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딜레마'에 빠진 '수출 한국'
최대수출국, 소재부품 절대 의존 … 중간재 분업구조가 위기로
최상목 "중국 대안시장 필요" … 최태원 "포기할 수 없는 시장"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무역통상환경이 급변하면서 우리나라도 변곡점을 맞이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은 글로벌 공급망의 탈중국화를 재촉하고 있다. 또 서방 동맹국가와 친중국 국가간 진영 대립으로 경제블록화를 종용한다. 하지만 중국은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이다. 또한 우리가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소재·부품이 많다.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도 다양하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최근 "중국을 통한 수출호황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중국의 대안시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13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중국은 좋든 싫든 상당히 큰 시장"이라며 "중국을 포기하면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큰 시장을 포기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중국 수출비중은 2010년 25%대로 처음 올라선 이후 2021년까지 12년 연속 24~26%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무역수지는 1993년 이후 지난해까지 29년 간 흑자행진 중이다. 반면 중국과 중간재를 매개로 한 상호 분업구조가 전 산업에 걸쳐 깊숙이 형성되면서 중국의존도가 커졌고, 이는 우리나라 공급망의 핵심 리스크(위험)가 됐다.
실제로 2021년 우리나라 중국 수출액중 79.6%(1296억8400만달러)가 중간재다. 수입품목의 64.2%(889억3800만달러)도 중간재다. 중간재의 국가별 수입비중을 봐도 중국은 2011년 20.7%에서 2021년 28.4%로 7.7%p 뛰었다. 같은 기간 일본은 19.5%에서 11.3%로, 독일은 3.4%에서 3.1%로 떨어졌다. 특히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입품목 1만1215개 중 중국산 수입비중이 70% 이상인 품목은 2434개에 달했다. 중국산 수입의존도 100%인 품목은 323개, 90% 이상인 품목은 956개다.
강내영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한국은 무역의존도가 높고 자원 빈국이어서 자체적으로 완결형 공급망을 구축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며 "중국 중심의 기존 공급망을 잘 유지함과 동시에 신규 거점 국가로 공급망을 다원화하는 유연한 생산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우리나라 산업구조에서 중국의존도가 큰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하지만 중국은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중간재 자급률을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와 중간재 분업구조를 유지해왔던 점 등을 고려하면 다변화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는 '글로벌 무역통상 환경 변화와 우리의 대응 과제' 보고서에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추세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라며 "보호무역주의, 미중 통상분쟁, 자국 공급망 강화 등과 함께 진행되는 '축의 전환'인 만큼 우리 기업들은 전략적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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