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장보고대상 수상자 ④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 대한민국 주권 남·북극까지 넓혔다

2014-11-24 13:42:10 게재

장보고기지 건설로 남극연구 역량 세계 10위로 도약 … 북극연안국과 협력도 활발

제8회 장보고대상 시상식에서 해양수산부장관상을 받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소장 김예동)는 과학연구를 통해 남극과 북극에 대한민국 주권을 확대하고 있다. 극지연구소는 지난 2월 남극에 두 번째 상주기지인 장보고과학기지를 준공, 세계 10위 남극연구국가로 도약하는 발판을 놓았다.

남극에는 20개국이 41개 상주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 중 2개 이상 상주기지를 운영하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칠레 아르헨티나 호주 인도 등 10개국이다. 극지연구소 역할은 북극연구에서도 뚜렷하다. 지난해에는 한국이 북극이사회의 정식업저버 국가로 가입하는 데 공을 세웠다.

극지연구소 소속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연구팀들이 지난 2월 11일 남극장보고기지 근처 데이비드빙하 앞쪽 바다에 '해저면지진계'를 내리기 직전 막바지 점검을 하고 있다. 해저면지진계는 빙하가 움직이면서 내는 진동과 지각활동으로 나오는 신호를 관측한다. 이 지진계는 내년 2월 아라온호에서 음향신호를 보내면 해수면 위로 떠오른다. 사진 장보고기지공동취재단


올해 장보고대상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은 심사평에서 "극지연구소는 대통령상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공적을 세웠지만 최근 과학기술훈장인 웅비장과 대통령표창 등을 받은 점을 고려했다"고 심사과정에서의 고민을 밝히기도 했다.

◆남극에 세종기지 이어 26년만에 장보고기지 준공 = 극지연구소는 지난 2월 12일 남위 74도 37분 동남극 테라노바만에 장보고과학기지를 준공했다. 1988년 2월 남극 킹조지섬에 세종과학기지를 준공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정부는 지난 2004년 남극에 두 번째 상주기지를 건설하기로 하고 2006년부터 남극에 대륙기지 건설을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세종과학기지(남위 62도 13분)가 남극 대륙이 아닌 섬에 치우쳐 대륙에 기반한 연구를 수행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남극대륙에서는 지구 전체 환경변화를 포함한 빙하, 천문 우주, 운석 연구 등을 기대하고 있다.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로 구성된 현지 조사단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남극대륙 6개 예비후보지에 대한 현장 답사를 진행, 제2기지 건설지를 남극 로스해 연안 북빅토리아랜드 테라노바만 해안지역으로 결정했다. 이곳은 비교적 넓고 평탄한 지형으로 견고한 암반도 노출돼 있어 기지 건설을 위한 보급과 작업에 필요한 환경도 좋았다.

또 인근에 이탈리아의 마리오쥬켈리기지와 독일의 곤드와나기지가 있어 국제 공동연구를 활발하게 추진할 수 있고 인프라를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혔다.

위치가 정해지자 극지연구소는 제2기지 명칭을 정하기 위한 공모를 진행해 '대한민국 남극장보고과학기지'로 결정했다. 극지연구소는 "9세기 해양 실크로드를 개척해 국제적인 물류와 문화교류를 가능하게 했던 장보고의 개척정신과 도전정신을 본받아 남극과학 발전과 새로운 연구분야에 도전하는 국제적인 장으로 활용하고자 제2기지 이름을 '장보고'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2048년 이후 남극시대 대비 = 건설지역과 이름이 정해진 뒤 극지연구소는 2010년 5월 제33차 남극조약협의당사국회의(ATCM)에 장보고기지 건설에 관한 의향서를 제출했다. 또 2011년, 2012년에 열린 제34, 35차 남극조약협의당사국회의에는 장보고기지 건설 및 운영을 위한 '포괄적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및 최종안을 제출해 만장일치를 동의를 받았다. 남극에 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얻어야 하는 남극조약 환경보호위원회 가입국(50개국)의 만장일치 동의를 받은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한국의 건설역량이었다. 남극세종기지를 건설한 경험을 가진 현대건설은 남극의 여름기간을 활용해 2012년 12월부터 2013년 3월까지, 2013년 10월부터 2014년 3월까지 두 단계로 건설계획을 짜 기한 안에 공사를 마쳤다. 남극의 겨울은 바다 얼음(해빙)이 2~3m 이상 두껍게 얼어 쇄빙선으로도 항해하기 어렵다.

