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정상과 나란히 선 문 대통령, 글로벌 도전 과제 해결에 동참

2021-06-14 13:08:16 게재

백신 공급 확대 위해 '글로벌 생산 허브' 자처

기후변화 대응 의지 재확인 … 경제 협력 성과

중국 견제 본격화 G7 … 외교 부담 증가 우려도

문재인 대통령이 글로벌 현안 해결을 위해 주요국 정상들과 머리를 맞댔다. 12~13일(현지시간)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국 자격으로 참석한 문 대통령은 코로나 백신, 기후변화 대응 등 글로벌 도전 과제들에 대해 목소리를 내면서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다. 다만 문 대통령이 참여한 이번 회의에서 G7 정상들이 중국 견제를 본격화하고 북한에 대한 제재 이행을 강조한 것은 우리 정부의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스트리아 도착한 문 대통령 내외 │오스트리아를 국빈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3일 오후(현지시간) 비엔나국제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환영인사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유럽 백신기술과 한국 생산능력 결합" = 문 대통령은 이번 G7 정상회의 기간 중 G7 정상과 국제기구 수장 등이 참여하는 확대회의 1~3세션에 참석하고 호주, 독일, EU, 영국, 프랑스 등과 5차례 양자 정상회담을 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우선 눈에 띄는 건 '백신 외교'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백신 생산과 공평한 분배를 강조하면서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로서 입지를 다지는 데 주력했다.

문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기간 동안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글로벌 CEO와 만나 하반기 백신 공급과 접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하면서 백신 생산과 글로벌 공급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해나가자고 제안했다. 특히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구축을 언급하면서 아스트라제네카도 한국의 생산여건을 전 세계 백신 공급을 위해 적극 활용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샤를 미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등 EU 정상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문 대통령은 유럽의 백신 기술력과 한국의 생산능력의 결합을 강조했다.

그는 "이제 방역을 넘어 백신 접종 확대가 중요하고 개도국에 대한 원활하고 공평한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백신 개발에 대한 유럽의 선도적 능력과 한국의 우수한 생산능력이 결합해 백신 생산 거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글로벌 백신 허브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 강화에 기여하겠다"고도 했다.

'보건'을 주제로 한 확대회의 1세션에선 선진국이 공여한 자금으로 개도국에 백신을 분배하는 '코백스 선구매공약메커니즘(COVAX AMC)'에 올해와 내년 1억 달러씩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G7 정상들이 내년까지 10억회분의 코로나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하기에 앞서 세계적인 백신 부족사태 극복을 위해 솔선수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백신 파트너십 구축에 합의한데 이어 우리 정부의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 구상을 구체화하는 데 G7 정상회의를 십분 활용한 모습이다.

◆수소경제 등 첨단 분야 협력 확대 = G7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의 토대를 마련한 것도 중요한 성과다. 문 대통령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약식회담을 갖고 첨단기술과 문화·교육 분야 등에서 미래 협력을 다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한국과 핵심기술 분야 협력 강화를 적극 희망한다"며 "특히 반도체, 전기차 등 첨단 핵심기술분야와 보건,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프랑스 협력체 강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한국 역시 한-프랑스 또는 한-EU 차원에서 해당 분야 협력 강화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EU 정상들과 만나서도 "EU는 저탄소경제, 재생에너지에서 우수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은 수소차, 전기차, 에너지 저장장치, 배터리 분야가 강점인 만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긴밀한 협력을 제안했다.

또 호주 스콧 모리슨 총리와는 수소경제 협력을,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와는 첨단 분야 협력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또 확대회의에서 2050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소개하고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 추가 상향 방침을 재확인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불발로 그친 한일 회담 =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주요국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가능한 협력과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했고. 존슨 영국 총리는 북한에 영국대사관을 두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G7 정상회의 공동성명에는 유엔의 대북 제재 이행 촉구 등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는 결이 다른 내용들이 담겼다.

G7 국가들이 대만해협 문제 뿐 아니라 신장 위구르 자치구, 홍콩 등 중국이 민감해하는 사안들을 언급하며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한 것도 우리에겐 부담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G7의 대중국 공세가 본격화되면서 한국도 '반중국 블록'에 묶이는 인상을 준다면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탓이다.

한편 관심을 모았던 한일 정상회담이나 한미일 정상회담은 불발됐다. 당초 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한·미·일 정상이 모이는 만큼 한일 또는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려 경색된 한일관계를 풀어갈 단초가 마련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회의장에서 마주한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는 가볍게 인사를 나누는 정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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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월(영국) 공동취재단,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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