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부세 8조5000억 감소, 지자체 전전긍긍

2023-08-30 11:12:23 게재

세수 한파에 신규사업 엄두도 못내

'지방채 발행·사업중단' 고려할 상황

경기도 공격적 추경 … 정반대 선택

경기위축에 따른 세수한파 영향으로 지방자치단체도 재정운용에 직격탄을 맞았다. 재정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정부의 보통교부세 8조5000억원 감축 여파에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대구 전북 부산 광주 등 보통교부세 의존도가 높은 지자체일수록 타격이 심하다.

30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 모든 지자체들이 내년도 세입감소 전망에 일제히 세출 구조조정에 나섰다. 불요불급한 사업이 아니면 신규 사업은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구시는 내년도 교부세 감소액을 150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세인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와 세원을 공유하고 있는 지방소득세·법인지방소비세·지방소비세 감소까지 고려하면 최대 5000억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 등 역점사업을 제외한 대규모 투자사업이나 기반시설 사업은 시기를 조정하기로 했다. 선심성·현금성 보조금은 전면 재검토하고 관행적으로 지원하던 민간보조금도 대폭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전북도는 세수 감소폭이 더 심각하다. 교부세가 1900억원, 지방세가 115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심각한 재정압박에 시·군 및 교육청에 주는 법정전출금 교부 유보까지 검토하고 있다. 시·군 보조사업의 도 분담율도 최대 30% 이하로 낮출 생각이다. 행정운영경비는 10%씩 일괄 삭감하기로 했다.

부산시와 경북도도 내년 보통교부세가 1000억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나섰다. 부산시 관계자는 "우선 급한 대로 홍보성 예산이나 행사성 사업, 유지·운영경비 등을 줄여나갈 계획"이라며 "보조금 사업도 성과평가를 강화해 대폭 삭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시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동안 받아오던 재정특례마저 올해로 마무리돼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 세종시는 광역과 기초 업무를 겸하는 단층제 지자체라는 이유로 그동안 연평균 209억원의 재정특례를 받아왔다. 보통교부세와 지방세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 재정특례마저 없어지면 심각한 재정위기 상황을 맞게 된다. 이 때문에 재정특례를 2030년까지 연장하는 세종시법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광주시는 교부세와 지방세가 3000억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역점사업의 내년도 국비 반영액까지 줄어 울상이다. 올해보다 971억원 줄어든 3조1426억원이 반영됐는데, 반영액이 줄어든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초거대 인공지능(AI) 맞춤형 데이터 전처리 실증 환경 조성' 사업 예산이 빠졌다. 이 사업은 현재 진행 중인 인공지능 집적단지 조성 사업의 핵심 과제다.

수도권 지자체들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인천시도 내년 세수 감소액이 1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하고 긴급대책을 수립 중이다. 서울시는 재정자립도가 높아 정부로부터 지방교부세를 받지 않는 이른바 불교부단체다. 상대적으로 정부 지원 축소의 영향을 덜 받는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예산 축소의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올해 재산세 수입 급감 등 세수 감소 타격을 입고 있다. 상반기 서울시 세수는 10조806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400억원 감소했다.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시세의 근간이 되는 재산세 수입은 하반기에도 계속 줄어들 전망이다.

재정위기는 벌써 시작됐다. 이미 지자체마다 곳간이 비고 있다. 전북은 현재 도 금고 잔액이 1000여억원에 불과해 평균 3000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던 예년과 비교하면 위험한 수준이다. 다른 지자체도 비슷한 상황이다. 금고 잔액이 대전시 2500억원, 전남도 4410억원, 부산시 1조1000억원 정도인데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절반 수준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내년 예산도 부족하지만 당장 하반기 재정운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며 "지방채 발행 등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한편 불교부단체인 경기도는 다른 지자체와 반대로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당장 추경예산안을 편성해 경기진작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본예산(33조8104억원) 대비 일반회계 60억원, 특별회계 1372억원 등 1432억원을 증액하는 추경안을 도의회에 제출했다. 내년 예산이 1조9000억원 가량 줄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감액 추경으로 지출을 줄여야 할 상황이지만 정반대 선택을 한 셈이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재정정책의 판을 바꾸는 추경안으로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초긴축 예산안, 국회심의 험로 예고 | ① 야당 강력반대] 과학계·전북도 집단반발 조짐 … 2024년 예산안 '기로'
초긴축 예산안 국회심의 진통 예고
이념 전쟁·경제·오염수 … 가을정국 '3대 변수'에 출렁
통화긴축 한은, 정부 긴축재정 긍정 평가

최세호 방국진 곽재우 윤여운 곽태영 이제형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김신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