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공격 승인 … 실행은 보류
이틀 연속 백악관 국가안보팀 회의
이란 “자위적 대응만, 외교는 열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시설에 대한 군사 공격계획을 승인했으나 최종명령은 내리지 않았다고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고위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공격계획을 승인했으며 이란이 핵무기를 포기할지를 지켜본 뒤 실행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을 공격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나는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이란이 핵무기를 갖는 것과의 선택이라면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황은 전쟁에서 특히 빠르게 바뀐다. 최종결정은 시한 직전에 내릴 것”이라며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 몇 주밖에 남지 않았다”고 거듭 경고했다.
이날 백악관에서는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국가안보팀과의 상황실 회의가 열렸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댄 케인 합참의장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는 약 1시간 20분간 진행됐다. 미국은 중동지역에 항공모함 전단, F-22 및 F-35 전투기, 공중급유기 등을 배치해 군사적 대비를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란 영공을 장악했다. 그들은 무방비 상태”라고 말했다.
이란 측은 방어적 대응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아락치 이란 외무부 장관은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에 “극악한 침략에도 불구하고 오직 자위적 조치만 취하고 있다. 공격은 이스라엘만을 겨냥했으며, 그를 지원하는 세력은 겨냥하지 않았다”면서 “이란은 자위권을 자랑스럽게 행사할 것이며, 침략자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동시에 “우리의 외교 의지는 확고하다”면서 “이스라엘이 공습을 중단하면 외교로 복귀할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단 한통의 전화를 걸면 전쟁은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 외무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실명 비공개를 전제로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회담을 수락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나 JD 밴스 부통령을 통해 회담이 가능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같은 날 협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벙커로 추정되는 안전지대에서 방송연설을 통해 “그들(미국과 이스라엘)은 이슬람 공화국 이란에 전쟁도 평화도 강요할 수 없다”면서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경우 의심할 여지 없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irrevocable harm)를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번 전쟁이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현지 언론들은 많은 이란 국민들이 생계파탄과 피난, 물자부족 등 현실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긴급회의를 요청했으며 회의는 6월 20일 열릴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통화했으며 푸틴이 중재를 제안하자 “러시아 문제부터 해결하자”며 화제를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은 복잡하고 많은 변수가 있다”면서 “다음 주가 매우 중요할 것이다. 어쩌면 일주일도 안 걸릴 수 있다”며 사태의 중대 전환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이스라엘과 이란은 일주일째 교전을 이어가고 있다. 인권단체에 따르면 이란의 사망자 수는 450명을 넘어섰고, 이스라엘에서는 24명이 사망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