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월드컵 특별기획 | 박상주의 중남미 편지 9

"남미-유럽 자존심 격돌 판에 당신 결장 아쉬워요"

2014-07-07 11:45:37 게재

상파울루에서 '신성' 네이마르에게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나란히 4강에 오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응원객들이 서울의 명동 쯤에 해당하는 상파울루 아냥가바우 거리에서 만나 사이좋게 사진을 찍고 있네요. 남미축구의 양대 축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각각 독일과 네덜란드를 상대로 4강전을 벌입니다. 만일 두 팀이 나란히 결승에 올라 우승을 다투는 상황에서도 저렇게 환하게 웃으면서 포즈를 취할까요.


정말 뜨거운 함성이었고 열기였어요. 브라질 축구대표팀의 노란 유니폼을 입은 상파울루 시민들이 온통 거리를 메웠습니다. 브라질 국기를 흔들며 폭죽을 터트리고 팡파르를 울려대더군요. 지난 5일(한국시간) 브라질과 콜롬비아 간 8강전은 브라질 길거리 응원단들과 함께 했습니다. 상파울루 도심 한 가운데 있는 '세' 성당 인근 골목의 한 노천카페에서 상파울루 시민 300여명과 맥주를 마시며 경기를 관전했어요. 대형TV 앞에 함께 몰려 앉아 시원한 맥주잔을 기울이며 경기를 관전하는 것도 참 색다른 맛이 있더군요.

네이마르 다 실바!

'명불허전'이라더니 당신의 활약은 정말 눈부셨습니다.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에 브라질 팬들의 입에서 함성과 탄성을 번갈아 터져 나왔습니다. 전반 7분에 터진 첫 골은 당신이 올려준 코너킥을 티아구 실바가 뛰어들면서 밀어 넣었지요. 후반 24분에는 다비드 루이스가 아크 정면에서 환상적인 오른발 킥으로 두 번째 콜롬비아 골문을 열었습니다. 27분에는 당신이 왼발로 감아 찬 볼도 아주 위협적이었어요. 35분 콜롬비아가 페널티킥을 얻어 냈지요. 로드리게스가 이번 대회 5경기 연속골이자 6번째 골을 기록하며 추격에 나섰지만 브라질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요즘 상파울루 거리는 브라질 대표팀의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시민들로 넘쳐납니다. 통산 여섯 번째 우승을 바라는 브라질 국민들의 염원이 아주 뜨겁네요. 우리나라 '붉은 악마' 못지않은 열기입니다.

 

브라질과 콜롬비아 간 8강전이 열린 지난 5일(한국시간) 상파울루 도심 '세' 성당 인근의 한 노천카페에서 길거리 응원을 하던 상파울루 시민들이 후반 24분 다비드 루이스의 골이 터지자 환호성을 터트리고 있네요.


2014 브라질월드컵 4강이 가려졌습니다. 이변은 없었습니다. 남미의 양대 산맥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유럽 축구의 라이벌인 독일과 네덜란드가 준결승에 올랐습니다. 이번 대회 최대 돌풍의 주역이었던 코스타리카는 네덜란드와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를 벌였지만 4강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삼바축구' 브라질과 '전차군단' 독일, 그리고 리오넬 메시의 아르헨티나와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 등 4강이 결승행 티켓을 놓고 격돌을 하게 됐어요. 참 묘하게도 유럽과 남미가 각각 2팀씩 올라갔네요. 유럽과 남미 축구 어디가 더 셀까요. 유럽과 남미는 그간 월드컵을 양분해 왔습니다. 이제까지 유럽이 10회, 남미가 9회 월드컵을 안았습니다. 이번엔 어느 대륙으로 우승컵이 넘어 갈까요.

브라질은 통산 6번째 월드컵 우승에 한 발짝 또 성큼 다가섰습니다. 독일과 아르헨티나는 각각 4번째와 3번째 우승을 노리는 강호들이죠. 네덜란드만 사상 첫 우승에 도전하게 되는 거고요. 숙적 프랑스를 꺾고 4강에 오른 독일이 참 무서운 팀 같아요. 월드컵 4회 연속 4강 진출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이번에 만들어 냈잖습니까. 독일은 2002년 한일월드컵 2위, 2006년 독일월드컵 3위, 2010년 남아공월드컵 3위에 이어 이번에 또 4강 진출의 위업을 달성했습니다.

