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선 '대세론'의 향배

'문재인 대세론' 2002년 모델? 2007년 모델?

2017-04-04 11:14:23 게재

실패와 승리의 교훈사

검증은 이제부터 시작

이번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문재인 대세론'과 이에 맞서는 구도 양상이다. 탄핵정국과 맞물린 선거기간 내내 유지된 '문재인 대세론'은 한 번도 무너지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 반기문, 빅텐트, 제3지대, 개헌, 반문연대 등 대세론에 맞서려던 구도는 맥을 못추고 모두 무너져왔다. 그러면 남은 한달 대세론이 유지될 것인가, 아니면 다른 변수 때문에 무너질 것인가.

역대 대선에서도 대세론은 항상 있었다. 하지만 대세론이 항상 좋은 결말이 된 것은 아니다. 2002년 대선은 '이회창 대세론'이 '비이회창 유권자 응집'으로 무너진 경우다. 반면 2007년 '이명박 대세론'이 끝까지 관철되면서 531만표 차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다.

2002년 대선 구도는 기본적으로 '이회창 대 반 이회창'이었다. 2002년 초반 민주당은 국민경선을 통해 노무현이라는 스타를 만들어냈으나 그해 6월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후보교체론'이 나오는 상황까지 몰렸다. 반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선거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대세론을 구가하고 있었다. 당시 이회창 캠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선거 1개월전까지만 해도 다 이겼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후보가 혹시 하는 마음에 외부의 전문가들에게 부탁하면 캠프 내부 관계자들은 '다 된 밥에 밥숟가락 걸치러 왔느냐'고 구박을 줬다"라고 회고했다.

하지만 대세론에 안주하던 이회창 후보는 본선의 벽을 넘지 못했다. 기득권 후보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유권자로부터 '가장 싫어하는 후보'로 낙인찍혔고, 노무현-정몽준 단일화가 깨지자 '이회창을 당선시켜서는 안된다'는 유권자들이 투표장으로 몰리면서 노무현 후보가 승리했다.

반면 2007년 모델은 대세론이 압도적으로 승리한 사례다. 대선 한해 전 북한의 핵실험으로부터 시작된 '이명박 대세론'은 1년 내내 한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 후보는 BBK 사건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기대감과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심판적 성격이 겹치며 530만표 이상이라는 역대 최대 표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일찍부터 이 후보의 승리가 예측되면서, 이 후보에 거부감을 가졌지만 민주당 정동영 후보에게도 호감을 갖지 못한 다수의 후보들이 기권했다. 이 후보의 대통선 선거 득표율은 전체 유권자의 30.5%에 불과했다. 유권자 10명 중 3명의 지지를 받는 데 그친 것이다. 이런 취약한 지지는 6개월만에 정권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된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이 대통령 지지율은 출범 100일만에 한자리수(5점척도로 7%, 내일신문 6월 정례조사)로까지 떨어졌고, 결국 대국민사과를 발표해야 했다.

'문재인 대세론'은 2002년 모델을 따를까, 아니면 2007년 모델을 따를까. 현재까지는 대선 때까지 대세론을 지켜나가면서 압도적으로 승리하는 2007년 모델 가능성이 크다. 비문세력이 응집할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투표장에 나기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다른 가능성도 제기된다. 내일신문 4월 정례 여론조사의 가상의 양자대결이기는 하지만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온다.<내일신문 4월 3일자 참조> 실제 선거에서 '반 문재인 유권자'들이 응집하면 2002년 모델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물론 보수가 없는 선거에서 안철수 후보와 경쟁하다가 신승을 하는 2017년 모델이 새로 만들어질 수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대세론에만 취하면 무너질 수 있다"며 "설사 이기더라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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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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