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층간소음

'코로나 집콕'으로 층간소음 분쟁 폭증

2021-03-29 12:48:15 게재

구제절차 복잡하고 강제성도 없어 … 피신청인 동의 없으면 중재 '불가능'

코로나 집콕으로 공동주택 층간소음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층간소음 전화접수 건수는 2015년 1만9278건 → 2019년 2만6257건 → 2020년 4만5250건으로 60% 이상 증가했다. 현장 사례를 중심으로 공동주택 층간소음 정책·법제도 운영의 문제점을 살펴본다. 개선방안도 찾아본다.

2012년부터 2020년 1분기까지 현장진단을 접수한 5만1290건 중 '아이들 뛰는 소리' 또는 '발걸음 소리'가 35213건(68.7%)으로 가장 많았다. 주거형태는 '아파트'가 3만9916건(77.8%)이었고 다세대주택은 6537건(12.7%)이었다. 준공연도는 '1999년 이전 준공된 공동주택'이 1만746건(21.0%)으로 가장 많았다. 1999년 이전 준공 공동주택은 층간 두께가 120mm로 층간소음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하다. 거주 위치는 '아래층'이 4만872건(79.7%)이었고 아래층의 항의 및 소음으로 피해를 겪는 '위층'이 8240건(16.1%)이었다.

2020년 접수해 현장진단을 실시한 24건 중 갈등기간은 '6개월 미만'이 6건(25.0%)으로 가장 많았고 피해유형은 '수면방해'가 8건(33.3%)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이의종


"아이 뛰는 소리, 망치 치듯 발로 바닥을 치는 소리, 의자 끄는 소리, 알 수 없는 물건 떨어지는 소리가 24시간 들린다. 소음은 특히 금요일에서 일요일에 더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 모 아파트 703동 701호에 사는 권 모씨는 최근 경기도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재정신청을 청구했다. 윗집에서 나는 소음 때문에 전업주부인 부인은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다.

권씨는 "나는 공기업 직원으로 지방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주말에만 고통을 겪지만, 부인은 일주일 내내 소음에 시달린다"고 말한다.

층간소음의 원만한 해소를 위해 5번에 걸쳐 '당사자 간 면담'을 했지만 그 뒤에도 소음은 계속됐다. 아파트관리사무소에서 5번의 중재를 했고 5번 경찰지구대가 출동했지만 층간소음은 계속됐다.

권씨는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도 민원을 넣고 경기도 공동주택관리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 등을 신청했지만 피신청인이 계속 응하지 않는다"며 "제 아내는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한 불면증과 각종 합병증이 생겨 2020년 5월 이후 병원 외래진료, 약물복용 등 정신적·금전적 피해가 심각한 상태"라고 말한다.

◆내집 마련해 이사한 아파트에서 = 권씨 가족은 2014년 이후 같은 단지 아파트에서 세입자로 6년 동안 거주했다. 세입자로 거주하는 6년 동안은 이웃 간에 조용하고 평온하게 살았다고 한다. 지난해 3월 옆동에 아파트를 사서 입주했는데 여기서 층간소음 분쟁이 생긴 것이다.

당사자 면담이 효과가 없자 권씨는 2020년 4월 16일 아파트 관리규약 제55조에 따라 아파트 관리소장에게 '층간소음 중재 요구서'를 제출했다. 경비원과 관리사무소장을 통해 층간소음 해소를 요청했지만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피신청인은 당사자 간 층간소음 문제해결은 물론 관리소장을 통한 중재도 거부했다.

6월 5일엔 아파트 층간소음관리위원회에 '층간소음 분쟁조정 요청서'를 제출했다. 관리규약 제55조의 2에 따라 아파트 관리주체에 '층간소음 관리위원회 구성'과 '층간소음 조사·조정'을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관리소장은 "층간소음관리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아서 분쟁조정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7월 29에는 아파트 관리소장이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현장진단을 신청했다. 현장진단 신청은 피신청인의 비협조(부동의)로 1차례 유보됐다. 관리소장을 통해 현장진단을 다시 신청했지만 '민원 대기자 과다'로 신청 6개월이 지나 2021년 1월 10일에야 현장진단이 실시됐다.

그 사이 2020년 11월 5일 권씨는 경기도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에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피신청인은 '분쟁조정에 불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경기도도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 운영조례 11조에 따라 분쟁조정 절차를 중지한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결국 권씨는 2020년 12월 1일 피신청인을 상대로 경기도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재정신청'을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피신청인을 상대로 '층간소음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배상'을 요구한 것이다.

경기도 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분쟁조정 재정위원 지명 △당사자 의견 제출 △층간소음 현장조사(2021.3.12) 등을 거쳐 4월에 재정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층간소음 구제절차도 복잡 = 현행 공동주택 층간소음 구제절차는 복잡하고 실효성도 떨어지는 구조다.

구제절차는 통상 △관리주체(관리소장) △입주자회의(관리위원회) △층간소음측정(환경공단) △도 공동주택 분쟁조정위원회 △도 환경분쟁조정위원회 △공동주택 환경분쟁조정위원회 △민사소송(손해배상청구)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경기도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을 보면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다음 각호의 행위를 금지한다'는 조항이 있다. △뛰거나 문 창문 등을 크게 소리나게 닫는 행위 △망치질 등 세대내부 수리 △탁자나 의자 등 가구를 끄는 행위 △애완동물이 짖는 행위 △그 밖의 층간소음으로 입주자에 피해를 끼치는 행위 등이다.

층간소음 유발로 공동생활의 질서를 깨트릴 경우 아파트 관리주체(관리소장)는 조치를 할 수 있지만 임의규정이라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층간소음을 개인 간 문제로 여겨 개입하기를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

위 사례를 보면 아파트 관리주체는 층간소음 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현장조사 등을 실시할 수 있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아 분쟁이 격화됐다. 분쟁이 발생할 경우 관리주체, 입주자대표회의 등이 분쟁 해결을 위한 조사 조정 등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조항을 마련하고 미이행시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층간소음이 당사자 사이에서 자율적으로 해결이 안되면 행정청 심판청구, 사법부 민사소송 등으로 진행된다. 민원인 모두가 오랜 시간과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층간소음 처벌할 수 있는 근거 없어 = 기준을 초과한 층간소음으로 분쟁이 발생해도 현행법에 소음 유발자에 대한 처벌 및 제재근거가 없다. 결국 소음피해자의 경우 행정청인 분쟁조정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층간소음 구제를 신청해도 심판청구에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심판결과가 나와도 피해자의 정신적·육체적 피해에 비해 가해자에 대한 벌칙이 가벼워 손해배상의 실익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권씨는 "관리소장의 중재나 경기도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 모두 피신청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중재가 불가능했다"며 "결국 층간소음 문제 중재는 포기하고 피해배상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염규봉 환경부 생활환경과 소음담당 서기관은 "아파트 층간소음은 건축물 자체의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사용검사 전에 공동주택의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을 확인하는 등 원인 차단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염 서기관은 "기존에 지어진 공동주택들도 바닥재 보강 등을 통해 층간소음을 방지하도록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 이 분야는 국토부 소관이라 기재부에서 관련 예산을 잘 편성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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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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