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산업안전정책

산재안전 수준, 자연·사회 재난보다 ‘심각하다’

2025-06-13 13:00:07 게재

한보총, 한국갤럽 의뢰 ‘국민안전인식조사 … 산재 감소대책으로 ’정부의 철저한 감독과 관리’를 주문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중대재해법)은 50명 이상 사업장(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에서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50인(5~49) 미만 사업장은 2024년부터 적용됐다.

5월 19일 경기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작업 중 끼임사고로 사망했다. 2022년 10월 평택시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소스 교반기에 끼어 숨졌고 2023년 8월 성남시 샤니 제빵공장에서도 50대 노동자가 반죽기계에 끼어 사망했다. 이달 2일 태안화력발전소 내 한전 KPS 태안화력사업소 기계공작실에서 한국서부발전의 2차 하청업체 노동자인 김충현(59)씨가 혼자서 작업을 하다 끼임사고로 숨졌다. 2018년 12월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석탄 운송용 컨베이어에 끼어 목숨을 잃었다. 이들 SPC와 태안화력발전소의 이러한 끼임사고는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21대 대선에서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중대재해법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중대재해법이 악법이라며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고 처벌 수준을 완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사)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한보총)는 9~10일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한 ‘새정부 안전정책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을 발표했다.

한보총은 2021년부터 매년 안전보건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를 해왔다. 2020년 8월 창립한 한보총은 보건안전을 실현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제도개선과 실질적인 정책방안 제안을 통해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국 73개 단체, 회원 80여만명이 참여하고 있다.

국민 10명 중 7명은 중대재해법이 산업재해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했다. 또한 국민 10명 중 6명은 중대재해법을 현재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보총의 ‘새정부 안전정책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산재에 대한 우리나라 안전수준에 대해 국민 10명 중 7명(71.6%)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다.(매우 심각하다 17.0%, 심각한 편 54.6%) ‘심각하지 않다’는 25.6%였다.(전혀 심각하지 않다 1.1%, 심각하지 않은 편이다 24.5%)

이는 태풍 홍수 호우 지진 등 ‘자연재난이 심각하다’(53.9%)나 화재·붕괴·폭발·교통 사고 등 ‘사회재난이 심각하다’(61.1%)는 응답보다도 높게 나타났다.

◆해가 갈수록 중대재해법 ‘도움’ 인식 = 중대재해법이 산재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74.0%(매우 도움된다 30.1%, 도움 되는 편 44.0%)로 조사됐다. 같은 질문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2023년 데일리리서치 조사에서는 60.2%, 2024년 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서는 69.8%로 조사됐는데 올해 더 높게 조사됐다.

연령별로는 40대(83.2%) 50대(80.1%)에서, 직업별로는 학생(79.7%) 사무·경영·관리·전문직(77.1%)에서 중대재해법이 산재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중대재해법의 수준이 앞으로 어떠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국민 64.2%가 ‘현재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현재 수준 유지’는 21.4%이고 ‘현재보다 완화’는 10.6%에 그쳤다. 연령별로는 50대에서 72.9%로 가장 높았다. 이어 40대(65.6%), 60대(63.6%) 순으로 현재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인식했다.

정혜선 한보총 회장은 “2024년에 발생한 사고사망자 중 60대 이상이 48.5%이고 50대 이상으로 확대하면 74.4%를 차지했다”면서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 50~60대에서 중대재해법을 더 강화를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작년 조사선 ‘사업주의 투자와 노력’ 1순위 = 산재를 감소하기 위한 대책으로 ‘정부의 철저한 감독과 관리’(27.2%)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사업주의 적극적인 투자와 관심’(24.1%) ‘산업안전 관련 법과 제도 개선’(18.6%) ‘근로자의 안전수칙 준수’(18.1%) ‘사회적 안전문화 확산’(9.8%)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사업주의 적극적인 투자와 노력’(25.0%)이 1순위, ‘근로자의 안전수칙 준수’(22.5%)가 2순위였는데 올해 조사에서는 정부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더 높게 꼽은 것이다. 연령별로는 60대(33.6%), 70대(32.2%)에서 높게 나타났다.

새정부가 중요하게 추진해야 할 안전정책 분야로 국민들은 ‘산업안전 및 재해예방’(30.5%)을 1순위로 꼽았다. 이어 ‘건축물 교량 싱크홀 등 노후시설 안전’(21.7%) ‘홍수 화재 등의 재난’(13.3%) ‘폭염 미세먼지 등 기후변화’(13.1%) ‘학교 유치원의 안전’(11.9%) ‘교통안전’(7.2%)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1순위와 2순위를 합친 결과에서도 ‘산업안전 및 재해예방’에 대한 응답이 51.5%로 높게 나타났다. 이어 ‘노후시설 안전’(47.6%) ‘재난’(26.5%) ‘학교·유치원의 안전’(24.9%) ‘기후변화’(24.1%) ‘교통안전’(16.5%) 등이 뒤를 이었다.

◆“중대재해법 제대로 시행돼야 실질적 예방효과 거둬” =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본부를 산업안전보건청으로 격상하는 것에 대해 국민 65.6%가 찬성했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대부분 계층에서 높게 나온 가운데 40대(71.4%) 50대(69.6%), 충청권(69.3%) 전라권(71.3%) 등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정부는 2021년 7월 산재사고 예방기능을 확충하고 현장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고용부의 ‘산재예방보상정책국’을 ‘산업안전보건본부’로 확대·개편했다. 하지만 중대산업재해가 획기적으로 줄지 않자 새정부에서 정부조직 개편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은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기관으로 격상을 주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 회장은 “일부 정치권이나 경영계의 의견과 달리 대다수 국민들은 중대재해법을 더욱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며 “중대재해법이 제대로 시행돼 실질적인 예방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적극적인 추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정부에서 추진해야 할 안전분야 중 산업안전의 중요성을 1순위로 꼽았는데 이재명정부에서 산업안전보건 문제를 개선해 일터의 안전을 보장해 주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어떻게 조사했나

1. 조사의뢰자: (사)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2. 조사기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3. 조사일시: 2025년 6월 9일~10일

4. 조사대상: 전국 만 19세 이상 국민 1005명

5. 조사방법: 구조화된 조사표 이용 유·무선 RDD 전화조사

6. 가중치 적용방법: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치 부여(2025년 5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7.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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