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15% 타결… 쌀·소고기 지켰다

2025-07-31 13:00:30 게재

자동차 관세도 15%, 3500억달러 펀드 조성

2주 내 정상회담 … 이 대통령 “큰 고비 넘겨”

미국의 상호관세(25%) 부과 시점을 하루 앞두고 한미 간 관세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고 알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한국에 대한 관세는 15%로 합의됐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했다. 당초 우려됐던 국내 쌀·소고기시장 추가 개방은 하지 않는 걸로 합의했다.

한국과 미국의 관세협상이 타결된 31일 서울역 대합실 TV에서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오전 긴급 브리핑을 열고 “미국이 한국에 8월 1일부터 부과하기로 예고한 상호관세는 25%에서 15%로 낮아진다”면서 “또 우리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 관세도 15%로 낮췄다”고 밝혔다.

이어 “추후 부과가 예고된 반도체, 의약품 관세도 다른 나라 대비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게 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15% 관세는 앞서 일본과 유럽연합(EU)이 미국과 합의한 관세율과 동일하다.

김 정책실장은 “협상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 내에서 상호호혜적 결과를 도출한다는 원칙 하에 협상에 임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측의 압박이 거셌던 쌀과 소고기 관련 추가 개방 요구에 대해선 “미국과 협의 과정에서 농축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강한 요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식량안보와 농업의 민감성을 감안해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15%로 관세를 낮추면서 한국은 3500억 달러(한화 약 49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를 조성하게 된다. 이 중 1500억 달러는 조선업 관련 전용 펀드로 선박 건조, 유지·보수·정비(MRO),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 프로젝트에 투자될 예정이다. 나머지 2000억달러는 반도체 원전 이차전지 바이오 등에 투자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투자펀드에 대해 “양국 전략산업 협력의 기반을 공고히 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강점을 가진 산업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의 적극적인 미국 시장 진출을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업 협력 펀드 1500억 달러에 대해서도 “우리 기업의 미국 조선업 진출을 든든하게 뒷받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외에 1000억달러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도 구매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로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이 금액은 향후 2주 내 이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위해 백악관에 올 때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정상회담 일정은 한미 간 외교라인의 일정 조정 등을 통해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김 정책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코 루비오 장관에게 다음주라도 날짜를 잡으라고 했다”면서 “외교라인에서 구체적 날짜와 방식을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번 한미 통상 협상 타결과 관련해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면서 “촉박한 기간과 녹록지 않은 여건이었지만 정부는 오직 국익을 최우선으로 협상에 임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앴다”며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과 대한민국이 전면적이고 완전한 무역 협정을 체결하기로 합의했음을 발표하게 되어 기쁘다”고 밝혔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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