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 투자금을 ‘선불(up front)’로 표현하며 관세인하 조치에 대한 전제조건임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전에는 결코 받지 못했던 돈을 이제 받고 있다”며 “한국에서는 3500억달러(약 490조원)를 받게 된다. 그것은 선불이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행정부는 지난 7월 말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하던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대신 한국이 미국에 3500억달러 규모 투자를 약속하고 1000억달러 상당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도 병행하기로 구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 이행 방식과 투자 구조를 둘러싸고 양국 간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현금투자와 수익 대부분을 가져가길 원하는 미국과 보증 중심 투자를 원하는 한국 사이에 입장 차가 크기 때문이다.

방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외환시장 불안정 등을 이유로 미국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기는 어렵다고 미측 인사들에게 설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렇게 되자 미측 압박수위도 다시 높아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한국정부 관계자와의 비공개 회담에서 “한국은 일본과 유사한 구조의 합의를 수용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관세감면은 불가능하다”고 압박했다고 전했다. 대미 투자금 규모를 더 늘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선불’ 발언과 투자 확대 요구는 서둘러 협상을 마무리하면서도 미측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골적 압박으로 풀이된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