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개선 없이 인수합병에만 초점맞춘 구조조정

입찰담합에 하도급 전쟁만

2016-05-24 10:34:12 게재

15년동안 중소건설사 2만여개 늘어 … '직접시공제' 확대로 건설업 질서재편 요구

한국 근대화 상징인 건설업계가 다시 구조조정 칼날 앞에 놓였다. 2009년 이후 7년만이다. 구조조정이 건설사간 인수합병으로 끝날 것인가, 체질개선에 필요한 제도 정비에 도달할 것인가를 놓고 업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건설사 재무구조는 다른 업종보다 상대적으로 탄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공능력 10위권 건설사의 자산대비 부채비율은 △GS건설 74% △쌍용건설 73% △대우건설 72% △두산건설 66% △현대건설 61% △대림산업 60% △포스코건설 58% △삼성물산 56% △현대산업개발 55% 등이다.

구조조정 도마에 오른 대우건설과 두산건설의 자본대비 부채비율도 각각 258%, 198%로 조선해운업종보다 재무상태가 건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건설사 구조조정은 후진국형 다단계식 하도급과 입찰담합 풍토를 갈아 엎어 체질개선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다단계 하도급 개선 의지 없어 = 전문가들은 건설업 체질개선 방안으로 직접시공제 확대와 입찰담합 근절을 제시했다. 이 두 가지 과제를 풀면 하도급 문제를 개선하고 노동시장 안정화, 공정경쟁 시스템이 담보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건설사 직접시공제는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제30조 2항에 따라 도급 금액 30억원 미만의 공공 공사에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적용 액수가 낮아 중소 건설사들만 해당되는 문제점이 있다. 그러다보니 파급효과가 크지 않아 건설업계 전반에 걸친 구조 개선 효과도 적다.

최승섭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은 "직접시공제를 100억원 이상 공공 공사에 도입하면 다단계식 하도급 문제와 근로자 임금 체불 등의 문제 대부분이 해결될 수 있다"며 "건설업 체질개선을 위해서는 직접시공제 확대 운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직접시공제는 무분별한 중소형 건설사 난립을 막는데도 효과를 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사 수는 2000년 3만9000여개에서 올해들어 5만7000여개로 대폭 증가했다. 2009년부터 건설업계가 수술대에 올랐지만, 기초체력은 약해지고 중소 건설사만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왔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부실 건설사 1618개가 문을 닫았다. 시공능력 평가 상위 100위 중 14개 건설사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무자격·부실기업 퇴출시스템으로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공사수행 능력과 기술자확보 수준을 조사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영업정지나 등록말소해 시장에서 퇴출시킬 방침이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입찰제도의 변별력을 강화해 부적격·부실기업이 도태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담합 적발하고 매번 '특별사면' = 입찰담합은 건설업계의 고질적 병폐다. 고속철·4대강·가스저장시설 등 대형 국책 공사에서 빠지지 않는 공식이기도 하다. 건설시장을 심하게 왜곡하는 입찰담합이 없어지지 않는 이유는 정부의 '봐주기 처벌'이 가장 크다.

입찰담합 '최고봉'으로 꼽히는 4대강 사건을 보면, 검찰은 2013년 9월 4대강 공사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혐의로 11개 건설사 법인과 전·현직 임원 22명을 기소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최종 부과율은 관련 매출액의 3.55%로 1155억원에 그쳤다.

담합 입찰의 경우 대부분 예정가의 90% 이상 가격으로 낙찰된다. 경쟁 입찰에서 저가 경쟁을 할 경우 70%대 낙찰이 많은 점과 비교하면 20% 이상 이득을 보는 것이다. 건설사로서는 매출액 3.55%의 과징금보다 얻는 이익이 더 큰 셈이다.

건설사가 과징금보다 더 민감한 것은 담합에 따른 행정제재, 즉 입찰참가제한조치다. 담합으로 처벌을 받으면 수천억원 규모 공사 입찰에서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마저도 '특별사면'으로 행정제재를 무효화했다. 지난해 8·15 특별 사면으로 입찰 담합 부정당업체 제재를 받은 70여곳과 2000개 건설 업체가 각종 제재에서 사면 혜택을 받았다.

입찰 담합 건설 업체들에 대한 대규모 사면은 지난 2012년과 지난 2006년에도 있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두 차례 이상 담합 과징금 처분을 받은 건설사만 해도 67곳으로 알려졌다. 상당수의 건설 업체들이 여러 차례 사면 혜택을 받고도 입찰 담합을 계속해 온 셈이다. 건설 업체들은 알게 모르게 정부가 담합을 묵인해 주고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경실련은 "정부가 자본주의 자유시장경제를 정면으로 부정한 공공공사 입찰담합 건설대기업들에 대해 특혜사면을 했다"며 "정부가 오히려 건설업계 공정경쟁 시스템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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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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