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월드컵 특별기획 | 박상주의 중남미 편지 5
"벨기에전 끝날 때까지 대~한민국 외칠래요!"
포르투 알레그리에서 힐링캠프 이경규 김제동 성유리 씨에게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는 않을래요. 정말 실낱같지만 16강 진출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으니까요. 정신을 추스르고 한국 대표팀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한 번 따져 볼까요. 일단 한국이 벨기에를 반드시 꺾어야 합니다. 비기거나 패할 경우 무조건 탈락이지요. 하지만 벨기에가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지었기 때문에 조금은 느슨하게 경기에 임하지 않을까 기대를 해봅니다. 한국이 벨기에를 꺾을 경우, 러시아가 알제리를 이겨주면 러시아와 골득실차를 따져 16강 진출 가능성이 열리게 됩니다.
SBS 힐링캠프의 이경규씨, 김제동씨, 성유리씨!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이 열리는 포르투 알레그리의 베이라 히우 주경기장에서 세 분을 만나서 너무 반가웠어요. 제동씨는 태권V 복장으로 응원을 하더군요. 태권V 선글라스로 작은 눈을 가리니까 훨씬 멋지더라고요. 평소에도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는 건 어때요. 유리씨는 실물로 보니까 훨씬 예뻤어요. 경규씨야 언제 봐도 푸근한 동네 아저씨 같고요.
저는 지금 힐링이 몹시 필요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우리 국민들이 이래저래 힐링을 필요로 할 거예요. 우리의 홍명보호가 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 진출의 사활이 걸린 알제리와의 경기에서 2-4로 완패했습니다. 이로써 한국은 1무1패(승점 1·골득실-2)를 기록, 벨기에(승점 6·골득실+2), 알제리(승점 3·골득실+1), 러시아(승점 1·골득실 -1)에 밀려 H조 최하위로 밀렸습니다.
경규씨,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벨기에를 꺾을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요. 모두들 비관적으로 말하지만 길고 짧은 건 대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번 대회에서는 이변이 유난히 많이 일어나고 있어요. 유로 2008과 2010 남아공월드컵, 유로 2012 등 메이저대회 3개를 연이어 제패한 '무적함대' 스페인이 16강에서 탈락했습니다. '축구의 종가' 잉글랜드 역시 이탈리아와 우루과이에 연이어 1-2로 패하며 1958년 대회 이후 처음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잖습니까. 벨기에와 붙어보기도 전에 지레 겁을 집어먹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우리 대표팀은 지난 2002 한일월드컵에서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누른 적도 있잖아요.
그렇지만 오늘 한국과 알제리 전을 보면 걱정이 되기는 합니다. 초반엔 무기력하다고 할 정도로 선수들의 움직임이 둔하고 허둥댄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였어요. 전반에 슈팅을 한 번도 날리지 못하는 걸 보면서 많이 답답했습니다. 정말 걱정이 되는 건 박주영 선수입니다. 러시아전에 이어 알제리 전에서도 슈팅 한 번 때리지 못했으니까요. 함께 응원하는 한국 응원단들도 박주영 선수의 몸놀림이 무디고 둔하다면서 안타까워하더라고요. 박주영 선수 본인 마음은 얼마나 아프겠어요. 누구보다도 힐링이 필요할 거예요.
제동씨는 이번 경기 어떻게 보셨나요. 저는 한국이 부진하기도 했지만 알제리가 아주 잘한 경기였다고 생각해요. 우리 수비 뒤 공간을 파고드는 공격진들의 몸놀림이 정말 번개 같더군요. 우리 대표팀의 중앙 수비 뒤 공간을 파고드는 메자니의 롱패스가 결국 첫 골로 연결되고 말았습니다. 롱 패스를 이어받은 슬리마니가 김영권과 홍정호를 빼돌리고는 왼발로 가볍게 우리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선제골을 터트린 뒤에도 무섭게 밀어붙이더라고요. 왼쪽에서 올라온 코너킥을 라피크 할리시가 헤딩슈팅으로 2번 째 골을 장식했습니다. 세 번 째 골은 아크 왼쪽 모서리 부근에서 이어진 낮은 패스를 압델무멘 자부가 왼발로 가볍게 차 넣더라고요.
유리씨, 우리나라가 져서 많이 속상하시겠어요. 솔직히 전반에 세 골이나 먹고 나니까 저도 참 낙담이 되더라고요. 그렇지만 우리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거센 추격을 시작했으니까요. 그 추격의 포문을 연 주인공은 대표팀 막내인 손흥민 선수였습니다. 우리가 0대3으로 뒤진 후반 5분 길게 넘어온 패스를 받은 뒤 알제리 주장 부게라를 따돌리고 왼발 땅볼 슈팅으로 알제리 골망을 갈랐습니다.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준 골이었어요. 하지만 후반 17분 브라히미가 문전에서 2대1 패스로 연결된 볼을 침착하게 추가득점으로 연결하면서 4-1로 한점 더 달아나더군요. 그래도 우리 선수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습니다. 후반 27분엔 이근호가 왼쪽에서 손흥민으로부터 흘러나온 볼을 정확하게 구자철에게 연결했고, 구자철이 왼발 논스톱으로 두 번째 골을 터트렸지요.
