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노조 사회적책임

사회불평등·노동분단 해소, 사회적 대타협 필요

2021-07-20 11:19:13 게재

2020년 상·하위 10% 월 임금격차 6.25배 … 정부·재벌이 1차적 책임, "대기업노조도 '사회적 책임' 시급"

한국사회의 10대 90 불평등은 전 사회, 전 산업이 참여한 사회적 대타협으로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동분단'은 단위사업장, 몇몇 산업별이나 총연맹의 문제가 아니라 전 사회, 전 산업에 걸쳐서 벌이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은 '대기업 정규직노조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 토론회는 지난달 30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와 한국노총 화학노련 SK이노베이션노조가 주최하고 울산시의회 노동정책연구회가 주관해 열렸다.
한 사무총장은 "한국의 노동자계급은 지금 상위 10% 노동자와 하위 50% 노동자, 2개 계층으로 분단됐다"며 "하위 50%의 절대다수는 상위 10%로 올라갈 방법이 없고 2개의 계층은 자식에게까지 대물림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30일 울산시의회에서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와 한국노총 화학노련 SK이노베이션노조가 주최하고 울산시의회 노동정책연구회가 주관한 '대기업 정규직노조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울산시의회 제공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은 '노조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연대전략' 주제 발제에서 "우리나라의 노동분단 해소을 위해서는 북유럽 수준의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사는 임금을 적정 수준으로 조율하고, 정부와 정치는 사회복지를 강화하고 부동산가격을 잡아서 임금을 올리지 않더라도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조건을 창출해야 한다"며 "그런 사회를 위해 필요한 수준에서 전국민 증세에 대해서도 합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사무총장은 "한국의 노동자계급은 지금 상위 10% 노동자와 하위 50% 노동자, 2개 계층으로 분단됐다"며 "하위 50%의 절대다수는 상위 10%로 올라갈 방법이 없고 2개의 계층은 자식에게까지 대물림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소득격차 하위계층에 집중 = 한국경제연구원의 '소득분위별 임금 근로자 평균연봉 및 하한액 추이'를 보면 2018년 기준 상위 10%와 하위 50%의 격차는 2.43배로 나타났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김유선) 연구에 따르면 2020년 상위 10% 노동자와 하위 10% 노동자의 월 임금격차는 2019년 5.39배에서 6.25배로 확대됐다. 코로나19 위기가 취약계층에 집중된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한 '2019년까지의 최상위 소득 비중'을 보면 총소득에서 상위 10%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5년 47.1%에서, 2018년 48.5%로 증가세다. 급기야 2019년에는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절반에 가까운 49.4%를 차지했다. 2019년 기준 최상위 1%의 소득비중은 2015년 13.7%에서 2019년 14.9%로 1.2%p 늘었다. 상위 10% 내(49.4%)에서 최상위 1%를 제외한 9%의 소득이 34.6%에 이른다. 소득이 최상위 1%뿐만 아니라 상위 10% 계층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소득격차는 소비분단, 교육분단, 계층분단의 대물림으로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의 '2020년 연간지출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2분위 대 5분위 소비격차 가운데 특히 미래세대의 삶으로 이어지는 교육비 격차는 무려 4.84배에 달했다.

최필선 건국대 국제무역학과 교수의 '한국의 세대 간 사회계층 이동성에 관한 연구'(2015년)에 따르면, 부모 소득분위별 상위 20%(100) 대비 하위 20%의 4년제 대학진학률은 44.2, 2분위는 59.8, 중간 3분위는 77.7에 머물렀다. 부모의 소득격차가 자식 세대의 교육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조 주도로 금융분야 노사가 2018년 10월 설립한 금융산업공익재단. 사진 금융산업공익재단 제공


◆노동운동, 임금인상에만 매몰 = 2020년 6월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특성별 임금분포 현황에 따르면 대졸 이상의 평균임금을 100으로 할 때 전문대졸은 70.7에 머물고, 고졸 이하는 61.5에 불과하다. 전병유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다중격차, 한국사회 불평등 구조'에서 "1990년대 중후반부터 우리 사회의 불평등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소득·자산·주거 격차는 다시 교육 불평등에 영향을 주고, 출신대학에 따른 소득격차로 연결된다"고 진단했다.

이런 한국사회 소득불평등 문제는 1987년 이후 노동운동이 임금의 조율기능을 무시하고 임금인상에만 매몰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한 사무총장은 "나를 포함한 87세대 노동운동가들이 만든 오류"라며 "기업별 체계를 핑계로 산업임금 평균화 전략, 사회임금 평균화 전략을 구사하지 못한 노동운동에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한 사무총장은 노동운동 주류에서 제기하는 '불평등과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및 재벌과 투쟁해서 쟁취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제시했다.

한 사무총장은 "연소득 3000만원이 안되는 하위 50%의 소득이 상위 10% 소득과 비슷해지려면 해마다 1인당 5000만원이 필요하다"며 "2020년 말 기준 30대 재벌 사내유보금은 1045조1301억원인데, 이 돈으로 할 수 있는 건 고작 2년 정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노동자 간 소득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동운동 내부의 구상과 실천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노동운동이 지금 절박한 것은 전태일의 풀빵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재단사 전태일, 시다들 노동조건 때문에 산화" = 전태일은 청계천 평화시장 재단사였다. 재단사는 조금만 노력하면 사장이 될 수 있는 위치였다. 하지만 전태일은 위를 쳐다보지 않았다. 전태일은 시다라고 불리던 열서너 살 또래 어린 여공들이 하루 14시간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배곯는 모습을 외면하지 않았다. 전태일은 자신의 버스비를 털어 시다들에게 풀빵을 사주곤 했다. 자신도 14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을 한 상태에서 청계천 평화시장에서 창동 집까지 12km를 걷고 뛰며 퇴근했다.

한 사무총장은 "전태일은 지금으로 치면 중심부 정규직 상위 10% 노동자인 자신의 임금이 아니라, 중규직 미싱사와 비정규직 시다의 임금과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싸우다가 산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상위 10%든 하위 50%든 자신이 내놓을 수 있는 것을 내놓아 사회와 호흡하는 것이 사회적 책임"이라며 "사회연대전략이 한국의 모든 계급계층의 정치전략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회연대전략은 노조의 생존전략이고 운동전략이자 특히 미래세대 전략"이라며 "4차산업혁명이 노동자의 일자리를 파편화시키고 있고 미래세대의 상당수가 비정규직과 플랫폼 등 주변부 노동자로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연대전략으로 정규직 노조들이 △지역생활연대 △기금연대 △임금연대 △고용연대 △복지연대 △실천연대 등의 운동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 사무총장은 "특히 기업별로 임금을 인상하지 않더라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복지와 사회안전망을 만들어 나가는 실천연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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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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