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벽붕괴·하천범람 ‘극한호우’ 피해 속출

2025-07-17 13:00:24 게재

충남·경기남부 시간당 최대 100㎜

2명사망·수백명 대피…열차운행 차질

16일부터 이틀째 내린 집중호우로 충남 서산에서 차량이 침수돼 50대 운전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기 오산에서는 도심 고가도로 옹벽이 붕괴되면서 지나던 차량을 덮쳐 운전자가 숨졌다. 충남 당진·홍성에서는 새벽시간 하천이 범람해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이번 비는 19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간당 120㎜가 넘는 극한호우가 예보돼 재난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충남 서해안을 중심으로 강한 비가 내린 17일 새벽 충남 당진시 채운동의 한 아파트 단지가 폭우로 잠겨 있다. 연합뉴스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15분쯤 충남 서산시 석남동 한 도로의의 침수된 차량에서 50대 남성이 숨진채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이날 새벽 3시 59분쯤 차량이 침수됐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수색작업을 벌여 이 남성을 발견했지만 생명을 구하지는 못했다.

이날 충남 서해안 일대에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금강수계 하천 일부가 범람해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당진천이 3시 53분쯤 범람해 인근 주민 30세대 50여명이 긴급히 대피했다. 이보다 앞서 새벽 2시쯤에는 홍성 갈산천이 범람해 갈산시장 인근 주민들에게 대피명령이 내려졌다. 이 밖에도 부여·서천·서산·보령 등에서도 하천범람이 우려되면서 주민 수백명이 일시 대피했다.

금강홍수통제소에 따르면 범람한 당진·갈산천 외에도 공주 국제교, 예산 구만교·예산대교·서계양교, 아산 충무교, 당진 채운교 등의 수위가 심각한 수준이어서 홍수경보가 발령됐다.

앞서 16일 오후 7시 4분쯤 경기 오산시에서는 가장동 가장교차로 인근 고가도로 옹벽이 무너지면서 차량 1대가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매몰 차량에서 구조된 운전자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많은 비로 지반이 약해지면서 경기남부·충청 지역은 물론 전국에 산사태주의보도 내려졌다. 충남 청양에서는 이날 오전 9시 34분쯤 폭우로 인한 산사태가 발생해 주민 2명이 매몰됐다가 구조됐다.

극한호우 영향으로 기찻길도 일부 막혔다. 코레일은 오전 4시 30분부터 경부선 서울역~대전역 구간, 장항선 천안역~익산역 구간, 서해선 홍성역~서화성역 구간 일반열차 운행을 일시중지한다고 밝혔다. 1호선 전동열차는 평택역에서 신창역까지 구 일시 운행이 중지됐다.

문제는 이번 극한호우가 19일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17일 기상청은 “17~18일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 19일은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매우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고 예보했다.

이미 16일부터 17일 오전까지 많은 비가 내린 상태에서 이보다 많은 양의 비가 더 내릴 수 있는 만큼 피해 확산이 우려된다. 16일부터 17일 오전 6시까지 비는 충청권(50~300㎜, 서산 400㎜ 이상)과 수도권(50~100㎜, 평택 200㎜ 이상)에 집중됐고, 남부지방과 강원·제주 지역에도 10~100㎜의 많은 비가 내렸다.

18일 오전까지 수도권에 매우 강한 비가 내리겠지만 지역별로 강도는 다를 전망이다. 경기남부 쪽이 서울이나 인천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릴 수 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17일 오전 4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하고, 호우위기경보 수준도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했다. 이에 따라 산림청도 산사태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 단계로 상향했고, 경찰과 소방도 재난상황실을 운영하며 비상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김신일·김아영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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