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학교'를 만나다│⑤이만대 서울 영신고등학교 교장
1일 20분 독서·3분 글쓰기 즐긴다
"스마트폰 수거하니 독서에 열중" … 지역사회 지원으로 학교도서관 리모델링
입시 위주 교육에 치여 평소 책을 읽는 학생들이 별로 없다. 그러나 학교장이 도서관·독서 정책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는가에 따라 학생들의 독서율은 높아질 수 있다. 수업과 연계되는 독서수업·자료 검색 수업, 영어도서관 활용 수업도 가능하다. 내일신문은 도서관·독서 정책에 집중하는 학교를 취재, 모범 사례를 공유한다.
<편집자주>
"학생들이 공부를 안 하고 학교에 재미를 못 붙인다고 해서 생각이 없거나 꿈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커갈수록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필요로 하는 것이 생기게 마련이지요. 그렇지만 수업 시간에는 인생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학생들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스스로 답을 찾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느끼는 진로에 대한 절박한 심정에 다양한 내용의 독서 교육이 만나 상승 작용을 일으키는 겁니다."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신고등학교 교장실에서 만난 이만대 교장의 일성이다. 영신고등학교는 이 교장의 든든한 지원 아래 이은혜 사서교사를 중심으로 '123 독서운동' '매일 그대와 톡톡(talk talk)' '휴먼북 라이브러리' 'NIE사설' 등 다양한 독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매일 진행하는 프로그램부터 매주 진행하는 프로그램까지 연 인원 1000명 이상의 학생들이 하루에도 수차례 학교도서관인 늘새롬도서관을 드나든다.
매일 책읽고 토론하며 서로 배워
영신고등학교 독서 교육의 특징은 '365일 매일 책을 읽는다'는 데 있다. 영신고등학교의 대표 프로그램인 '123 독서운동'은 '1일 20분 독서하고 3분 글쓰기 운동'의 줄인 말이다.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은 아침에 수업 시작하기 30분 전에, 혹은 점심시간에 늘새롬도서관에 와서 20분 동안 자율적으로 책을 읽고 3분 동안 책에 대해 무엇이든 글을 쓴다.
'매일 그대와 톡톡'은 늘새롬도서관에서 매일 진행되는 독서 토론 프로그램이다. 2∼4명 비슷한 진로를 계획하고 있는 선후배들이 모여 관련 분야의 자료를 읽고 토론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꼭 책이 아니어도 된다. 신문 기사나 잡지 등 약간의 글을 읽고 '나라면 이렇게 할 것 같다'라면서 의견을 말하고 토론을 한다. 미술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은 미술책을 읽으면서 '나라면 이렇게 그릴 것 같다'라고 말하고 신문기사를 읽으면서 학교에 빗대 '우리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어떻게 개선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기도 한다. '토론의 일상화'다.
학생들이 토론하는 공간은 늘새롬도서관 안 '서로 배움터실'이다. 도서관 안에 있는 이 공간에서 학생들은 마음껏 얘기할 수 있다. 학생들이 토론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삼삼오오 모이기 좋게 공간을 배치했고 자료를 공유하며 토론할 수 있도록 책상마다 컴퓨터도 설치했다.
'123 독서운동' '매일 그대와 톡톡'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280명. 전교생 800여명의 학교에서 학생들의 3분의 1이 매일 책을 읽고 토론하는 셈이다.
이 교장은 "학생들이 비록 공부에 취미가 없더라도 학교에 와서 우울하게 있다 가는 것보다는 쉬운 책이라도 읽고 하나라도 얻어갔으면 좋겠다"면서 "이 곳이 마지막 학교인데 독서 교육·도서관 지원은 나의 숙원사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부터 등교하면 스마트폰을 수거하는데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더 많이 읽는 것이 눈에 띈다"고 덧붙였다.
이 교장과 인터뷰에 함께 한 이 교사는 "일일 독서를 통해 학생들에게 평생 독서 습관을 심어주고자 한다"면서 "특히 나 혼자만 정보를 알지 말고 다른 누군가와 지식·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고 말했다.
"사서교사도 관리직 진출하길"
이처럼 다양한 독서 교육이 가능한 것은 웬만한 작은도서관 수준으로 시설이 잘 갖춰진 늘새롬도서관 덕이다. 늘새롬도서관은 지난 겨울방학에 3억1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마쳤다. 이를 위해 이 교장은 2016년 부임한 첫해, 지역 사회의 지원을 받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이 교장은 지역 사회의 지원이 더해지면 학교도서관을 인근 주민들에게 개방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 교장은 "처음 학교에 와서 보니 학생들이 책을 읽는데 공간이 없어서 도서관, 소강당 등 여러 곳에 흩어져 책을 읽고 있었다"면서 "그게 안타까워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 줘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장은 사서교사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독서 교육을 하기 위해서, 각 교과 공부의 기반이 되는 자료실로 학교도서관이 제대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 사서교사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교장은 "공립학교의 사서교사 수가 매우 적은데 이를 대폭 확충, 모든 학교의 학생들이 양질의 독서 교육을 받았으면 한다"면서 "사서교사의 역량을 이끌어내기 위해 향후 이들이 관리직으로 진출, 경험을 바탕으로 독서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도서관 탐방│서울 영신고등학교 늘새롬도서관] 다양한 독서·토론은 교과 교육의 기반
▶ [인터뷰│지윤옥(3학년)양] 도서관에서 '역사 속 잔인함' 토론했어요
[''책 읽는 학교'를 만나다' 연재기사]
▶ ① 송근후 도촌초등학교 교장│ "마을공동체 중심에 학교도서관을" 2017-05-29
▶ ② 권연숙 대구 경동초등학교 교장│ 독서로 공감하는 인재 키운다 2017-06-12
▶ ③ 이상대 서울 삼정중학교 교장│ 정규교과에 독서, 체계적으로 지도 2017-06-26
▶ ④ 원인진 영락고등학교 교장│ '책' 무기로 대입 바늘구멍 뚫는다 2017-07-10
▶ ⑤ 이만대 서울 영신고등학교 교장│ 1일 20분 독서·3분 글쓰기 즐긴다 2017-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