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장보고대상 수상자 | ② 주강현 제주대학교 석좌교수

'길 없는 길' 만들어 온 해양 문화연구의 상징

2014-11-20 00:00:01 게재

학문간 벽 넘어 실사구시 … "한국에선 산을 연구해도 바다에 이르게 돼 있다"

19일 열린 제8회 장보고대상 시상식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주강현(60) 제주대학교 석좌교수는 카메라와 노트 한 권을 들고 바다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 그가 30여년간 국내는 물론 세계 바다를 다니며 기록한 글과 사진은 50여권 책에 담겼다.

제8회 장보고대상 시상식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주강현 제주대학교 석좌교수는 3면애 바다인 한국에서 바다를 연구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최근 남방정책(해양정책)에 대한 담론을 일으킬 잡지 '해양문화'를 창간했다. 사진 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연구원 제공


주 교수는 최근 아시아권 바다를 포함 시베리아와 태평양 연안, 지중해와 대서양을 아우르며 비교해양문명사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사재 출연해 '아시아퍼시식해양연구원' 열어 = 주강현 교수는 지난해 11월 사재 3억원을 출연해 제주 애월읍에 '아시아퍼시픽 해양문화연구원(APOCC)'을 열고 원장에 취임했다. 그는 왜 서울이 아닌 제주에 연구원을 열었을까. 육지에서 보면 제주도는 멀다. 귀양지였다. 서울에서 제주도로 귀양을 보낸다는 것은 가다가 죽어도 된다는 것이었고, 다시 보기 싫다는 것이었다.

바다에서 보면 제주도는 전혀 다르게 떠오른다. 제주는 한국 중국 일본이 만나는 곳이다. 동북아의 마디, 연결점이다. 주 교수는 '글로벌 네트워크'라고 했다. 한국에 제주도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연구원은 서울이 아니라 제주가 적합하다"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아시아퍼시픽해양연구원이 출범하자 그 효과는 당장 나타났다. 해양수산 전문가들이 평소 다듬어왔던 생각을 내뿜었다.

지난해 11월 연구원 출범을 기념해 제주대학교 해양과학대에서 열린 세미나 '왜 해양에서 소프트파워가 중요한가'에서 김응서 해양과학기술원 연구위원은 "막강한 해양력을 바탕으로 세계 초강대국의 지위를 누리는 미국은 그 뒤에 해양과학기술과 관련 문화가 있다"며 "해군력이라는 하드파워는 조선해양과학기술이라는 소프트파워가 없으면 형성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연구원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원장 김성귀)과 함께 오는 27일부터 사흘간 제주에서 '제3차 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네트워크' 국제회의를 개최한다. '아시아퍼시픽 오션소프트파워와 해양도시전략'을 주제로 한 이번 회의는 중국 일본 대만 등 4개국 해양전문가들이 참석해 제주상공회의소, 산귤재, 우도 등을 오가며 열린다. 셋째날에는 우도에서 일반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제주등대 및 해양문화답사도 열 계획이다. 해양문화의 대중화에 힘써온 주 교수의 철학이 담겼다.

주 교수는 "이번 국제회의에서 새로운 미래를 모색하는 해양도시들의 전략을 비교·고찰해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오션소프트파워 가치와 잠재력을 발견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바다에서 본 다른 세상 드러내 = 주 교수는 '실사구시'가 몸에 밴 사람이다. 1985년 경희대학교 박물관 학예사로 민속학에서 출발한 그가 바다를 연구하게 된 것은 이유가 없다.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는 게 그의 답이다. 그가 생각할 때 중국내륙의 사람이 해양을 연구하면 왜 그럴까 궁금증이 생길 수 있지만 삼면이 바다인 한국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그는 "한국에선 산을 연구해도 바다에 이를 수밖에 없다"며 "한라산도, 울릉도 성인봉도 바다의 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태안반도가 고향인 스승(김태곤)을 따라 1980년대 초반부터 섬을 다녔다. '시화호 사람들 연대기', '천수만 연대기'는 간척이 이뤄지기 전 시화호와 천수만에 대한 마지막 기록이다. 그는 1996년 '조기에 관한 명상'을 쓰면서 본격적으로 해양을 포함한 연구로 지평을 넓혔다.

그의 실사구시는 '융합'으로 드러난다. 그가 보고 기록하고 연구한 결과물들엔 뭍과 바다가 얽혀 있다. 융합이다. 바다와 육지의 연결 공간에 있는 '등대'(2007년 출간)에 관한 기록에서 그는 '제국의 불빛과 근대의 풍경'을 함께 드러냈다.

그는 '제국의 바다 식민의 바다'(2005년)와 '관해기'(2006년)에서 육지 중심의 세상에 익숙한 우리에게 바다를 통한 역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보여주더니 '적도의 침묵'(2008년)에서는 시야를 태평양으로 넓혔다.

육지와 바다를 경계없이 오가는 그가 섬을 놓칠 리 없다. 2008년엔 '독도견문록'을 내놓았고 2012년엔 '유토피아의 탄생, 섬-이상향/이어도 심성사'을 선보였다. '독도견문록'은 이전까지 나왔던 독도 관련 책과 조금 달랐다.

역사학, 지리학, 고고학, 생태학, 해양학 등 학문의 장벽을 뛰어넘었고 320여장의 사료와 현장 사진이 첨부됐다. 14차례 독도를 찾은 결과였다.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이다.

'~섬-이상향'에선 이어도라는 섬에 자신들의 심성을 투영한 제주도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자 했다. 소설 홍길동전에서도 드러나듯 동서고금에서 섬은 이상향이었다. 그는 2005년 '광복 60주년 기념사업회'가 한·중·일·러시아를 연결한 '평화의 배' 항로도 바꿨다. 상하이로 가는 뱃길에 이어도를 넣은 것이다. 당시 배를 탔던 시민들은 전설의 섬 '이어도'를 눈 앞에서 봤다. 주 교수가 없었다면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일이었다.

◆해수부에 '남방정책' 주문 = 학문의 경계와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그는 실천적 지식인으로 상아탑과 현실의 경계도 넘어섰다. 주 교수는 2008년 해양수산부 해체반대 지식인위원장으로 나섰고, 2012년엔 해수부 부활 대열에 어깨를 걸었다. 한국과 일본은 해양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 제국과 식민으로 운명이 달라졌다고 보는 그로선 당연한 일이었다.

주 교수는 해수부가 부활하자 '남방정책'을 주장하기도 했다. 북방정책이 대륙정책이면 남방정책은 해양정책이다.

그는 지난 5월 세월호 참사 문제의 핵심으로 해양경찰을 지적하는 글을 언론에 발표해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뒤에서 쑥덕거리던 말이 공론의 장에 등장했고, 결국 해경은 사라졌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쓴 소리다. 해양방재청을 주장했던 그로선 해양방재기능을 국가안전처로 보낸 게 잘못된 처방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주 교수는 한국해양재단의 전신인 해양문화재단에서 해양문화연구소장을 역임했고 계간지 '해양과 문화'를 창간해 13년간 편집주간으로 활약했다.

여수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세계를 다녔고, 박람회 전략기획위원과 해양수산자문위원으로 활동해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주 교수는 최근 잡지 '해양문화'를 창간했다. 부활한 해수부가 항로를 벗어나지 않도록 감시하는 일도 자임했다. 실사구시로 '길 없는 길'을 개척해 온 그의 행보를 해양수산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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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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