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월드컵 특별기획 | 박상주의 중남미 편지 3

"히딩크 감독님, 한국-러시아전 때 어느 편 응원할 건가요"

2014-06-16 11:27:54 게재

브라질 이구아수에서 히딩크 감독님께

히딩크 감독님, 이구아수폭포는 무려 275개의 폭포가 초당 5만 8000t의 물을 쏟아 붓는다고 하네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브라질 월드컵 결전을 앞두고 이구아수 폭포 인근의 포스 두 이구아수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어요. 이구아수 폭포의 기를 받아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믿습니다.


참으로 어마어마한 물줄기입니다. 초당 5만 8000t의 물을 쏟아 붓는다고 하니 왜 안 그렇겠습니까. 너비 4.5km에 평균낙차가 70m나 된다고 하더군요. 275개의 폭포들이 저마다 힘자랑이라도 하듯 수직으로 쏟아내는 물 폭탄들은 정말 장관입니다. 우르렁 우르렁 굉음을 토하면서 하얀 물안개를 뿜어 올리는 거대한 폭포 앞에 서면 조물주에 대한 경외가 저절로 우러나게 됩니다.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과자부스러기에 길들여진 쿠아치입니다. 이구아수 폭포 주변에 엄청 많더라고요.

저는 지금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3개국의 접경인 이구아수폭포에 와 있습니다. 이구아수폭포는 아르헨티나가 전체 면적의 80%를, 브라질이 2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네요. 제가 발을 딛고 있는 곳은 브라질 땅입니다. 지난 2003년 10월에 이어 두 번째로 이구아수를 찾았어요. 지난번에는 아르헨티나 쪽을 구경했었습니다. 아르헨티나 쪽에 있는 '악마의 숨통' 바로 입구에서 내려다보는 물줄기는 정말 무시무시한 기세입니다. 지금도 저 건너 '악마의 숨통'에서 허연 물보라가 치솟는 모습이 보이네요. 남들은 평생 한번 오기도 힘든 곳인데 저는 두 번째 이곳에 왔네요. 제가 전생에 착한 일을 많이 했나 봅니다.

거스 히딩크 감독님,

안녕하세요.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이번 월드컵이 끝나고 나면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을 맡게 되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또한 얼마 전 네덜란드 PSV아인트호벤 기술 고문을 맡으셨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감독님은 1987년~1990년, 2002년~2006년 두 차례나 에인트호벤 사령탑을 맡으신 적이 있지요. 친정팀으로 다시 돌아가신 셈이네요. 2002한일월드컵 이후 감독님이 두 번 째로 에인트호벤 감독으로 가시면서 박지성과 이영표 선수를 함께 데리고 가셨잖아요. 에인트호벤은 그래서 한국 팬들에게도 친근한 팀입니다. 우리의 '영원한 캡틴' 박지성씨가 마지막 선수생활을 한 팀이기도 하지요. 감독님이 기술 고문으로 가자마자 박지성 선수가 은퇴해서 아쉽기는 합니다만 두 분 참 인연이 많은 거 같아요.
 

브라질 이구아수국립공원 앞에 있는 새 공원인 '파르케다스 아베스'에서 브라질 대표팀 유니폼과도 똑 같은 옷을 입은 앵무새를 발견했어요. 참 예쁘죠.

감독님, 드디어 제가 2014월드컵이 열리는 브라질에 입성했습니다. 이제부터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월드컵 열기에 흠뻑 빠져 볼 작정입니다. 감독님도 아시겠지만 우리 대표팀도 지금 포스 두 이구아수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답니다. 포스 두 이구아수는 이구아수국립공원 관광의 거점도시입니다. 이구아수국립공원까지는 차로 20여분 밖에 걸리지 않는 곳이지요.

감독님도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우리 대표팀도 11일(이하 현지시간) 이곳에 도착했답니다. 브라질은 물론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 등 인근 국가에서 몰려든 한국동포들이 우리 대표팀을 뜨거운 마음으로 맞이했지요. 이구아수에 대~한민국이 울려퍼졌답니다. 대표팀은 하루 정도 휴식을 취한 뒤 13일부터 15일까지 3일 동안 이곳 플라멩고 스타디움에서 러시아전에 대비하는 전지훈련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격전지인 쿠이아바로 이동을 하게 된답니다. 물론 저도 우리 대표팀 꽁무니를 따라 쿠이아바로 갈 겁니다. 17일 경기장에 직접 가서 목이 터져라 응원을 할 겁니다. 22일 알제리와의 경기가 열리는 포르투 알레그레와 26일 벨기에와 일전을 벌이는 상파울루에도 갈 거고요.

