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환율 급등, 증시 급락
이란 공습후 유가 13% 올라
금융시장 혼란 … 경기 급랭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타격하고 이란이 반격에 나서면서 국제유가는 치솟고, 국내 금융시장은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2일(현지시간) 오후 7시 50분 현재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2.56% 오른 배럴당 75.73달러를 기록했다. 개장 직후 배럴당 78.40달러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8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2.29% 오른 배럴당 78.77달러에 형성됐다. 개장 직후에는 배럴당 81달러까지 뛰어올랐다.
WTI 가격과 브렌트유는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개시된 이후 각각 13%, 10% 올랐다.
23일 오전 미국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선물은 0.6% 하락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0.09% 내리는 등 금융시장 혼란은 커지고 있다.
지난주 3년 5개월 만에 코스피 3000선을 탈환했던 코스피는 중동 전쟁이라는 암초에 부딪혀 2970대로 후퇴했다.
오전 10시 15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6.55포인트(1.54%) 내린 2975.29에서 하락 폭이 커지고 있다. 코스닥은 774.81로 전일 대비 16.72포인트(2.11%) 떨어졌다. 이 시각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15.6원 오르며 1381.14원에 거래되고 있다.
향후 국제유가 및 금융시장의 가장 큰 관심은 미국의 군사 개입이 초래할 중동 전쟁 리스크의 파장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란의 결사항전에 따른 전쟁 확산 및 유가 추가 상승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다.
실제 이란 의회는 22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가결했다. 봉쇄에 대한 최종 결정은 이후 최고 국가안보회의(SNSC)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호르무즈 봉쇄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유가(WTI 기준)는 일단 90달러 이상 수준까지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JP모건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거나 걸프지역 원유 인프라 피해가 발생할 경우 유가가 70% 가까이 급등, 최고 120~13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은 원유수입량의 약 71%가 중동산이고, 전체 도입량 중 68%가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해 들여오고 있다. 국제유가 변동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구조다. 유가 급등세로 글로벌 주식시장은 물론 국내경제 또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한국경제가 국제유가와 원달러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 이로 인한 민간 소비 악화, 수출 기업의 수익성 감소, 금융시장 침체로 경기침체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세계 경제는 다시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고유가로 인한 물가 불안 및 경기 둔화를 글로벌 경제가 단기간 감내해야 한다”며 “당분간 유가 추이가 글로벌 금융시장 흐름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고 강조했다.
이재호·김영숙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