브라질과 독일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우승컵을 놓고 격돌했지요. 이번에 또 결승행 티켓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됐습니다. 한일월드컵 당시에는 브라질이 독일을 2-0으로 이기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지요. 브라질과 독일의 역대 A매치 전적은 21전 12승5무4패로 브라질이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최근 열린 2011년 맞대결에서는 독일이 3-2로 브라질을 꺾은 바 있지요.
 

네이마르 당신도 이 할아버지 묘기를 봤으면 정말 놀랐을 거예요. 올해 62살이라는 자귀나 할아버지의 발재간이 환상적이었습니다. 축구공 뿐 아니라 공깃돌보다 작은 구슬로 제기 차기를 하는데 무려 30~40여 차례나 땅에 떨어트리지 않더라고요.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 역시 운명의 한판 승부를 벌입니다. 두 팀은 2006 독일월드컵 C조 조별리그에서 맞붙었습니다. 당시 두 팀은 득점 없이 비겼지요. 아르헨티나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준우승을 끝으로 4강 문턱에도 오르지 못했습니다. 무려 24년 만에 4강에 오른 만큼 우승에 대한 갈증이 남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불세출의 스타인 메시를 앞세워 3번째 우승을 기필코 달성하겠다는 각오입니다.

반면 네덜란드는 첫 우승 도전이지요. 1974년 서독 월드컵과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 그리고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모두 준우승에 그친 팀입니다. 우승 문턱까지 갔다가 번번이 좌절한 만큼 이번엔 반드시 우승의 한을 풀겠다는 각오입니다. 특히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와 연장전까지 가서 1대3으로 패했던 복수를 벼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가 지나치게 메시 한 사람에게 의존하는 축구를 하고 있다는 점을 약점으로 꼽고 있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메시는 아르헨티나가 기록한 8골 가운데 메시 혼자 4골을 넣었으니까요. 네덜란드는 이번 월드컵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코스타리카와의 8강전에서 소모한 체력을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가 승패의 변수가 될 거라고 합니다. 네덜란드는 8강전에서 코스타리카를 맞아 파상공세를 펼쳤지만 상대 골키퍼 케일럽 나바스(레반테)의 눈부신 선방에 막혀 골을 만들지 못했잖아요.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승부차기 승부에서 간신히 4-3 승리를 거두었으니까요.

아, 참. 그러고 보니 네이마르 당신의 안부를 먼저 물었어야 거였군요. 몸은 좀 어떠세요. 하루 빨리 쾌차하시기를 빕니다. 그날 경기를 보면서 저도 참 놀랐어요. 후반 42분 콜롬비아 수비수인 후안 카밀로 수니가(나폴리)가 뛰어오르면서 무릎으로 당신의 허리를 강타하더군요. 이를 지켜보던 브라질 팬들 입에서 '악' 소리가 튀어나왔답니다. 안타깝게도 당신은 척추 골절상을 입고 실려 나가고 말았지요.

천만다행으로 신경에 손상이 없고, 수술 없이 재활만으로 완치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하더군요. 브라질대표팀 주치의 호드리구 라스마르가 기자들에게 공식 브리핑을 갖고 "네이마르의 허리 부상은 일반적인 수준이다. 열흘 정도면 부상 부위의 통증이 어느 정도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완쾌까지는 40일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더군요. 라스마르는 "네이마르의 상태가 걱정했던 것보다 심각하진 않지만, 부상 부위가 1인치 정도만 더 컸다면 선수 생명을 떠나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수도 있을 만큼 위험천만했다"고 했습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많은 팬들이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습니다.

