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드러낸 ‘재난대응시스템’ 개편 시급

2025-07-21 13:00:03 게재

예고된 집중호우에 전국 27명 사망·실종

이 대통령 “재난대응체계 전반 손보겠다”

정부의 자연재난 대응체계가 한계를 드러냈다. 예고된 집중호우에 전국적으로 27명이 죽거나 실종됐다. 100년 200년 빈도 극한호우가 해마다 반복되는 일상이 된 만큼 기존의 재난대응시스템을 시급히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오전 경남 산청군 신안면 일대 딸기 재배 비닐하우스가 최근 내린 폭우로 크게 파손돼 있다. 연합뉴스

2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지자체 등에 따르면 경남 산청군 주민 14명이 19일 내린 비로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다. 산청군은 16일부터 내린 누적 강수량이 800㎜에 육박했고, 19일 밤부터 시간당 100㎜ 안팎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하루 2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경기 가평군에서도 20일 하루 동안 6명이 죽거나 실종됐다. 인명피해가 발생한 충남 서산·당진과 경기 오산·포천, 광주 북구도 시간당 100㎜ 안팎의 비가 내린 지역이다. 전국을 휩쓴 기록적 폭우는 해마다 반복되는 이례적이지 않은 일이 됐다.

실제 기상청 분석자료를 보더라도 이번 집중호우 기간 200년 빈도 집중호우가 내린 지역이 10곳이나 된다. 지난해에도 경기 의정부·파주와 전북 군산 등에서 시간당 100㎜가 넘는 비가 내렸다. 군산에 내린 시간당 145.5㎜는 200년 만에 한번 올 수 있는 정도 양이다. 2022년 8월 서울 강남 침수를 불러온 비는 시간당 141㎜로 500년 빈도였다.

정부가 재난대응 기준을 높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대체로 시간당 100㎜ 안팎, 서울 강남의 경우 110㎜ 수준의 방재 성능 목표를 설정해 두고 있다. 행정안전부도 지난해 3월 도시지역 소하천 설계 기준을 기존 100년 빈도 홍수에서 200년 빈도 홍수를 대비할 수준으로 상향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기준을 언제까지 달성할지에 대한 목표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또한 현재 우리 주변 환경이 어느 정도까지 견딜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다. 조성일 르네방재연구소장은 “이상기후에 대한 대응 기준을 매년 상향해 가고 있지만 이를 언제까지 달성할지 구체적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재난대응체계 개편 의지를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일상화되고 있는 기후위기에 대비해 정부의 재난대응시스템도 대대적으로 정비가 필요하다”며 “자연재해 예측과 예방대응 피해복구와 지원에 이르기까지 재난체계 전반을 촘촘하게 손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16일부터 내린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피해는 21일 오전 6시 기준 사망 18명, 실종 9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경남 산청군에서 발생한 사망·실종자가 14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가평에서도 6명이 죽거나 실종됐다. 서산·당진 등 충남에서 3명이 사망했고 광주에서도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다. 경기 오산과 포천에서도 각각 1명씩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나 산사태를 대비해 일시 대피한 인원도 9887세대 1만4166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1404세대 2653명은 여전히 임시주거시설 등에 머물고 있다. 시설·재산 피해도 상당하다. 도로 침수 778건, 토사 유실 197건, 하천시설 붕괴 403건 등 공공시설 피해가 상당했다. 주택 등 사유시설 1857채도 물에 잠기거나 토사에 휩쓸렸다.

정부는 20일부터 이번 집중호우와 관련 범정부 복구대책지원본부를 가동해 신속한 복구에 나섰다. 피해가 심각한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0일 이들 피해지역에 대해 “특별재난지역 선정을 조속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신일·김형선·김아영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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