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정부는 없어도 나라는 있었다"

2023-08-16 10:34:15 게재

광복회장, 건국절 논란 일침

"우리의 독립운동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운동이었습니다."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내용이다. 독립운동이 건국운동이라는 표현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1948년을 건국절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보수진영과 궤를 같이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보는 진보진영과 독립유공자단체들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에 이어 기념사를 한 이종찬 광복회장은 "흥망은 있어도 민족의 역사는 끊기지 않았으며, 정부는 일시 없어도 나라는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948년 건국절 논란에 일침을 가한 셈이다. 지난 6월 취임한 이종찬 회장은 8월 3일 '대한민국 정체성 선포식'에서도 역사는 단절되지 않았고, 대한제국이 소멸되어 대한민국이 새롭게 건국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번 광복절 기념사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조부인 우당 이회영 선생의 절명시를 직접 읊은 것도 이 때문이다. 다음은 이종찬 광복회장의 78주년 광복절 기념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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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윤석열 대통령 내외분 그리고 내외귀빈 여러분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광복절 78주년을 남다른 감회로 맞이했습니다.

저는 1945년 10살 때 광복의 환희를 망명지 상해에서 맞이했습니다.

갑자기 집이 떠나갈듯한 함성과 폭죽이 터지는 소리에 저도 어느 틈에 그 군중 속으로 달려갔습니다.

많은 중국인 속에 우리 동포도 있었고 인도인, 베트남인, 러시아인 모두가 망명인들이지만 서로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자유를 찾은 환희를 구호를 외쳤습니다.

저는 일생을 통하여 그처럼 많은 사람들의 합창과 같은 함성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옆에서 계시던 어머니께서 '이제 망국노 소리 듣지는 않게 됐군' 하신 말씀 지금도 귓전에 쟁쟁합니다. 망국노란 망한 나라에서 온 노예란 뜻입니다.

걸핏하면 중국 사람들이 망국노란 말로 우리를 멸시했습니다.

지긋지긋하게 우리 가슴속에 못을 박은 망국노란 말 이제는 이 말에서 해방된 것입니다.

여러분 1910년 일제는 대한제국을 병탄하여 주권을 앗아가려고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선열들은 주권이 일본에게 뺏긴 것이 아니라 군주가 독점했던 주권을 국민에게 넘겨주는 것이라 해석했습니다.

1919년 고종이 승하하자 '더 이상 왕정은 없다'며 일제히 민주공화정으로 체제를 바꿔 독립운동을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광복이란 일제의 군홧발로 더럽혀진 나라에서 주권을 다시 찾아 새롭게 빛을 밝히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에서 역사는 단절되지 않았고 흥망은 있어도 민족의 역사는 끊기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일시 없어도 나라는 있었습니다.

'보라 우리말도 그대로고 태극기도 그대로 아니냐.'

이게 선열들의 말씀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광복절은 우리가 다시 나라의 주인이 되는 건 날이고 나라를 새롭게 발전시키는 모멘텀을 이룬 날입니다.

국민 여러분 이런 광복의 의지가 있어서 우린 당당하게 세계 10위권의 나라로 우뚝 설 수 있었습니다.

비록 한반도에 통일은 이루지 못했지만 우리는 산업화 민주화 성공 신화를 만들었고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나라로 비약했습니다.

여러분 대한민국의 여권이 세계에서 가장 잘 통한다는 말 들어보셨죠. 이게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신뢰받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우리의 선열들이 엄혹한 고난의 역경 속에서 멈춤이 없이 투쟁함으로써 자주 독립을 찾았고, 이를 자유 평등 평화 행복한 나라로 발전시킨 초석을 깐 결과인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혹자는 조국의 광복은 연합국의 승리로 도둑처럼 찾아온 것이라 쉽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 말 가운데 우리 선열들의 피나는 투쟁을 은연중 폄훼하고 있어 개탄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다시 강조합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선열들은 나라의 자주 독립을 찾고자 목숨을 걸었습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시대의 혁명적 변화를 선도해 오셨습니다.

그 뿐 아니라 연합국의 일원으로 싸우고자 부족하지만 힘을 모아 대일 선전포고를 하였습니다. 그 용기와 결단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 영웅적 투쟁을 한 선열들을 기억하기 위해서 그분들이 읊었던 시 한 수를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나의 가난한 유서에
내 이름 석자는 없다
그저 피로 쓴 여섯 글자
대한독립 만세
나의 마지막 사진 속에
기쁘게 웃으리라
오직 한마디 기억하라
대한독립 만세
우리는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
우리는 이름을 남기지 않는다
동지들을 눈 속에 남는다
우린 비록 숨통이 끊어져도
서로의 가슴에 화인으로 남아
죽어도 죽지 않는다
우리는 찬사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보답을 원하지 않는다
대한독립 마침내 찾거든
깃발처럼 나부끼는 만세 소리
함성과 눈물과 바람으로 살아
죽어도 죽지 않는다
우리는 죽지 않는다

국민 여러분 위대한 선열들이 남긴 시를 가슴에 새기며 대한민국은 앞으로 어떤 고난이 닥치더라도 결코 죽지 않는다고 외칩니다.

대한민국이여 영원하라.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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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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