한국의 장보고기지 준공식엔 미국·뉴질랜드·이탈리아 등 인근 남극기지 대표들도 참석해 축하했다. 남극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위상이 드러났다. 한국도 강창희 당시 국회의장과 문해남 해양수산부 해양정책실장 등이 참석하며 남극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영상메시지를 통해 "남극은 자연과학의 거대실험장이자 막대한 자원을 보유한 기회의 대륙"이라며 "첫 월동연구대 여러분이 해상왕 장보고의 진취적 기상과 개척정신을 이어받아 우리나라 극지탐사의 새 지평을 열어주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장보고과학기지 완공으로 남극연구는 더욱 풍부하게 진행되고 있다. 남극 킹조지섬에 있는 세종과학기지는 해양환경·연안생태 등 연안기반 연구에 집중하고, 장보고과학기지는 빙하·운석·오존층·극한지 공학 등 대륙기반 연구의 전진기지 역할을 맡고 있다.

남극은 남위 60도 이하의 빙붕과 바다, 대륙을 모두 포함한다. 국제사회는 1959년 남극조약을 체결하면서 남극대륙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동결했다. 남극조약에 따라 평화적 목적을 위해서만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과학조사의 자유는 보장돼 있고 이를 위해 군의 요원이나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 미국 등은 남극기지 운영에 군을 활용하고 있다.

1998년 발효한 남극환경보호의정서에 따라 2047년까지 남극에서 광물자원은 개발할 수 없다. 하지만 세계 각국은 2048년 이후를 위해 남극에 기지를 건설하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남극에 대한 과학연구의 성과가 2048년 이후 남극에 대한 발언권을 담보한다.

극지연구소는 장보고기지 건설 이후 남극에 제3의 과학기지를 건설하기 위한 장정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제2쇄빙선 건조와 남극활주로 건설 등에 나섰다. 남극대륙에 세 곳 이상의 상주기지를 운영하는 국가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이탈리아(공동) 뿐이다.

장보고기지 건설 이후 극지연구소는 올해 과학사에 뚜렷한 족적도 남겼다. 극지연구소 박 현 박사팀이 주도한 국제 공동연구진이 남극 바다에만 서식하는 물고기의 유전체를 해독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지난 9월 25일 유전체연구분야 국제학술지 '게놈 바이올로지'는 박 박사팀과 국내 바이오벤처 디엔에이링크, 미국·호주 연구진 등이 남극 해양 고유생물인 '남극대구'의 전체 유전자 염기서열을 세계 최초로 해독했다며 연구결과를 게재했다.

남극어류는 극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산소 공급에 필요한 헤모글로빈을 포기하거나 혈액 결빙을 막는 등 다양한 유전적 변화를 이룬 동물들로 연구가치가 높다. 이들의 유전체 정보는 생물의 진화과정과 적응현상을 규명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태평양북극그룹 이사회 차기 의장 진출도 = 극지연구소는 남극에 앞서 2002년 4월 29일엔 노르웨이령 스피츠베르겐 섬(북위 79도)에 북극기지인 다산과학기지를 열었다. 지난해에만 4개국 14개 기관 87명이 다산기지를 방문해 북극연구를 함께 진행했다. 다산기지의 활약은 지난해 한국이 북극이사회에 업저버국으로 진출한 거름이 됐다.

북극연구에서 한국의 영향력은 최근 더욱 확대됐다. 지난달 30일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태평양북극그룹(PAG) 연례회의에서 강성호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극지해양환경연구부장)이 차기 의장으로 선출됐다. 태평양북극그룹은 2004년 한국·중국·일본·미국·러시아·캐나다 등이 쇄빙연구선 등 극지인프라 협력강화, 정보공유 등을 위해 결성했다. 그동안 북극연구는 상대적으로 대서양 쪽이 활발해 태평양북극지역 연구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바다로 이뤄진 북극은 주인이 없는 남극과 달리 러시아 캐나다 덴마크 등 연안국들이 배타적 권리를 주장하며 행사하고 있다. 북극해 공해상에 있는 자원과 연안을 포함한 북극해 이용에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한국은 다산과학기지 연구를 바탕으로 북극해 이용과 관리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한편, 지난 13일 인천 송도에 있는 극지연구소에서 남극 세종과학기지와 장보고기지에서 활동할 월동연구대 발대식이 열렸다. 세종과학기지는 28번째, 장보고과학기지는 2번째 월동대다. 해가 뜨지 않는 남극겨울에서 진행한 연구활동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특히 안인영 세종과학기지 월동대장은 남극에서 월동대를 이끄는 아시아 첫 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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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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