감독님도 이미 브라질에 와 계시겠지요. 지난 12일(현지시각) 아레나 데 상파울루 경기장에서 열린 개막식에도 참석을 하셨겠네요. 자연, 사람, 축구를 표현하며 '통합'의 메시지를 전하는 개막식 모습이 신선했습니다. 거대한 아마존 강과 함께 나무로 분장을 한 사람들이 그라운드를 덮었고 카누가 그 사이를 지나더군요. 미국의 팝 스타인 제니퍼 로페즈와 브라질 최고 가수인 클라우디아 레이테 등이 부른 주제가도 멋졌습니다. 이제 7월 14일까지 한 달 동안 상파울루, 쿠이아바, 포르투알레그레, 리우데자네이루, 쿠리치바 등 12개 도시를 돌며 열전에 돌입합니다. 지구촌이 월드컵 열기로 달궈지는 한 달이 되겠지요.

히딩크 감독님,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요. 한국과 러시아 전 때 감독님은 어느 편을 응원하실 건가요. 감독님은 2001~2002년엔 한국 대표팀, 그리고 2006~2010년엔 러시아 대표팀 감독을 맡으셨지요. 러시아 대표팀 사령탑 더 오래 맡으셨지만, 그래도 우리와 함께 대~한민국 외쳐주세요.

대한민국 대표팀 전지훈련 장소인 포스 두 이구아수의 플라멩고 스타디움에서 우리 선수들이 러시아전 필승 전략을 짜고 있네요. 8강까지 쭈~욱 대~한민국!


이번에도 2002한일월드컵 때 감독님이 해내신 것처럼 이번에도 우리나라 대표팀이 4강 신화를 만들어 낼 수는 없을까요. 4강까지 바라면 저보고 정신 나간 친구라고 하겠지요. 하지만 우리나라 대표팀이 8강까지는 진출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대표팀 성적을 보면 8강은 고사하고 16강까지라도 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튀니지와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모두 무기력한 모습으로 패했잖아요. 특히 월드컵 개막을 3일 앞두고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선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4대0으로 대패를 했습니다. 수비진의 집중력도 찾아볼 수 없었고, 미드필더진의 패스와 압박도 허술하기만 했습니다. 전방 스트라이커인 박주영 역시 튀니지와의 평가전에 이어 존재감을 찾아볼 수 없었답니다. 2002월드컵 때 홍명보나 황선홍, 안정환 등 팀의 구심역할을 해주는 노장들의 부재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경기이기도 했고요. 여기저기서 한국축구가 이 정도 밖에 아니었나, 역대 월드컵 대표팀 중 최약체가 아닌가 하는 실망의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실망하기엔 이르다는 생각입니다. 히딩크 감독님이 이끌던 우리나라 대표팀 역시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 성적은 참 실망스러웠었지요. 2001년 5월 대구에서 열렸던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개막전에서 프랑스에 5-0으로 패한 데 이어 그해 8월 체코 원정 평가전에서 또 5-0으로 대패했습니다. 그래서 감독님은 '오대영 감독' 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을 뿐 아니라 경질해야 한다는 말까지 무성하게 나왔었지요. 하지만 감독님은 그런 비난들을 딛고 월드컵 4강이라는 기적 같은 성적을 내지 않았습니까. 우리 '홍명보 호' 역시 이제부터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하게 될 것으로 믿습니다.

감독님은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우리 대표팀이 속해 있는 H조는 벨기에, 알제리, 러시아가 함께 속해 있습니다. 우리가 16강까지는 올라갈 수 있을까요. 감독님은 며칠 전 네덜란드 '텔레그라프'지에 기고한 칼럼에서 "한국은 재능이 있는 팀이지만 벨기에, 러시아와 같은 조에 들어간 점이 아쉽다"고 말씀하셨더군요. "벨기에와 러시아는 개인적으로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하는 팀"이라고도 하셨고요.

객관적인 전력을 보면 16강 진출도 쉽지 않을 거 같아요. 지난 4월 국제축구연맹(FIFA)이 발표한 랭킹을 보면 벨기에가 12위, 러시아 18위, 알제리 25위입니다. 하지만 월드컵 성적이 FIFA 랭킹 순은 아니잖아요. 한국은 월드컵 본선 9회 진출, 8회 연속 진출, 2002년 월드컵 4강에 빛나는 만만치 않은 다크호스지요. 지난 2002한일월드컵 때의 저력을 브라질에서도 보여줄 것을 기대합니다. 일단 우리가 상대한 팀들을 간략하게 살펴볼까요.