축구계에서는 수니가의 행동을 테러수준이라고 비난하는 목소리들이 일고 있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경기에서 축출해야 한다는 강경한 주장도 나오고 있네요. 월드컵 역사상 개인 최다 골 기록(15골)을 가지고 있는 브라질 축구의 전설 호나우두(38)도 아주 화가 많이 났더군요. 수니가의 행위에 명백한 고의성이 있었다는 거지요. 호나우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니가의 행위는 매우 폭력적인 것이었다. 네이마르를 해칠 어떤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분노를 표시했습니다.

물론 수니가는 고의성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을 합니다. 수니가는 콜롬비아축구협회를 통해 사과의 뜻이 담긴 편지를 당신에게 전달했다면서요. 수니가는 편지에서 "8강 경기 도중 불행한 부상으로 네이마르를 고통스럽게 만들어 진심으로 유감스럽다. 정말로 다치게 할 악의적인 의도는 전혀 없었다. 난 그를 존경하고 네이마르가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그가 하루 빨리 부상에서 회복하길 바란다"고 적었답니다. 아무튼 FIFA 징계위원회가 수니가 태클의 고의성 여부를 조사한다고 하니 그 결과를 지켜봐야겠지요.

남은 문제는 네이마르 당신이 앞으로 남은 경기에 출장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당신 말 그대로 월드컵 결승에서 뛰고 싶었던 당신의 꿈을 도둑맞은 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브라질이 세계 챔피언이 되는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동료들이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이고, 이는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지요. 하지만 브라질의 상황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안 좋은 거 같아요. 당신뿐 아니라 주전 중앙 수비수인 티아구 실바(파리 생제르맹) 역시 옐로카드 누적으로 독일과의 4강전에 나오지 못하니까요. 브라질 공수의 핵심 요원들이 모두 결장하게 된 거지요. 당신은 현란한 움직임을 통해 적진을 유린하면서 골을 만들어내는 위력적인 선수입니다. 실바는 브라질 수비에 안정감을 주는 중심축이고요.

네이마르 당신 없이도 브라질 우승이 가능할까요. '축구황제' 펠레(74)는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펠레는 5일 자신의 트위터에 "네이마르가 이번 월드컵에서 더 이상 브라질을 위해 뛸 수 없다는 것은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난 1962년 칠레월드컵 도중 부상으로 잔여경기를 뛰지 못했다"며 52년 전의 아픈 기억을 거론했습니다. 그리고는 "신은 브라질을 도왔고 결국 정상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브라질에 똑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고 자신의 소망을 말했지요.

1962년에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당시 기록을 한 번 들춰 보겠습니다. 브라질은 1962년 월드컵에서 스페인, 체코슬로바키아, 멕시코와 3조에 속했었습니다. 조별리그 첫 경기인 멕시코전에서 펠레는 1골 1어시를 올리면서 브라질의 2대 0으로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경기인 체코슬로바키아와의 경기에서 펠레는 중거리슈팅 도중 갑작스럽게 통증을 호소하며 그라운드에 쓰러지고 맙니다. 다리근육을 무리하게 사용해서 마비가 온 것이었지요. 당시 팀의 기둥이었던 펠레는 체코전에서의 부상으로 남은 경기에 모두 출전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펠레의 말대로 브라질은 역시 강했습니다. 가린샤가 버티고 있었고, 아마리우두가 펠레의 빈자리를 성공적으로 메워주었거든요. 펠레가 결장한 브라질은 결승에서 다시 만난 체코슬로바키아를 3대 1로 꺾고 월드컵 2연패에 성공을 하게 됩니다.

펠레의 소망대로 정말 네이마르 당신과 실바 없이도 브라질 우승이 가능할까요. 두 사람이 빠져도 워낙 월드 클래스급 선수들이 즐비한 팀이긴 하지만, 4강에 올라온 다른 팀들이 워낙 강호들이라 예측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번 부상으로 뛰지 못하는 당신의 마음이 몹시 쓰릴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세계의 축구 팬들도 남미와 유럽 축구의 자존심을 건 한 판 승부에 당신이 뛰는 모습을 보지 못하게 돼 많이 서운해 하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하루빨리 쾌유하기를 빕니다. 아직 젊으니까 다음 월드컵이 또 있잖아요. 러시아에서 만납시다.

상파울루에서 신성 네이마르에게 지구촌 순례기자 박상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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