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4월 6일까지 이란 발전소 안 때린다”
한달째 접어든 중동전쟁, 이란으로 주도권 이동
끝내려는 트럼프, 에너지·드론으로 버티는 이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 유예를 다시 연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이란 정부의 요청에 따라 발전소 파괴를 4월 6일 오후 8시(한국시간 4월 7일 오전 9시)까지 열흘간 중지한다”며 “현재 대화가 진행 중이고 매우 잘 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5일 유예가 만료되기 직전 시한을 다시 늘린 것으로 협상 시간을 확보하는 동시에 전쟁종료 시점을 관리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4월 6일은 개전 약 6주차로 백악관이 제시해 온 “4~6주 전쟁” 프레임과 맞물린다. AP통신은 이를 두고 “트럼프의 중국 방문 이전 전쟁이 종착점에 이를 수 있다는 낙관적 신호”라고 평가했다. 5월 중순 시진핑과의 정상회담 일정 재확정 역시 전쟁을 일정 수준 정리하려는 구상과 맞닿아 있다. 로이터통신은 “확전 대신 관리 가능한 국면 전환을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했다.
하지만 이런 ‘시간 관리’ 자체가 미국 전략의 한계를 드러내는 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에드워드 루스 칼럼은 “트럼프의 전쟁 목표가 사실상 ‘현상 복원’ 수준으로 축소됐다”고 지적하며 초기 단기전 구상이 무너졌다고 분석했다.
전황을 바꾼 것은 이란의 전략이었다. 이란은 정면 충돌 대신 호르무즈 해협과 에너지 시장을 전장으로 끌어들였다. 글로벌 에너지 공급의 핵심 통로를 압박하며 유가를 끌어올렸고 전쟁을 국제경제 변수로 확장시켰다.
여기에 드론이 결합되면서 전쟁 구조는 더욱 이란에 유리하게 기울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의 ‘샤헤드’ 드론이 상용 부품 기반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 “공습으로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수만달러 수준의 드론을 막기 위해 수백만 달러의 요격 미사일이 동원되는 ‘비용 역전’ 구조는 장기전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비대칭 구조는 전쟁의 승리 기준 자체를 바꿔놓았다. 일란 골든버그는 외교전문채널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미국은 명확한 목표와 출구 전략 없이 전쟁에 들어갔다”며 이란은 “단순히 생존하고 에너지 시장을 교란하는 능력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승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더욱 강경해졌지만 동시에 불안정해지는 양상이다. 그는 26일 내각회의에서 “이란은 합의를 갈구하고 있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고, 석유 통제권 장악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군사 타격을 넘어 경제 압박을 시사했다.
협상 상황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의 종전안을 “비현실적”이라며 사실상 거부하는 대신 공격 중단과 배상, 호르무즈 해협 주권 보장 등을 역으로 제시했다.
군사 옵션 역시 뚜렷한 해법이 되지 못한다. 하르그섬 점령, 해협통제 등이 거론되지만 FT는 “점령보다 유지가 훨씬 어려운 작전”이라고 지적했다. 이란 본토와 인접한 지리적 조건 때문에 점령군이 지속적으로 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동맹 전선도 부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구에 응하지 않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해 “이건 테스트였고 우리는 기억할 것”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결국 4월 6일까지의 추가 유예는 단순한 ‘평화 신호’가 아니다. 협상을 위한 마지막 시간일 수도 있고, 더 큰 군사 행동(최후의 일격)을 앞둔 준비 단계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전쟁 한달 만에 흐름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시간을 벌려고 하지만 그 시간은 점점 더 이란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