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장보고대상 수상자 | ① 홍 섭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센터장
심해저 광업 '채광기술' 세계 표준에 접근
20년 한 길로 채광용 로봇 개발 … 상업화 앞두고 세계기술 선도
모든 자원은 희소하다. 인류는 육지의 광물자원이 부족해질 때를 대비해 깊은 바다 속 광물자원을 활용하려 한다.
홍 섭(56)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해양플랜트산업기술센터장은 인류사에 새로운 장을 열게 될 '심해저 광업' 중 채광 부문에서 한국이 세계 선두에 설 수 있게 했다.
◆해저환경에 충격 덜 주는 기술 선점 눈앞에 =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구성된 국제해저기구(ISA)는 심해저 광업으로 바다 속 생태계가 파괴되거나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심해저 광업에 대한 규약을 준비하고 있다.
국제해저기구는 2015년까지 심해저 탐사계약을 만료하고 개발규칙을 만들어 개발권을 부여하는 단계로 넘어갈 예정이다.
국제해저기구에 가입한 167개국 중 탐사계약을 맺은 곳은 한국을 포함 7개국이다.
국제해저기구는 개발규칙을 만들기 위해 심해저 채광에 대한 환경충격실험을 진행해야 한다. 환경충격실험은 해저광물을 채집하는 과정에서 환경이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지 검증하는 작업이다.
홍 센터장은 "국제해저기구는 우리가 개발한 미내로를 환경충격실험에 사용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며 "미내로를 통해 시험을 하게 되면 우리 기술보다 환경 친화도가 낮은 장비와 기술은 심해저 광업에 사용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심해저 광물을 채광하는 기술에서 한국이 표준을 선점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제해저기구 사무총장이 오는 23일부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에서 열리는 워크숍에 참여하기 위해 방한할 예정이다.
국제해저기구는 환경영향평가를 하기 위해 저서생물(해저에 사는 생물)의 분류학 표준을 만들고 있다. 이번 워크숍에는 환경영향평가를 담당하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융복합 기술총아 로봇을 심해저 광업에 적용 = 홍 센터장이 주도해 2012년 6월 개발한 '미내로'(MineRo)는 수심 5000m 심해저에서 광물을 채집하는 시험용(파일럿) 로봇이다.
파일럿 로봇은 실전에 투입하기 전 단계에서 진행하는 실증용이다. 파일럿 실증 이후 상업용 개발까지 기간은 10년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외국의 민간기업들도 2020년대 초중반에 상업용 심해저 광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어 국내외 기술진의 경쟁이 치열하다.
미내로는 2012년 동해의 수심 130m 해저에서 모조단괴를 채집하는(집광성능) 시험에 성공했고 2013년엔 동해 수심 1370m 해저에서 주행경로 추종시험에 성공했다. 깊은 바다에서 집광로봇이 미리 설정한 경로('COREA', 'MineRo')를 따라 정확히 움직인 것은 세계 최초다.
미내로는 깊은 바다에서 목적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갖춰야 할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일정한 속력으로 주행한다.
로봇이 심해저 작업을 스스로 수행하기 위해선 우선 자기 위치를 파악하고, 미리 설정한 경로를 따라 움직이는 경로추종능력을 갖춰야 하며, 미끄럽고 연약한 해저에서 미끄지는 것도 최소화해야 한다.
홍 센터장은 "미내로 이전의 채광기술과 미내로의 차이는 청소기와 청소로봇에 비유할 수 있다"며 "청소기는 일일이 기구를 끌고 다니며 청소해야 하지만 청소로봇은 스스로 방 구조를 파악하고 청소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등 심해저 광업 선행국가들도 해저광물을 채집하는 데 성공했지만 로봇방식이 아니다. 선박플랜트연구소는 채광로봇 상용화를 앞둔 마지막 시험을 내년에 진행할 계획이다.
국내 고유모델로 우리 연구진이 독자 개발한 미내로는 심해저 지형에 맞게 작업할 수 있도록 2개의 단위 로봇을 합체할 수 있게 만들었다. 미내로는 길이 6m, 폭 5m, 높이 4m로 공기 중에서 30톤 중량이다.
해저 상황에 따라 단위 로봇 하나만 작업할 수도 있고 합체해서 작업할 수도 있다.
◆한국이 확보한 심해저 광구에 200조원 규모 망간단괴= 홍 센터장은 국내에 '심해저 광물자원(망간단괴) 채광기술'이 빈약했던 1994년 연구를 시작했지만 20여년 이 분야에 집중해 '집광로봇/통합운용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였다.
미내로가 캐낼 해저에서 캐낼 망간단괴는 21세기 첨단산업의 기초소재로 활용되는 금속광물인 망간, 니켈, 구리, 코발트를 함유하고 있어 해저의 검은 노다지로 불린다.
니켈은 화학·정유시설, 전기제품, 자동차 관련 소재로 쓰이며 구리는 전기전자, 자동차 엔진, 건축 설비 등에 두루 쓰인다.
우리나라는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1994년 8월 하와이 동남쪽 2000km 공해에 있는 클라리온-클리퍼톤(Clarion-Clipperton. C-C)해역에서 심해저 망간단괴 광구(15만㎢)를 국제해저기구에 등록했다. 세계에서 7번째였다.
한국은 그동안의 탐사활동 결과를 토대로 2002년 8월 C-C해역에서 7만5000㎢(남한면적의 4분의 3)의 독점적 탐사광구를 확보했다. 바다 깊이는 5000m에 이른다.
이곳의 망간단괴자원 부존량(추정)은 약 5억6000만톤으로 연간 300만톤 규모로 채광할 경우 100년 이상 개발할 수 있는 양이다. 해양수산부는 상업적 가치가 200조원으로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홍 센터장은 어린 시절부터 해양에 대한 꿈을 키웠다. 그는 태어나던 해 부친을 여의고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초등학교 4학년 때 육군사관학교(26기) 출신 형님이 일본에서 사 온 '해저 2만리'를 읽고 바다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 입학(1978년)한 후 전공을 선택할 때 조선공학을 택했고, 파독 간호사로 독일유학생과 결혼한 누나가 있던 독일에서 박사 과정을 마쳤다.
홍 센터장은 "독일에서 유학한 것도 미내로 개발에 큰 밑거름이 됐다"며 "독일은 1980년대 초까지 심해저 광업 기술개발에 투자를 많이 했는데, 그런 선행연구를 많이 참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학을 마치고 연구소에서 일하던 그에게 붙은 별명은 '독일병정'이었다. 철두철미한 독일인의 성향이 그의 연구방법론에 묻어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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