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당사자 한국 '주도력' 유지가 중요"
"대북 제재만으로는 문제해결 할 수 없다"
미국 본토까지 닿을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 미국의 북핵 전문가들은 3일(현지시간) 약간의 견해차는 있지만 대체로 이를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북한이 수소폭탄 기술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고 아직 완벽하지는 않다고 해도 고성능 수소폭탄을 거머쥐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이들은 이에 따라 북한 핵·미사일을 풀어갈 방안에 대해 "제재 일변도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미 해군연구소의 켄 가우스 박사는 "결국 미국은 북한이 사실상 핵 보유국임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며 "북한 문제를 풀기 원한다면 제재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고 압박과 개입을 균형 있게 조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비해화를 최종 목표로 미뤄놓고 북한 정권에 각종 유인책을 써 핵동결부터 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수석 연구원도 "제재로만은 효과가 없다는 게 분명해졌다"면서 "이번 핵실험이 중국의 태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재·압박 뿐 아니라 대화와 협상도 모색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과 북한이 말폭탄에서 시작해 핵실험, 군사옵션 경고까지 긴장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중심을 굳게 잡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집권 초기에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다 잘 안되면 제재를 꺼내들며 압박했고, 이것도 효과가 없다고 생각되면 이른바 '북한 붕괴론'을 기댔다. 말로는 대화와 압박 병행이라고 했지만, 실제 대북정책은 대화→제재→북한 붕괴의 3단계 패턴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명박정부 시기인 2008년 북한의 핵폐기 과정은 가동중단, 폐쇄, 봉인의 첫단계를 넘어서 신고, 불능화의 두 번째 단계까지 진행됐다. 검증과 폐기의 최종 단계만 남겨둔 상태였다.
2009년 우리 정부 실사단은 북한 영변 핵시설을 방문해 제조·보관 중인 미사용 연료봉 1만4000여개를 확인까지 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이 연료봉의 구매를 통한 반출을 거부했다.
이런 경험 때문에 문재인정부가 더 첨예해진 북한의 핵 질주와 미국의 제재·압박 일변도 대응의 틈바구니에서 과거 정부의 실패 경험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주도력'에 대한 입장이 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 말대로 북핵 문제에 있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없고 여건도 녹록치 않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남북대화 전격 제의→북 도발에 따른 제재·압박으로 급선회한 현재의 패턴을 그대로 유지하다가는 자칫 과거정부의 오류를 답습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전쟁은 결코 안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한 만큼 그에 걸맞는 '주도력' 확보 방안과 미·중을 설득할 대안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김정일의 자체 시간표에 따라 마이웨이 행보를 할 것이란 점에 일찌감치 예고돼 있었다"면서 "우리 정부가 미국, 국제사회와 공조를 하면서도 북의 도발에 따라 '일희일비'하지 않도록 전문성과 주도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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