손흥민 선수도 힐링이 필요할 거예요. 경기가 끝난 후 눈물을 보이더라고요. 손흥민 선수는 "많이 아쉽다. 새벽에 응원해준 국민께 죄송한 모습을 보여 민망하다. 준비한대로 생각한대로 잘 안 됐다. 스스로 너무 답답했다. 내가 첫 골을 넣은 게 중요하지 않다. 그 기쁨보다 팀이 크게 진 게 가슴 아프다"라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손흥민 선수가 눈물을 흘린 적은 이날뿐만이 아니에요. 지난 2011년 1월 25일 카타르 도하 알 가라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 AFC 아시안컵' 4강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한국이 0대3으로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됐을 때도 눈물을 흘렸답니다. 그래도 손흥민 같은 선수가 있으니 한국 축구의 미래는 참 밝은 거지요. 자신의 첫 월드컵 무대임에도 기죽지 않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이 참으로 대견했습니다. 거기다 첫 골까지 넣었으니 정말 든든한 보물입니다.
아, 참. 유리씨. 기분도 꿀꿀한 데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 드릴게요. 재미있다기보다 조금 무서운 이야기라고 해야겠네요. 오늘 한국과 알제리 전이 열린 포르투 알레그리와 관련된 이야기랍니다. 포르투 알레그리는 브라질 남부 히우그란지두술 주의 주도입니다. 풍요로운 브라질 남부의 중심지로 대서양과 연결되는 파투스 호에 면하는 항구도시랍니다. 주민은 브라질의 다른 지역에 비해 백인의 비율이 높은 지역이래요. 아 참, 무서운 이야기 해 준다고 해놓고는 지루한 백과사전 내용만 늘어 놓았네요.
그럼 지금부터 이야기 시작합니다. 놀랄 준비 되셨나요. 1954년 9월 4일 독일의 아헨 공항에서 여객기가 한 대 출발했어요. 샌디에이고 항공 소속의 513기인데 브라질의 포르투 알레그리 공항으로 향하는 여객기 였답니다. 그런데 글쎄 승객과 승무원을 합쳐 92명이나 탄 이 여객기가 난데없이 대서양 상공에서 사라져 버렸대요.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지요. 여러 나라 관계자들이 여객기를 찾아내려고 백방으로 힘을 기울였지만 결국 아무것도 찾지 못했대요. 그 후 35년 뒤인 1989년 10월 12일 이상한 비행기 한 대가 포르투 알레그리 공항 상공에 모습을 드러냈답니다. 관제탑과 교신도 하지 않고 포르투 알레그리 상공을 몇 바퀴 빙빙 돌더니 착륙을 하더랍니다. 놀랍게도 그 비행기는 35년 전 실종된 샌디에이고 항공 513기 였답니다. 더 놀라운 건 그 비행기 안에 탑승자 전원이 뼈만 앙상한 백골이 되어 좌석에 앉아 있었다네요. 물론 조종사들도 백골로 돌아왔고요. 세계 5대 미스터리 중 하나랍니다. 유리씨, 무서운 이야기 들으니까 조금 기분이 풀리지 않나요.
경규씨, 제동씨, 유리씨!
이번 월드컵에서는 아시아 축구가 망신을 당하고 있네요. 아시아 출전국 중 어느 나라도 23일 현재까지 단 1승도 올리지 못했거든요.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한 아시아 국가는 한국과 일본, 이란, 호주 등 네 나라입니다. 각 나라가 두 경기씩 총 8경기를 했는데 모두 비기거나 패했답니다. 한국과 일본, 이란이 1무1패를 기록했지요. 16강 자력 진출은 세 팀 다 물 건너갔어요. 호주는 2패로 조별 리그 탈락이 확정됐습니다. 아시아는 16강 행 전멸의 굴욕을 당할 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있어요. 아시아인들 모두가 힐링이 필요한 상황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려울지 모르지만 우리라도 아시아 대표로 16강 진출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럼 온 국민의 마음이 환하게 힐링이 될 텐데요. 결과가 어떻게 되던 우리는 끝까지 우리 대표팀을 응원합시다. 벨기에 전 끝날 때까지 목청껏 대~한민국! 외칠래요.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에서 지구촌 순례기자 박상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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