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스포츠카브랜드 '포르쉐' 단숨에 시총 3위
본지 '글로벌 자동차업체 시가총액 1~20위 분석'
11~20위에 중국 3개사, 한국과 인도기업 각 2개사
미국 테슬라가 글로벌 완성차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가운데 독일 기업들은 자동차강국으로의 위상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중국기업들의 잠재력이 뜨겁고, 인도기업들의 부상도 주목할 만하다.
20일 내일신문이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시가총액을 분석(출처 companiesmarketcap.com, 2월 20일 오전 8시 현재)한 결과에 따르면 테슬라는 2020년 처음으로 시총 1위에 올랐다. 테슬라 시총(연말 종가 기준)은 2019년 757억달러에서 2020년 6689억달러로 783.6% 급등했다. 이어 2021년 1조610억달러로 꿈의 1조달러 시대를 연 이후 2022년말 3889억달러로 곤두박질쳤다. 그러다 올해들어 20일 현재 6591억달러(약 855조3800억원)로 40% 이상 오르며 반등에 성공했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는 지난해 4분기 테슬라 주식 24만주를 추가 매입하기도 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36% 증가한 243억2000만달러, 순이익은 36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이었다.
테슬라가 지난해 인도한 차량은 131만대로 역대 최대치였으며, 올해는 총 180대를 인도할 전망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1월에만 들어온 주문이 생산량의 2배인 역대 최대 물량"이라며 수요 둔화설을 일축했다.
하지만 테슬라는 최근 안전성이 도마위에 오르며 논란을 키웠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테슬라 차량의 완전자율주행(FSD)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리콜결정을 한 것이다. 이로 인해 리콜되는 테슬라 차량은 총 36만2758대다.
◆ BYD 경쟁력은 배터리·부품 자체 개발 = 2019년만 해도 시총 1969억달러로 글로벌 완성차업체 1위였던 일본의 도요타는 2020년 2000억달러를 돌파(2157억달러)했지만 테슬라에 왕관을 내주었다. 2022년엔 전년대비 26.3% 감소(1863억달러)했다가 20일 현재 1945억달러로 4.3% 증가했다. 시총 20위 안에 있는 기업중 올해 증가율은 가장 낮다.
도요타는 지난해 4~12월 매출액이 27조4640억엔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 18.0% 증가한 규모다. 하지만 순이익은 18% 감소한 1조8990억원에 그쳤다.
독일의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는 지난해 9월말 735억달러로 시장에 데뷔(상장)해 연말 921억달러로 장을 마쳤고, 올해 2월 4일 역대 최고치인 1134억달러를 기록하며 단숨에 3위로 진입했다. 현재 1108억달러다. 대주주인 폭스바겐을 훨씬 뛰어넘은 규모다.
포르쉐의 2021년 기준 잉여현금흐름은 34억유로로 전년대비 2.5배 증가했다. 연간 매출은 331억유로로 메르세데스-벤츠(1340억유로), BMW(1112억유로) 보다 적지만 고가 차량을 판매하기 때문에 매출 총이익률은 26.7%로 다른 회사보다 높다.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경기침체영향을 덜 받는 부유층이 주 고객인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시총 4위 BYD의 경쟁력은 배터리를 자체 개발해 생산할 뿐만 아니라 전기차 부품 대부분을 직접 개발한다는 점이다. 수직통합 전략으로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춰 가격경쟁력을 확보했다.
중국의 내수시장 규모가 방대한 점도 BYD에게는 이점이다. 이 회사 시총은 2011년 6월 87억달러로 시작해 2021년 11월 한때 1403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주가도 오르락내리락 반복 =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에 이어 5위를 유지했다. 2007년 10월 역대 최대치인 1130억달러에 이른 이후 16개월만인 2009년 2월 역대 최저치인 22억달러로 추락하기도 했다. 이후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했지만 명차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폭스바겐은 2021년 시총 3위에서 자회사 포르쉐에 자리를 내주며 3계단 하락한 6위로 조사됐다. 폭스바겐의 2022년 매출은 2790억유로로 전년 2502억유로 대비 1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25억유로로 이익률이 8.1%였다. 하지만 현금흐름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망 차질로 미완성차량이 늘었고, 재고도 예상보다 늘었기 때문이다.
BMW은 전년 8위에서 7위로 한계단 상승했다. 2015년 2월 세운 815억달러를 아직 깨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2022년 시총은 722억달러로 전년 1280억달러 대비 10.0% 감소에 그쳤다. 시총 상위 10개 기업중 가장 감소율이 적었다. 또 올해20일 현재 전년대비 증가율이 19%로 경쟁사대비 높지 않았다. 그만큼 외생변수에 덜 영향을 받으며 안정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GM은 8위로 전년 6위에서 두계단 하락했다. 2022년 하락율이 전년대비 43.8%로 비교적 컸다. GM과 함께 미국 전통차 양대산맥인 포드도 전년 7위에서 10위로 세계단 떨어졌다. 역시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43.6% 하락했다. 스텔란티스는 9위 자리를 지켰다. 2022년 전년대비 22.3% 감소했다가 올 2월 지난해 연말보다 21.7% 상승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확실히 저평가된 영역" = 시총 11위부터 20위까지는 중국기업 3개사, 한국과 인도기업 각 2개사, 이탈리아 일본 미국기업 각각 1개사가 차지했다. 인도기업은 마루티스즈키인디아(15위) 외에 마힌드라인도(19위)가 처음으로 20위권에 진입했다.
중국기업으로는 13위 그레이트윌모터컴퍼니(장성자동차), 16위 SAIC모터스, 18위 리오토가 포함됐다. 한국기업은 현대차가 14위, 기아가 17위를 차지했다. 기아는 지난해 21위에서 이번 조사에서 처음 2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탈리아 기업인 고급 스포츠카 페라리는 전년 14위보다 3계단 오른 11위, 일본기업 혼다는 전년 10위에서 2계단 후퇴한 12위, 미국 스타트업 루시드는 전년 13위에서 7계단 하락한 20위를 기록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현대차는 도심형항공모빌리티(UAM)이나 로봇사업에 대한 프리미엄을 전혀 못받고 있다"며 "하지만 최근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한데다 전기차 플랫폼이 우수하고, 자율주행분야로 진화도 빨라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확실히 저평가된 영역"이라며 "자동차 분야는 실적이 확인되고 주가가 움직이는 경향이 강한 만큼 향후 실적이 좋아지면 주가도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폭스바겐 65만명 고용 '최고' = 한편 글로벌 자동차업체 중 직원을 가장 많이 고용한 기업은 폭스바겐으로 64만5868명에 달했다. 이어 도요타(37만5396만명), BYD(28만8186명) 스텔란티스(28만1595명) 마힌드라(26만명) 혼다(20만4035명) 순이었다. 20만명 이상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은 이들 6개사였다. 이어 10만명 이상~20만명 미만인 기업은 포드(17만3000명) 메르세데스-벤츠(17만2425명) GM(16만7000명) 르노(16만명) 테슬라(12만7855명) BMW(11만8909명) 등 8개사였다.
현대차는 6만3942명으로 전체 10위, 기아는 3만4178명으로 26위로 조사됐다.
중국 스타트업 23인방 니오 리오토 샤오펑은 각각 1만3000~1만5000명 수준이었으며, 페라리와 루시드는 각각 4625명, 3900명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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