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에 하메네이 차남 모즈타바 선출

2026-03-09 13:00:34 게재

군부와 밀착한 ‘막후 실세’

트럼프 “받아들일 수 없다”

미국·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뒤를 이어 그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라흐바르)로 공식 선출됐다. 이번 결정으로 미국과의 물리적 충돌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3월 9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한 전광판에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사진이 표시돼 있다. 로이터 = 연합뉴스

이란의 최고지도자 선출 기구인 전문가회의는 8일(현지시간) 임시회의를 열어 모즈타바 하메네이(56)를 이란 이슬람공화국의 제3대 최고지도자로 선출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회의는 성명에서 “전쟁과 적들의 위협 속에서도 단호한 투표를 통해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최고지도자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방송은 “압도적인 찬성표로 선출됐다”고 전하며 국민들에게 새 지도자를 중심으로 단결할 것을 촉구했다. 테헤란 도심에서는 일부 시민들이 축하집회를 여는 모습도 방송됐다.

앞서 최고지도자였던 알리 하메네이는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과정에서 사망했다. 이후 전문가회의가 소집돼 후계자 논의를 진행해 왔다.

모즈타바는 오랫동안 하메네이 체제의 핵심으로 꼽혀 왔다. 공식 직책은 크지 않았지만 혁명수비대(IRGC)와 정보기관을 중심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신들에 따르면 모즈타바는 ‘서구의 부도덕’을 조장하는 이란 청년들을 처형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고(故) 아야톨라 모하마드 타기 메스바 야즈디 밑에서 공부했고, 17세에 혁명수비대에 입대해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하비브 대대에서 복무했다. 해당 대대는 헤즈볼라 창립자 중 한 명이 이끄는 악명높은 이념 부대로 이들 중 다수가 안보 및 정보기관 고위 간부가 됐다. 전쟁이라는 비상 상황 속에서 군부·정보기관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모즈타바가 최고지도자 역할에 적합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란 보수 진영에서는 알리 하메네이를 ‘순교한 지도자’로 규정하고 그의 아들이 항전을 이어간다는 상징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혁명수비대와 민병대 등 강경세력 결속에 중요한 정치적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번 승계는 이란 체제의 근간과 충돌하는 측면도 있다. 이란 이슬람공화국은 1979년 팔레비 왕조 세습 체제에 대한 혁명으로 탄생했다. 그만큼 최고지도자 자리를 부자(父子)가 이어받는 것은 체제의 정통성을 흔들 수 있는 요소로 지적된다.

종교적 자격 논란도 예상된다. 최고지도자는 이슬람 법학자로서 높은 종교적 권위를 갖춰야 하지만 모즈타바는 중급 성직자 직위인 ‘호자톨레슬람’으로 알려져 있다. 이란 국영 언론은 이번 발표에서 그를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라고 부르며 권위 강화에 나섰다.

이번 결정은 미국과의 갈등을 더욱 격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모즈타바의 승계 가능성에 대해 “하메네이의 아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또 ABC 방송 인터뷰에서는 “우리의 승인을 받지 않는 지도자는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미국과 이스라엘은 알리 하메네이를 제거한 ‘참수 작전(decapitation strike)’을 수행한 전례가 있어 향후 모즈타바를 겨냥한 추가 군사작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러한 경고에도 이란이 대미 강경파로 분류되는 모즈타바를 최고지도자로 선출한 것은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란의 대외 노선이 더욱 강경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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