파비오 카펠로 러시아 감독은 유벤투스, AC밀란, 레알 마드리드 등 명문클럽과 잉글랜드의 사령탑을 지낸 분이더군요. 세리에A, 프리메라리가, 유럽 챔피언스리그 등에서 13차례나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던 명장입니다. 러시아는 유럽 예선 10경기에서 20득점에 5실점을 기록했더라고요. 전적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철벽수비를 자랑하는 팀입니다. 약체를 상대할 때도 '선공격, 후 방어'가 아니라 '선 방어, 후 공격' 전략을 구사한다고 하네요. 러시아의 최전방 공격수 알렉산드르 케르자코프(제니트)는 월드컵 예선 10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와 5골, 2도움을 기록했습니다. 케르자코프만 묶어두면 눈에 띄는 해결사가 없다는 게 러시아팀의 약점이라는 분석들을 하고 있더군요. 젊은 우리 선수들이 러시아 수비수들의 후반 체력 저하를 파고들면 승산이 있지 않을까요.

12년 만에 본선에 진출한 벨기에는 우승후보로 꼽힐 정도로 막강한 전력을 갖춘 팀이지요. 브라질과 스페인, 독일, 아르헨티나 등에 버금가는 전력을 갖췄다는 평을 듣더군요. 워낙 걸출한 스타들이 즐비합니다.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 케빈 미랄라스(이상 에버턴), 미드필더 마루앙 펠라이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에당 아자르(첼시), 케빈 더 브루이너(볼프스부르크), 드리스 메르텐스(나폴리), 무사 뎀벨레, 나세르 샤들리, 수비수 얀 베르통언(이상 토트넘) 등 프리미어리그, 프리메라리가, 분데스리가, 세리에A 등에서 뛰고 있는 빅리거들이 즐비하지요. 벨기에가 유럽 예선 10경기에서 8승 2무, 18득점 4실점의 놀라운 성적을 거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러시아와는 반대로 벨기에는 공격만큼 수비는 강하지 못하다고 하네요. 미국의 스포츠 전문웹진 '블리처 리포트'는 얼마 전 조별리그 최대 이변 가능성을 예측하는 기사에서 한국이 벨기에를 이길 것으로 내다봤네요.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지요. 히딩크 감독님이 이끌던 우리 대표팀이 2002한일월드컵 땐 우승후보였던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나란히 꺾은 적도 있으니까요. 그런 가슴 떨리는 기쁜 일을 브라질에서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알제리는 아프리카 특유의 개인기를 자랑한다지요. 이슬람 슬라마니(포르투갈 스포르팅)는 188센티미터의 장신에 힘이 세고 위치 선정이 우수한 부동의 공격수라는 평을 듣고 있더군요. '제 2의 지단'으로 불리는 공격형 미드필더 소피앙 페굴리(발렌시아)도 세계적인 공격수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알제리 역시 막강한 화력에 비해 수비 조직력과 공수 전환에 약점을 지닌 팀으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한국이 역습 기회를 잘 활용하면 승산이 충분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더라고요. 우리가 상대해야 하는 세 팀중에서 가장 약체인 만큼 반드시 잡아야겠지요.

히딩크 감독님, 제가 너무 승패에 집착한 이야기만 늘어놓았네요. 월드컵은 승패를 떠나 전 지구인들이 함께 즐기는 거대한 축제입니다. 이번 개막식에서 표현했던 대로 자연과 사람, 축구가 함께 어우러지는 잔치여야 할 것입니다. 저도 한국팀 승패에 관계없이 지구촌 축제를 마음 편하게 즐기려 합니다. 그래도 우리 대표팀이 16강을 넘어 8강까지 갔으면 좋겠어요. 감독님도 함께 응원해 주세요. 늘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브라질 포스 두 이구아수에서 지구촌 순례기자 박상주 드림.

[2014브라질월드컵 특별기획 | 박상주의 중남미 편지]

-(1)"사상 첫 원정 8강 진출 부탁해요" 2014-06-02
-(2)"본선만 올라가면 주눅드는 징크스 이번엔 극복할까" 2014-06-09
-(4)"근호씨 당신의 오른발에 온 국민의 염원이 꽂혔어요!" 2014-06-18
-(5)"벨기에전 끝날 때까지 대~한민국 외칠래요!"2014-06-23
-(6)"젊은 태극전사들 통해 2018 러시아월드컵 희망을 봤어요" 2014-06-27
-(7)"펠레 당신은 어느 팀을 우승후보로 꼽으시나요" 2014-07-01
-(8)"우승후보들 줄줄이 꺾은 코스타리카 돌풍 짜릿해요" 2014-07-03
-(9)"남미-유럽 자존심 격돌 판에 당신 결장 아쉬워요" 2014-07-07
-(10)"남미에선 우승 못하는 유럽팀 징크스 이번엔 깰까요" 2014-07-10
-(11)"통일독일의 첫 월드컵 우승 축하드려요" 2014-07-14
-(12)"태극전사들 '탄탄한 원팀'으로 만들어 주세요" 2014-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