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신공항 공약 백지화 논란

정치권 사탕발림, 10년이나 민심 농락

2016-06-22 11:20:48 게재

선거 닥치면 진실 감추고 공약 반복

일 민주당, 2009년 '토건 반대' 집권

'건설업자만 이익' 진실에 표심이동

정치권의 사탕발림에 민심이 10년이나 놀아난 꼴이 됐다. 대통령이나 대선후보, 시장후보 등 유력 정치인들이 앞다퉈 신공항을 내걸었지만 국익보다는 표를 노린 것이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객관적 평가를 해보니 신공항보다 기존 공항 확장이 낫다는 것이었다.

정확한 정보를 몰랐던 지역주민은 신기루 같은 수혜에 홀려 정치인들에 장단을 맞춰온 셈이 됐다.


정치인들의 신공항 사탕발림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부산을 찾은 자리에서 지역경제인들이 신공항을 건의하자 바로 건교부장관에게 검토를 지시했다. 신공항이 유력 정치인 입을 통해 처음으로 실체를 갖게 된 계기다.

이듬해인 2012년 대선에서 대선후보들은 앞다퉈 신공항을 공약했다. 당시 이명박 대선주자는 대구를 찾아 "2020년까지 동남권 신공항을 건설하는 계획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영남 표심을 노린 공약이었다. 하지만 집권 뒤 이 전 대통령은 마음을 바꾸었다. 2011년 3월 신공항 공약을 철회했다.

당시 유력 대선주자였던 박근혜 의원은 공약 철회를 비판하면서 다시 신공항을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부산을 찾아 "부산시민이 바라는 신공항을 반드시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TK에 비해 지지세가 약한 PK를 의식한 공약으로 읽혔다.

박 대통령 측근으로 부산시장직에 도전한 서병수 당시 의원은 한술 더 떴다. 2014년 2월 신공항 후보지인 가덕도에서 시장 출마선언을 하면서 신공항 건설에 시장직을 걸기도 했다. 경쟁후보를 꺾을 고육책으로 보였다.

역시 박 대통령 측근인 조원진 의원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박 대통령이 대구에 선물 보따리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로 밀양 신공항설에 불을 붙였다. 대구에서 진박(진짜 친박) 후보들을 살리기 위한 노골적인 유혹이었다.

신공항 입지 발표가 임박해서도 정치인들의 사탕발림은 계속됐다.

자신이 내뱉은 사퇴 약속에 내몰린 서병수 부산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을 운운했다.

자신이 살기 위해 아군인 박 대통령과 친박실세를 겨냥한 음모론까지 제기한 것이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도 가덕도를 찾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결국 정치인들이 10년간 펼친 신공항 공세는 신공항보다 기존 공항 확장이 낫다는 객관적 사실을 숨긴 채 표만 노리고 벌인 '구태'로 판정났다.

일본 민주당은 2009년 8월 '콘크리트에서 사람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54년만의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당시 집권 자민당의 댐과 고속도로 등 대형국책사업에 예산을 쏟아부어온 관행을 비판하면서 민심의 지지를 얻은 것이다.

동북아전략연구원 김영필 연구위원은 22일 "자민당의 대형국책사업을 앞세운 지역 이익유도 정치가 실제 일반국민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돌아가지 않고 건설업자와 정치인의 유착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걸 일본 국민이 깨달으면서 정치불신이 커졌고 정권교체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의 경우도 대형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정치논리만 작동하면서 국민은 동원의 대상에 머물러 있다"며 "국민이 대형국책사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게 된다면 신공항 같은 타당성 없는 공약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일은 더이상 벌어지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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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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