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 규탄했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 안보여
북핵 도발에 신속 대응나선 정부
'강력한 응징 방안' 강구하겠다지만 한반도전쟁 우려에 군사작전 불가
남북 대화 가능성은 더 멀어져
원유중단 중국 설득도 난망
북한의 6차 핵실험 도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신속했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었다. 강경한 어조로 북한을 규탄했으나 북의 도발을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한 직후인 3일 오후 1시 반 긴급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해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이번 도발은 유엔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일 뿐 아니라 국제평화와 안전에 대한 매우 심각한 도전"이라며 북한을 강력 규탄했다. "참으로 실망스럽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한은 ICBM급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연이은 도발을 통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뿐 아니라 세계 평화를 크게 위협함으로써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을 더욱 가중시키는 실로 어처구니 없는 전략적 실수를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북한의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강력한 응징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며 "외교안보부처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이 핵미사일 계획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비가역적인 방법으로 포기하도록 모든 외교적 방법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또 "우리 군은 한·미 동맹 차원의 굳건한 연합방위 태세를 바탕으로 이번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방안을 철저히 준비하여 시행토록 할 것"이라며 "북한의 추가적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만전의 대비태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북한의 핵시설과 미사일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우리군의 타격 능력을 과시하고 한·미 동맹차원에서 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가장 강력한 전략자산을 전개하는 방안도 협의하기로 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이날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두 차례 통화를 갖고 대응방안을 논의했으며, 정경두 합참의장은 조지 던퍼드 미 합참의장과 빠른 시간 내에 한미 군사적 대응방안을 시행하기로 합의하는 등 정부는 북 핵 도발에 긴밀히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북의 핵 미사일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가시적인 대책은 제시하지 못했다. 우리 군은 4일 새벽 공군 및 육군 합동으로 미사일 발사훈련을 실시했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응해 군의 대응조치를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경고한 이후 실시한 첫 군사적 조치다. 조만간 한미연합군 차원에서의 군사훈련도 실시될 예정이다. 하지만 7~8월 북 미사일 도발 당시에도 한미연합군은 대대적인 군사훈련을 통해 북한을 압박했지만 대북억제 효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북의 핵실험으로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줄곧 제기해왔던 대북 대화론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앞서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올 4월 기자초청 토론회에서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적어도 상당기간 동안 대화는 불가능해진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NSC 회의에서 "북한은 하루속히 핵미사일 개발 계획을 중단할 것임을 선언하고 대화의 길로 나와야 할 것"이라며 '대화'의 끈을 놓진 않았지만 청와대 내에서조차 당분간 대화 가능성은 사라졌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남북관계는 이제 '긴 호흡'으로 가야한다"며 "당장 대화를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고 도발 강도에따라 압박과 제재국면의 강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한반도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군사작전을 선택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결국 북한이 대화에 나 서지 않을 수 없도록 제재와 압박을 강화해야 하는데 여의치 않다는 게 문제다. 이미 이달 초 유엔 안보리에서 결의한 대북 제재안에 국제사회가 동원할 수 있는 제재수단 대부분이 담겨 있는 까닭이다. 남은 것은 중국을 설득해 가장 강력한 대북 압박카드인 원유공급을 중단하도록 해야하는데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내기가 간단치 않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 중단 등 고강도 제재에 중국이 동의해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한·미동맹과 함께 한·중협력을 강화하고, 한·미·중간 북핵 해법의 최대공약수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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