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잼버리 계속된 경고, 결국 터질게 터졌다

2023-08-04 11:30:20 게재

7년 전부터 문제 지적, 뒷북 대응 … 경제적 효과커녕 국제 망신 우려

결국 터질게 터졌다. 온열환자가 속출하는 등 혼돈에 빠진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새만금 잼버리) 얘기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6일 K-팝 콘서트 △11일 폐영식 등 폭염 속 대형 행사들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잼버리 소방서, 온열질환 대비해 구급차 추가 투입 | 전북도 소방본부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영지 내에 운영 중인 잼버리소방서의 구급차 운행을 늘린다고 3일 밝혔다. 사진 전북소방본부, 연합뉴스 제공


4일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폭염 등 현장 상황을 수시로 확인해서 향후 행사들을 어떻게 진행할지 관련 기관들과 논의 중"이라며 "안전은 물론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잼버리대회 공동조직위원장인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새만금 잼버리가 끝날 때까지 현장을 지키기로 했지만 뒤늦은 조치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기관별 역할부담 불분명 등 문제 제기 = 전북도는 우수한 한국 문화와 자연환경을 세계 속에 알리겠다며 새만금 잼버리 유치에 사활을 걸었지만 막상 대회가 열리니 '생존체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불만이 쏟아진다.

게다가 이러한 문제들은 이미 예견된 것들로 준비가 부족했던 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16년 '2023 세계잼버리 타타당성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이러한 우려들을 지적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전북도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맡긴 결과물이다.

당시 만들어진 '2023 세계잼버리 개최계획'을 토대로 타당성과 문제점 등을 분석했다. 물론 새만금 잼버리를 유치하기 전에 세워진 계획이라 현재와는 다른 점들이 있다. 하지만 위험 요소들에 대한 분석은 별반 다르지 않다.

잼버리 병원 '비상' | 3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 내 잼버리 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살피고 있다. 부안=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새만금 잼버리에 대해 SWOT(강점 기회 약점 위협) 분석을 한 결과, 행사 개최 시기인 8월에는 고온(최고 36℃까지 상승)과 태풍 발생 가능성이 있고 개최지 뿐 아니라 인근의 편의시설과 상점, 시장 등 경제적 효과가 창출되는 공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세계스카우트연맹이 정한 세계잼버리 개최 매뉴얼 중에서 재해예방과 대처 관련 기준이 한국 새만금 지역 상황에 맞는지 점검 △용수 배수 관련 사업 주체 불분명, 배수 사업의 추진(완료 시한)이 지연될 가능성에 대해 대비 △행사 개최 지역 주체(전라북도)와 행사 진행 주체(스카우트연맹) 사이에 명확한 역할분담 사전에 확정 등을 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폭염 아닌 미흡한 준비로 피해 커져 = 사실상 이번에 발생할 문제들에 대해서 이미 다 짚은 셈이다. 하지만 정작 준비 과정은 기대에 못 미쳤다. 폭염 탓으로 돌리기도 하지만 역대급으로 엄청난 더위가 발생한 건 아니다. 예측 가능한 수준이었다는 얘기다.

3일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더위가 평년(지난 30년간 기후의 평균적 상태)보다 훨씬 심하거나 그런 수준은 아니다"라며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습도가 좀 더 높았다는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상청의 기상자료개방포털에 실린 과거 데이터(종관기상관측자료)들을 분석한 결과, 새만금 잼버리가 열리는 전북 부안군의 7월 기온이 평년 보다 더 높거나 하지는 않았다. 습도 역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지금 벌어지는 혼돈을 주위 환경 탓으로 돌릴 수 없다는 소리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조직위원회는 2020년 7월에 출범해 약 3년의 준비 기간을 가졌다. 또한 공동위원장에는 여가부·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 등 5명이 이름을 올렸다. 총사업비는 국비와 지방비 등을 포함해 1082억원이 편성됐다. 게다가 이번 사태로 행안부는 재난안전특별교부세 30억원을 전북도에 즉시 교부하기로 했다.

2015년 세계잼버리가 열린 일본 야마구치현 키라라하마도 새만금 지역과 비슷한 간척지였다. 하지만 행사 준비 과정은 사뭇 달랐다. 야마구치현은 이곳을 개발하기 위해서 2001년의 '야마구치박람회'를 시작으로 다양한 내용의 대규모 행사를 연이어 열면서 잼버리 대회를 위한 인프라를 순차적으로 구축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대는 3일 긴급 성명을 내고 "온 국민이 새만금을 주시하며 걱정하는 판국"이라며 "잼버리 일정을 축소한다고 이를 비판할 사람은 국내외에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즉각적인 행사 일정 축소 및 프로그램 변경 긴급 조치를 통해 세계 각국에서 참가한 청소년들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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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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