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기업별 자구계획 이행 '각자도생'

2016-05-17 10:20:14 게재

자산매각·인력감축 집중

해운사는 벼랑 끝에 몰려

정부가 조선·해운업계를 취약업종으로 정해 구조조정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지만 조선업계는 사실상 개별 기업들이 자구안을 마련해 추진하는 '각자도생'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2일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에 인력감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자구안을 제출했다. 전체 인력의 10%인 약 3000명을 줄이고 선박건조 효율성이 떨어지는 도크부터 순차적으로 중단하고 보유 주식 등 비핵심 자산을 매각한다는 계획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KEB하나은행은 자구안 검토 후 세부적인 내용들을 점검해 조정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조만간 자구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동걸 회장이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을 만나 '시장이 납득할만한 수준의 자구안' 제출을 요구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시장이 납득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면 자구안을 돌려보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달말 내놓은 구조조정 추진 계획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당초 예정했던 것보다 더 많은 인력을 감축하고 급여체계 개편과 비용 절감 등을 통한 추가 자구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달말까지 경영상황별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해 상황별 인력 임금 설비 생산성 전반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현대·삼성중공업은 주채권은행이 최대한 자구계획을 요구하고 자구계획에 따른 집행상황을 관리토록 했다.

조선3사 모두 회사별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통한 고정비 절감으로 지출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마련한 자산매각과 인력감축, 경영효율화 등 정상화 방안을 계획대로 이행중이라는 입장이다. 3587억원의 자산을 매각하고 709명을 감축했으며 원가 개선으로 3000억원의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조6000억원의 자산을 매각하고 1533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삼성중공업도 1000억원의 자산매각과 1500명을 감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 관계자는 "선박 수주를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기업 자체의 자구안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고 업계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계가 위기에 직면해 있다면 해운업계는 이미 위기의 한복판에 서 있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의 문턱에 와 있다. 해운업이 호황이던 시기에 배를 장기간 비싸게 빌린 용선료의 덫에 걸렸다. 운임료는 급격히 하락했지만 비싼 용선료를 그대로 지불해야 하는 구조하에서 두 회사의 영업이익은 곤두박질 쳤다. 현재의 수익·비용 구조를 유지하면 영업을 할수록 적자가 커지는 상황이다. 두 회사는 선주들로부터 용선료를 깎지 않으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 현대상선은 이번주 용선료 인하 협상을 마무리할 예정이며 28~30% 가량 용선료를 깎을 전망이다. 한진해운은 용선료 협상을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용선료 협상에 성공하더라도 두 회사는 사채권자들로부터 '채무재조정 동의' 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채권단은 두 회사를 공동관리(자율협약)하는 조건으로 '용선료 인하와 채무재조정의 성공'을 내걸었다. 두 회사의 공모사채를 매입한 사채권자들이 채권의 50% 가량을 출자전환해줘야 가능한 일이다. 용선료 인하와 사채권자 채무재조정이 이뤄지고 채권단도 채권의 50% 가량을 출자전환하면 두 회사의 부채비율은 400% 이하로 떨어진다. 정부는 해운사의 부채비율이 400% 이하로 떨어지면 선박펀드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이어서 두 회사는 경영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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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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