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탁사 부실자산 2배 늘어
책임준공 못지킨 시공사 부채 떠안아
작년말 신탁계정대 부실 1.5조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 증가로 건설사들이 무너지면서 부동산신탁사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시공사가 책임준공 기한 내 준공을 하지 못하면서 신탁사가 의무를 이행하는 책임준공형 관리형토지신탁(책준형) 사업장에서 대규모 부실이 발생하고 있어 재무건전성에 비상이 걸렸다.

15일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4개 부동산신탁사 신탁계정대 부실(회수의문, 추정손실)은 1조5551억원으로 전년(6386억원) 대비 약 2.4배 늘었다. 신탁계정대는 사업비 조달 목적으로 신탁사 고유 계정에서 빌려주는 자금을 포함하고 있다.
건설사 부실로 기한 내 준공하지 못하는 책준형 사업장이 늘수록 신탁사의 책임준공 의무 이행으로 신탁계정대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다. 신탁계정대는 2021년 말 2조1522억원에서 2024년 말 7조7016억원으로 3.5배 증가했다. 2023년 말(4조8550억원)과 비교해도 58.6% 늘었다.
신탁계정대 부실이 늘고 있는 것은 신탁사가 고유계정에서 빌려준 자금을 받지 못한다는 의미여서 신탁사의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지게 된다. 신탁계정대 부실은 2021년 말 3145억원, 2022년 말 3313억원이었지만 부동산PF 부실이 본격화된 2023년 6386억원으로 2배 가량 늘었고, 1년 만에 다시 2배 증가했다.
책준형 사업장의 위험이 대손비용에 반영되면서 신탁사들의 순이익은 크게 악화됐다. 2021년과 2022년 각각 6000억원 이상 흑자를 냈지만 지난해는 643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신한자산신탁(-3206억원), 교보자산신탁(-2409억원), 무궁화신탁(-1198억원), KB부동산신탁(-1133억원) 등 4곳의 대규모 적자가 주요했다. 이들 신탁사는 책준형 사업장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향후 부실이 더 확대될 수 있다.
신한자산신탁의 책준형 사업장은 37곳, PF 잔액은 2조524억원에 달한다. KB부동산신탁도 31곳에 PF 잔액 규모는 2조492억원이다. 하나자산신탁(1조9474억원), 코리아신탁(1조3671억원)은 PF 잔액이 1조원을 넘었고, 교보자산신탁(9018억원), 우리자산신탁(9072억원)은 1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은 무궁화신탁에 대해 경영개선명령을 부과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무궁화신탁의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은 69%로 경영개선명령 기준인 100%에 미달했기 때문이다. 무궁화신탁의 부채비율은 2023년 6월 87.2%에서 지난해말 168.1%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금융당국은 “대주주의 자본확충 여력이 충분하지 않음에도 고유계정 우발채무(손해배상 책임)가 발생하는 책준형 토지신탁 사업을 확대하고 고금리 자금조달 등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15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최근 건설경기 악화는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했을 때 여러 지표에서 더 빠른 침체 양상을 보인다”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