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안보지형 근본부터 흔들린다
군 실사격, 미측 전략자산 전개 등 무력시위
세컨더리 보이콧 등 국제사회 압박도 최대치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도발이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지형을 근본부터 뒤흔들고 있다.
군은 강도 높은 응징훈련을 공개하면서 무력시위를 전개했고, 외교라인에서는 세컨더리 보이콧 등 국제사회의 공조를 통한 초강경 압박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도발이 통상의 범주를 훨씬 뛰어넘은 수준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레드라인'을 사실상 넘어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당시 문 대통령은 레드라인에 대한 질문을 받고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일 북한은 이번 핵실험에 대해 "대륙간탄도로켓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성공적으로 단행했다"고 밝혔다. 북한 주장대로라면 문 대통령이 언급한 레드라인을 넘어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반영하듯 3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은 "참으로 실망스럽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는 이번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강력한 응징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외교안보부처를 향해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이 핵. 미사일 계획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비가역적인 방법으로 포기하도록 모든 외교적 방법을 강구하길 바란다"며 "우리 군은 이번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 방안을 철저히 준비해 시행토록 하라"고 지시했다.
군이 4일 새벽 실시한 육군과 공군의 미사일 합동 실사격 훈련은 이 같은 지시를 이행한 첫 번째 군사조치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우리 군은 오늘 새벽 일출과 더불어 공군 및 육군 미사일합동 실사격훈련을 실시했다"며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한 강력한 경고 차원"이라고 밝혔다.
합참은 또 "이번 합동 실사격은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까지의 거리를 고려해 공해상목표 지점을 향해 실시됐다"며 "유사시 적의 도발 원점 및 지휘 지원세력에 대한 정밀타격 능력을 과시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훈련에는 사거리 300㎞의 현무-2A 탄도미사일과 공군의 슬램-ER 공대지미사일이 동원됐다.
이와는 별개로 한미 연합군은 이번 북한의 도발에 대한 강력한 대응조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모함과 스텔스 전투기 등 최첨단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을 통한 고강도 무력시위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한 외교적 압박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장관이 북한 핵실험 직후 주요국 외교장관과 통화를 통한 공조방안을 논의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외교적 노력으로는 유엔 안보리를 통한 제재강도를 높이는 방안과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등 실질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는 방안이 동시에 거론된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은, 다른 옵션에 더해, 북한과 거래하는 어떤 나라와도 모든 무역을 중단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해 사실상 세컨더리 보이콧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두 차례 통화에서 "전례 없이 강력한 대북압력을 가하기로 합의했다"고 일본 정부가 밝히기도 했다. 북한의 셈법을 바꿀 만한 고강도 제재를 하겠다는 의지표명이다.
문제는 북한 도발이 임계치에 접어드는 것에 비해 우리 정부의 대응카드가 여전히 마땅치 않다는 점에 있다. 레드라인을 언급했던 청와대 역시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완성 단계의 진입을 위해서'라는 북한의 표현은 아직 완성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턱밑까지 왔지만 아직 완전히 넘어선 것은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마지막 가능성까지 버리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레드라인에 대한 청와대측 설명이 모호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만약 '레드라인'을 넘어섰다고 공식 인정할 경우 대북정책은 대수술이 불가피하다. 도발을 최대한 억지하면서 대화를 통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던 구상도 완전히 헝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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