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가상자산·부동산 줄줄이 하락 … 복합위기 커지면서 MZ세대 직격탄

무너지는 코인 시장 … 2030투자자 308만명 손실 확대

2022-06-21 11:36:00 게재

작년 4분기 투자자금 20조원 … 최근 비트코인 62% 하락, 10조원 이상 손실 추산

가상자산(코인) 시장이 급격히 무너지면서 2030세대 투자자들이 국내 코인 투자에서 10조원 이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21일 오전 국내 비트코인 가격(업비트 기준)은 2600만원으로 불과 일주일 전 3000만원이 붕괴된 이후에도 13%가량 하락했다. 지난해 4분기 국내 비트코인 평균 가격이 6859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62% 급락한 것이다.

비트코인 2600만원 안팎 등락│20일 서울 서초구의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 고객센터 스크린에 비트코인 시세 그래프가 나타나고 있다. 이날 오전 빗썸에서 비트코인 시세는 2600만원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2300만원대까지 떨어지며 지난 주말 10% 넘게 빠졌지만 이날 다소 반등했지만 상승폭은 크지 않았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기 어려운 2030세대들이 앞 다퉈 뛰어들었던 코인 시장이 바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공공기관에 다니는 30대 직원은 "코인이 들어있는 가상자산 지갑을 열어 보기가 두려울 정도"라며 "코인에 투자한 친구들도 다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말했다.

20일 다소 반등세를 보였던 국내 비트코인 가격은 코스피 코스닥 등 국내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다시 하락했다. 물가급등과 금리상승으로 자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코인시장 역시 실물경제 위축과 금융시장의 불안이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20대 잔고 지난해 812% 폭증 =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국내 코인 투자자 중 20대 이하와 30대는 각각 134만명(24%)과 174만명(31%) 등 모두 308만명에 달한다. 전체 투자자의 55%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 코인 거래소의 연령별 투자금액을 분석한 자료는 없지만 금융당국은 투자금액 역시 연령별 투자자 비중과 유사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1000만원 이상 코인을 보유한 이용자는 82만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55%가 2030세대라고 추정하면 약 45만1000명에 달하는 것이다. 연령대별 코인 투자자는 30대가 31%로 가장 많고, 40대 27%, 20대 이하 23%, 50대 14%, 60대 이상 4% 순이다.

원화마켓(원화, 달러 등 금전과 가상자산간 거래 중개) 영업을 하는 빅4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가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종합하면 이들 거래소의 20대 코인 보유잔액은 4조2248억원, 30대 14조7269억원으로 2030세대가 투자한 규모는 18조9517억원이다. 24개 코인거래소 전체를 고려하면 2030세대 투자자금은 2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4분기 대비 62% 하락한 비트코인과 비슷한 추세로 코인들이 하락했다고 보면 투자 평가손실액이 10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1위 코인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20대 투자자들은 2019년말 가상자산 잔고가 1848억원이었지만 2020년말 3652억원, 지난해말 3조3305억원으로 812% 가량 폭증했다. 30대 투자자들은 2020년말 1조6624억원에서 11조1130억원으로 560% 증가했다. 상당수 투자자들이 지난해 가상자산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올해 4월 원화마켓 시장에 합류한 코인거래소 고팍스에서 분석한 투자연령별 일평균 거래횟수(2021년 기준)를 보면 20대 투자자는 3.13으로, 30대 0.48, 40대 0.29, 50대 0.23에 비해 훨씬 잦은 거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잦은 매매로 단기수익을 노린 것으로 보이지만 거래시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로 인해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문제는 코인 시장의 향후 하락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면서 시장이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다는 비관론까지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코인 시장은 전 세계 시장이 연동돼 있는 만큼 루나·테라 사태의 악재가 고스란히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장기 보유자들도 매도 나서 = 코인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0일 비트코인 가격은 1만9000달러에서 2만달러를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심리적 저지선인 2만달러가 무너졌다. 로이터 통신은 비트코인 가격이 추가로 떨어지면 투자자들이 마진콜(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 상황에 직면해 보유 자산을 강제로 팔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코인 가격이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코인 거래업체 B2C2의 최고위험책임자(CRO) 애덤 파딩은 "비트코인 가격이 지금보다 훨씬 더 떨어지면 완전 난장판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프라스트럭처 캐피털의 제이 햇필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비트코인 가격에 있어) 2만달러는 중요한 기술적 저지선이었고, 이것이 무너지면서 더 많은 마진콜과 강제청산을 초래해 올해 1만달러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코인 장기 보유자들도 시장을 떠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인 시장조사 업체인 글래스노드 데이터를 인용, 비트코인 장기 보유자의 가상화폐 수익률 지표 'SOPR(Spent Output Profit Ratio)'가 최근 1년간 최저 수준인 0.6대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SOPR은 특정 시점에서 팔린 코인의 가격과 그 코인을 샀을 때 가격의 평균 비율을 뜻한다. SOPR이 1보다 크면 샀을 때 보다 높은 가격에 팔았다는 것을, 1보다 작으면 샀을 때보다 낮은 가격에 팔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블룸버그는 SOPR의 급격한 하락과 관련해 비트코인 장기 보유자들까지 손실을 보고 매도에 나섰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제네시스 글로벌 트레이딩의 노엘 애치슨은 "하락장이 장기화하면서 단기 투자자들에 이어 장기 보유자들도 매도에 나서기 시작한 것 같다"며 "블록체인 데이터를 보면 일부 장기 보유자들이 투매에 나선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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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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