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형 AI·빅데이터 교육' 경북도가 문을 연다
'AI-3UP(학업·취업·농업)'사업 추진
농산물·관광 마케팅 실전 역량 강화
'AI와 빅데이터의 시대'.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지방자치단체도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가 앞다퉈 'AI와 빅데이터의 시대'에 대비해 예산투입과 인력양성에 나서고 있다.
특히 광역 지자체는 어느 곳이나 적지 않은 예산을 AI관련 사업에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을 지자체가 '주도'하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정부가 진행하는 사업에 일정 예산을 보태는 방식이 많고, 또 실제 사업은 지역 대학이나 관련 기업이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학생과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한 낮은 수준의 AI와 빅데이터 교육 사업의 경우 사실은 고용, 일자리 정책의 측면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상북도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경북도는 인공지능 대학원, 산업 인공지능 인력양성, 인공지능 거점센터 운영 등의 사업을 추진했다. 이 가운데 5억6000만원을 투입한 거점센터 운영은 지난해말 완료됐고 올해는 대학원, 산업인력양성에 '3UP'사업을 추가해 6억5000만원을 배정해 놓았다. 인공지능 분야 석박사급 고급 인력 양성을 위한 선제적 대응의 성격도 있지만, 지난 2020년 7월 정부가 발표한 디지털 뉴딜 전략에 부응한 조치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경북도의 'AI-3UP'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AI, 개발이 아닌 활용 역량 중요 = 우선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기획한 사업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정부 예산에 매칭하는 것이 아니라 경북도의 자체 예산을 투입했다. 관련 예산도 연간 3억원이다. 적지 않은 예산을 파격적으로 투입하는 셈이다.
AI 관련 사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크지 않은 규모지만, 지자체가 별도로 기획한 사업임을 고려하면 적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만큼 경북도의 AI사업에 대한 '의지'가 반영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점식 포항테크노파크 원장은 "사업규모도 중요하지만 누가 기획하고 주도적으로 수행하는가도 사업성과와 역량축적 측면에서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개발 인력 양성에 초점을 둔 다른 유사 사업과 달리 학업과 취업 지원, 도청 업무 성과 개선 등 실전형 교육이 진행된다는 점도 이채롭다.
박인환 경북도 4차산업기반과 과장은 "AI와 빅데이터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개발보다는 활용에 초점을 맞춘 실속형 사업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지역 전체를 AI·빅데이터 친화적인 환경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경북도 '인공지능 3UP 경쟁력 강화 지원사업'(AI-3UP)은 크게 학업, 취업, 농업의 3개 부문으로 나뉘어 오는 7월부터 연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내가 경북도지사라면…" = 학업 부문의 '(진)학UP 잡자' 사업은 경북도 내 15개 고교 4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교육에 참가하는 고교별 30명의 학생에게는 주당 3시간씩 3차례 총 9시간의 수업을 제공한다. 별도 코딩 없이 AI기법을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활용법을 포함, 다양한 내용이 다뤄질 예정이다. 수업은 전문 교수와 해당 학교 교사, 경북도 내 관련 분야 강사의 협업으로 진행된다.
교육 커리큘럼을 만든 언어과학자 남호성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AI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수학, 특히 행렬과 벡터가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개발자가 될 건 아니지 않나. 오렌지와 같은 무료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코딩을 몰라도 얼마든지 AI를 활용할 수 있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개발자의 길을 꿈꿀 수도, 다른 진로의 수단으로서 AI를 이용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마지막 시간에 발표해야 하는 팀 과제가 독특하다.
"내가 경상북도 지사라면 도내 각 23개 시군의 건강수명 격차 해소(도표 참조)를 위해 어디에 우선 순위를 둘 것인가"라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건강수명 관련 데이터를 AI를 통해 분석, 예측하는 경험을 통해 생활 속 AI를 실감하게 하자는 취지다.
◆'문송', AI로 잡자! = 취업 부문인 '취UP 잡자' 사업은 취업을 준비 중인 경북도 내 대학생이 대상이다.
흔한 프로그램 같지만 슬로건을 보면 이 사업의 특징이 드러난다. "문송(문과라서 죄송합니다), AI로 잡자!". 즉, 취업이 어려운 문과 학생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30명씩 6번의 과정을 열 예정이다.
박수영 본부장(포항테크노파크 경북SW진흥본부)은 "AI 교육이라고 하면 인문계열 학과 대학생들은 지레 포기하는 게 일반적이다. 개발, 코딩 교육이라는 선입견 때문"이라면서 "요즘 마케팅 영역에서 AI와 빅데이터는 필수적이다. 사실 코딩은 전혀 몰라도 상관없다. 활용 역량이 중요하고 미리 갖추면 취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취UP 잡자' 사업 내용에는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경북도지사상을 주는 'AI 활용 마케팅 공모전'도 들어 있다. 취준생을 위해 작은 도움이라도 되는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취지다.
◆AI 기본, 추천 알고리즘 적용부터= 농업 부문의 '농UP 잡자' 사업은 경북도 내 농·특산물 전자 유통 채널 관리운영자들에게 AI·빅데이터 교육을 제공한다. 각자의 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 기법 교육을 3개 권역(포항 안동 경산)으로 나누어 경북도 농식품유통과와 협업해 추진한다.
김성민 서울종합과학원대학교 교수는 "사전 데이터를 점검 해보니 민간 업체에서는 기본적인 기법인 추천 알고리즘 정도도 지방자치단체 유통 채널에서는 적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거의 비슷한 실정인 전국 지자체 유통 채널들을 생각하면 경북도의 시도가 대단히 유의미할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농업 부문 외에도 빅데이터의 활용이 필요한 지역 관광 정책 담당자들을 위한 교육 역시 추가할 계획이다. 경북도 관광마케팅과와 경북관광공사 등과 협업이 예정되어 있다.
김성민 교수는 "본질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이라는 점에서 전자 유통 채널과 관광 분야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좋은 시도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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