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동맹 약화’ 우려 불식시켰다

2025-08-26 13:00:05 게재

“농산물 추가개방-주한미군 감축 등 거론 안돼”

트럼프 ‘한반도 피스메이커’ 역할에 깊은 관심

10월 경주 APEC에서 남북미 정상회담 가능성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첫 한미정상회담에선 주요 민감사안보다는 두 정상 간 우호적 분위기가 강조돼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제기됐던 ‘한미동맹 약화’ 우려가 불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미 워싱턴DC의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회담 결과 브리핑을 열고 “이재명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예상보다 긴 정상회담을 가졌다”며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오후 12시 43분부터 약 2시간 20분간 진행된 회담에선 주한미국 감축이나 농축산물 추가개방 등 당초 우리 정부가 우려했던 한미 간 세부 이슈가 거론되지 않았다. 이른바 ‘트럼프 청구서’라고 불렸던 동맹 현대화, 농수산물 추가개방, 대미 직접 투자 증액이나 관세협상 세부 이견 조정 등의 내용이 거의 거론되지 않은 채 끝난 셈이다.

강 대변인은 “공동합의문이 굳이 필요없을 정도로 얘기가 잘 된 회담”이라며 “감히 성공적인 회담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은 공개회담 모두발언에서부터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의 ‘피스메이커’ 역할을 해달라는 이 대통령의 제안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공개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남을 권하며 “저의 관여로는 남북관계가 개선되기 쉽지 않은 상황인데 이 문제를 풀 유일한 인물이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대통령이 피스메이커를 하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공개 회담에서 이 대통령의 제안을 “슬기로운 제안”이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라고 한 지도자는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정말 스마트한 사람”이라며 만족감을 표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하는 남북미대화 가능성도 생겼다. 트럼프 대통령의 APEC 참석이 확실하게 정해지면 정부 차원에서 김 위원장을 초청할 가능성이 높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는 “이재명정부 등장 이후 계속된 한미동맹 우려를 불식시킨 성공적인 회담이었다”며 “동맹과 경제 분야에서 큰 이견이 없다는 점을 양 정상이 보여줬고 특히 한반도 평화와 북한문제 해결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확실한 지지를 이끌어낸 점을 주목할 만하다”고 총평했다. 박 교수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에게 농담 삼아 같은 비행기를 타고 중국에 가자고 말한 장면을 지목하며 “미국은 한중 밀착을 우려한다고 알려졌지만 이 장면을 보면 트럼프 스스로 한미중 협조 체제의 중요성과 한국 입장을 잘 이해한다는 걸 알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양 정상의 만남은 우호적인 분위기에 마무리됐지만 미 행정부 장관들이 추가적으로 까다로운 이슈를 제기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지난달 말 타결된 대미관세협상에서 우리 정부는 쌀·소고기 추가개방을 하지 않기로 했지만 미측에선 집요하게 추가개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도 이날 정상회담 직후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미국에서는 시장개방을 원한다”며 “농민 제조업자 혁신가를 위해 시장을 계속해서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DC=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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