서 이상 징후를 포착해 금융당국에 보내서 조사가 이뤄진다. 그 외에는 내부 제보가 없으면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검찰이 포스코그룹 관련 비리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미공개정보이용혐의가 드러났다. 송재용(58) 전 한국산업은행 부행장이 산업은행과 포스코, 성진지오텍의 지분 거래 과정에서 차명으로 주식을 매입해 이득을 챙긴 혐의가 검찰에 포착된 것이다.

송 전 부행장은 2010년 3월 성진지오텍 주식 1만7000주를 1억1100여만에 샀다가 합병 공시 이후에 팔아 3600여만원을 이득의 올렸다.

하지만 해당 혐의에 대해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송 전 부행장이 당시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인수협상에 관여했거나 인수합병 사실을 보고받았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게 이유다.

다만 검찰은 송 전 부행장이 2011년 산업은행이 투자유치 자문을 맡은 풍력발전업체 유니슨을 일본 도시바가 인수한다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7500여만원의 이득을 챙긴 혐의도 포착해 기소했고 법원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다. 검찰의 포스코 수사가 없었다면 영원히 묻힐 뻔한 일이다.

미공개정보이용 의혹은 법조계로 향하고 있다. 진경준 검사장의 내부자거래의혹으로 직무상 기업의 내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법조인들도 미공개정보이용 사건과 무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법조인들이 미공개정보이용 사건에 연루돼 처벌받은 사례는 없다.

대형로펌에 근무했던 한 변호사는 "기업 인수합병 등에 관여할 당시 해당 기업 주식을 샀다면 거액의 차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며 "변호사들도 늘 이러한 유혹에 빠질 수 있는 만큼 로펌들이 철저한 내부 통제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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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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