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결정"

2016-06-22 11:00:54 게재

전문가들 '김해공항 확장' 결정 환영 … "독립된 '국책사업위' 설치"주장도

영남권을 극심한 분열상태로 몰아가던 '영남권신공항' 문제가 백지화로 결론났다. 신공항 건설 대신 기존 김해공항을 신공항 수준으로 확장키로 결정한 것이다. 신공항 유치를 위해 총력전을 펼쳤던 대구경북 및 부산지역 주민들은 허탈해 하고 있지만 나라 전체를 위해서는 잘 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승창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한국 정부나 국내연구팀이 할 수 없는 결론을 내렸다"며 "아주 잘됐다"고 환영했다.

신공항 최종 보고회 하는 ADPi 수석 엔지니어 | 2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공용브리핑룸에서 열린 '동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최종보고회'에서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장 마리 슈발리에 수석 엔지니어가 신공항의 활주로 규모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이 교수는 "밀양, 가덕도 어느 쪽이든 신공항을 추진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면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이 될 뻔했다"며 안도했다.

자칫 10조원 이상 투입될 수 있는 사업이 진행될 경우, 이명박정부에서 4대강사업에 돈을 쏟아부으면서 다른 분야의 돈줄이 말랐던 상황이 재연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용역을 맡은 ADPi에 따르면 김해공항 확장에는 4조1700억원이 필요한 반면, 밀양과 가덕도(각 활주로 2개)는 각각 5조8200억원, 10조2000억원의 공사비가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대학 윤문길 교수(전 한국항공경영학회장)도 "제일 객관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영남권이 아니라 전체적인 국가 항공산업 관점에서 볼 때 최선은 아니지만, 가장 현실적이면서 합리적인 결정이라는 것.

윤 교수는 "많은 전문가들은 김해공항을 확장해도 상당 기간 늘어나는 항공수요를 커버할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며 "신공항 건설이 대선공약으로 채택되면서 그런 논의가 물밑으로 가라앉았다"고 아쉬워했다.

시민단체들은 쓴소리를 ?b어냈다. 앞으로 이같은 소모적인 논쟁을 막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경실련은 21일 논평을 통해 "독립된 '국책사업위원회' 설치로 무분별한 토건개발공약을 방지하라"고 촉구했다. 이번에도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선거 때마다 신공항 건설과 같은 갈등은 필연적으로 재발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은 "우리나라는 권력자들의 말 한마디에 없던 경제성이 조작되고, 사업은 일사천리로 추진되고 있다"며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국책사업은 경제적 타당성과 전문가들의 객관적 검증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22일 오전 서울청사에서 김해공항 확장에 대한 후속조치를 논의하는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는 기획재정부 미래창조과학부 국방부 행정자치부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장관과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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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국 기자 bg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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