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스라엘, ‘에너지 전쟁 비화’ 급제동

2026-03-20 13:00:03 게재

유가급등에 놀란 트럼프 “지상군 없다”

네타냐후 “전쟁, 훨씬 빨리 끝날 수도”

베센트 재무장관 “이란원유 제재 완화”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이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한 ‘에너지 전쟁’ 양상으로 비화하자 양국이 군사·경제 양면에서 확전 억제에 돌입했다. 군사적으로는 전면전 확산을 막고, 경제적으로는 유가급등을 진정시키려는 ‘투트랙 전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6년 3월 1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국빈 만찬장에서 사나에 다카이치 일본 총리와의 만찬에 참석했다. AP통신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이란 가스전 공격과 관련해 “추가 공격을 하지 말라고 했고 그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최근 이스라엘의 이란 가스전 타격 이후 촉발된 에너지 시장 불안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어디에도 지상군을 보내지 않는다”며 전면전 확대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그는 “필요하다면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며 군사개입의 상한선을 설정했다. 동시에 에너지 시장 안정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란의 핵심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을 언급하며 “원하면 언제든 제거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실제 공격은 자제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스라엘은 군사적 성과를 전면에 내세우며 조기종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란은 더 이상 우라늄을 농축할 수 없고 탄도미사일을 생산할 능력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쟁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끝날 수 있다”고 밝혀 사실상 ‘승리 선언’에 가까운 메시지를 내놨다.

이스라엘군은 개전 이후 1만2000발 이상의 폭탄을 투하해 이란 방공망의 85%, 미사일 발사대의 60%를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발표가 실제보다 과장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이란이 여전히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지속하고 있는 점에서 전쟁 수행 능력이 완전히 무력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에너지 시장 불안이 확대되자 미국은 즉각 공급확대 카드로 대응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해상에 묶여 있는 약 1억4000만배럴 규모의 이란산 원유에 대해 제재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약 10~14일간 글로벌 공급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물량으로 평가된다. 그는 “이란산 원유를 활용해 이란을 견제하면서 동시에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제재 완화를 단순한 경제 조치가 아닌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전략비축유(SPR) 추가방출 가능성도 시사하며 시장 안정 의지를 재확인했다. 미국은 이미 1억7200만배럴의 비축유 방출을 결정한 상태며 추가방출도 검토 중이다. 여기에 러시아산 원유 일부 거래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조치까지 병행하고 있다.

군사적 긴장 완화 시사와 별개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은 여전히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등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을 직접 거론하며 역할 분담을 요구한 점은 향후 ‘에너지 안보의 다자화’ 흐름이 본격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이란이 카타르 등 걸프 지역 에너지 시설에 대한 추가 보복에 나설 경우 충돌은 다시 확전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할 경우 하루 최대 1000만배럴 이상의 공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치명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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