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통제질서’ 공식화

2026-04-03 13:00:14 게재

국제사회, ‘항행 자유’ 맞대응 … 국제 해양질서 근본 충돌

이란이 전쟁 이후에도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국제 해상질서를 둘러싼 충돌이 전면화하고 있다. 주요국들은 ‘항행의 자유’를 내세워 외교·군사적 대응을 모색하며 맞서고 있다.

2026년 4월 2일 이스라엘 예루살렘 상공에서 탄도미사일 궤적이 교차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날 이스라엘 전역에는 공습 경보 사이렌이 울렸으며, 이스라엘군은 이란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탐지했다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이란 외무부 카젬 가리바바디 차관은 2일(현지시간) 러시아 스푸트니크 인터뷰에서 오만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관리하는 새로운 규칙(프로토콜)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제 전쟁 이전의 규칙이 적용될 것으로 기대해선 안된다”며 “평시에도 연안국과의 조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침략국과 이를 지원하는 국가들에 대해선 항행 제한과 금지가 불가피하다”고 밝혀 선택적 통제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기존 국제 해양법상 보장된 통과 통항권과 정면 충돌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란은 이미 해협 통과 선박 감시를 강화한 데 이어 통행료 부과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로를 사실상 ‘관리 수역’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제사회는 즉각 반발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걸프 아랍국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군사적으로라도 개방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다.

초안에는 다국적 해군 협력체를 통해 해협 통행을 확보하고 이를 방해하는 세력에 대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사실상 무력 사용을 열어뒀다. 그러나 상임이사국 간 이견이 뚜렷하다.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 프랑스도 무력 사용 문구에 반대하며 결의 채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외교전도 병행되고 있다. 이날 영국이 주도한 40여개국 외무장관 화상회의에서는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해협 재개방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이 채택됐다. 한국을 포함한 참가국들은 군사개입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제재 강화, 국제해사기구 협력, 기뢰 제거 등 단계적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 의장인 영국 외무장관은 “이란이 세계 경제를 인질로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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