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긴축 한은, 정부 긴축재정 긍정 평가
물가와 싸우는 중앙은행, 기대인플레 관리 과제
이창용, 재정·통화 단기 부양엔 "나라 망하는길"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한 가운데 한국은행 내부에서는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물가안정이 목표인 중앙은행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당국이 돈풀기에 나설 경우 기대인플레이션 자극 등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정부의 경제 및 재정정책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는 통화당국 담당자들의 특성상 29일 정부 예산안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한은 임원급 한 관계자는 29일 "이창용 총재가 그동안 우리나라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방향이 같기 때문에 외국에 나가서 말하기도 편하고, 기대인플레 관리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는 점을 평가해 왔다"며 "이번 정부 예산안의 세부 내역에 대해서는 더 살펴봐야 하지만 큰 방향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총재는 지난해 10월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중앙은행 총재로서 재정정책에 대해 단기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통화정책과의 일관성을 위해서는 재정정책의 긴축 운영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앞서 2021년 정기국회에서는 당시 문재인정부가 이듬해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전년 대비 8.9% 늘어난 확장적 재정정책을 내놓자 한은 통화정책과 엇박자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한은은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면서 본격적인 긴축적 통화정책에 나서기 시작했다.
따라서 한은은 정부의 이번 내년도 예산안이 전년 대비 2.8% 인상 수준에 그치면서 최소한 '통화긴축, 재정확장 엇박자'라는 논란은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인플레 관리에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하는 듯하다. 한은이 조사한 8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번달 기대인플레는 3.3%로 지난해 7월 4.7%까지 치솟았던 데서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통화·재정정책의 균형은 세계적인 석학들도 강조하고 있다. 한은이 올해 6월 개최한 '2023년 BOK 국제 콘퍼런스'에서 석학들은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인플레와 관련 '긴축적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기조연설을 한 나라야나 코처라코타 미국 로체스터대 교수는 "인플레에 긴축적 재정정책으로 대응하면 가처분소득 감소를 통해 현재 소비와 물가상승을 낮출 수 있다"며 "정부부채 축소는 미래 가계 이자수익을 감소시켜 미래 수요도 억누를 수 있다"고 밝혔다. 코처라코타 교수는 그러면서 정부부채가 거품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통화정책보다 (긴축적)재정정책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한편 한은 내부에서는 정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경기 부양을 위한 확장 재정을 자제한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은 한 국장급 인사는 "야당이 대규모 추경을 하자고 나서는 데도 단기적인 부양에 나서지 않은 점은 평가할만하다"고 했다. 다만 또 다른 관계자는 "재정정책의 효과는 단기간에 평가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 "연구개발비의 큰폭 축소 등은 장기적 측면에서 종합적인 평가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이창용 총재는 우리나라가 이미 장기 저성장에 진입했다면서도 단기적인 통화 및 재정정책으로 처방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지난 5월 금통위 회의후 가진 기자설명회에서 "(저성장 문제를) 재정·통화정책 등 단기정책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나라가 망가지는 지름길"며 "노동·연금·교육을 포함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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