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중동 최악 시나리오 염두”
“필요하면 자동차 5·10부제 에너지 절감 대책”…트럼프, 한국 파병 압박 전면화
이재명 대통령은 17일 중동 정세 악화와 관련해 “상황 장기화를 전제로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전쟁 추경’의 신속한 편성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중동 상황이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재같은 양상이라면 석유 가격이 다시 불안정해지고 민생 전반에 충격이 커질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취약계층과 수출기업 지원 등을 위해 전쟁 추경을 신속하게 편성해 달라”며 “국회도 최대한 빨리 심사해 신속히 집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에너지위기 대응 대책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UAE(아랍에미리트)에서 추가 원유를 확보했던 것처럼 외교 역량을 총동원해 공급선 발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에너지 절약 노력의 범사회적 확산을 위해 필요하면 자동차 5부제나 10부제 등 수요절감 대책, 수출통제,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 증가 등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는 화석연료 중심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신속히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가 세종에서 열리는 두번째 국무회의인 만큼 이 대통령은 지역 균형 발전과 관련해 구조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재정·세제·금융·규제 등 모든 정책 수단을 지방 주도 균형 성장에 맞춰서 새롭게 정비해 달라”면서 “예를 든다면 균형발전 영향평가를 모든 정책에 적용하는 방안도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제안했다. 정부정책이 지방균형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나흘 후로 다가온 BTS 광화문 공연과 관련해 “테러 가능성까지 포함해 모든 상황에 철저히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숙박시설 화재, 산불 대응 등에 대해서도 예방과 대응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실제보다 부풀린 주한미군 규모와 왜곡된 에너지 의존도 수치를 근거로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군사 참여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미 국무부까지 외교 채널을 통해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파병 요구가 사실상 공식 의제로 격상되는 흐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국과 일본, 독일에 각각 4만50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며 “그들은 우리를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뢰 제거와 해상 호위 작전 참여를 언급하며 동맹국의 ‘기여 부족’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은 것이다. 하지만 실제 주한미군은 약 2만8500명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은 1%도 안 되는데 왜 우리가 지키느냐”며 에너지 수입 의존국의 책임 분담을 요구했다. 미군 주둔과 에너지 수입 구조를 결합해 동맹 압박 논리를 강화한 셈이다.
이 같은 기조는 행정부 차원에서도 이어졌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같은 날 조 현 외교부 장관과 통화에서 “호르무즈 해협 안전 확보를 위해 여러 국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측 요청으로 성사된 통화에서 해당 메시지가 전달된 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발언이 외교적 요구로 공식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등 유럽 동맹에도 불만을 표출하며 “그들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반응을 보고 싶다”는 발언까지 내놓으며 이번 요청이 동맹의 태도를 시험하는 성격임을 시사했다.
김형선·정재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