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동맹 약화’ 우려 불식시켰다
“농산물 추가개방-주한미군 감축 등 거론 안돼”
트럼프 ‘한반도 피스메이커’ 역할에 깊은 관심
10월 경주 APEC에서 남북미 정상회담 가능성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첫 한미정상회담에선 주요 민감사안보다는 두 정상 간 우호적 분위기가 강조돼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제기됐던 ‘한미동맹 약화’ 우려가 불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미 워싱턴DC의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회담 결과 브리핑을 열고 “이재명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예상보다 긴 정상회담을 가졌다”며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오후 12시 43분부터 약 2시간 20분간 진행된 회담에선 주한미국 감축이나 농축산물 추가개방 등 당초 우리 정부가 우려했던 한미 간 세부 이슈가 거론되지 않았다. 이른바 ‘트럼프 청구서’라고 불렸던 동맹 현대화, 농수산물 추가개방, 대미 직접 투자 증액이나 관세협상 세부 이견 조정 등의 내용이 거의 거론되지 않은 채 끝난 셈이다.
강 대변인은 “공동합의문이 굳이 필요없을 정도로 얘기가 잘 된 회담”이라며 “감히 성공적인 회담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은 공개회담 모두발언에서부터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의 ‘피스메이커’ 역할을 해달라는 이 대통령의 제안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공개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남을 권하며 “저의 관여로는 남북관계가 개선되기 쉽지 않은 상황인데 이 문제를 풀 유일한 인물이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대통령이 피스메이커를 하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공개 회담에서 이 대통령의 제안을 “슬기로운 제안”이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라고 한 지도자는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정말 스마트한 사람”이라며 만족감을 표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하는 남북미대화 가능성도 생겼다. 트럼프 대통령의 APEC 참석이 확실하게 정해지면 정부 차원에서 김 위원장을 초청할 가능성이 높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는 “이재명정부 등장 이후 계속된 한미동맹 우려를 불식시킨 성공적인 회담이었다”며 “동맹과 경제 분야에서 큰 이견이 없다는 점을 양 정상이 보여줬고 특히 한반도 평화와 북한문제 해결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확실한 지지를 이끌어낸 점을 주목할 만하다”고 총평했다. 박 교수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에게 농담 삼아 같은 비행기를 타고 중국에 가자고 말한 장면을 지목하며 “미국은 한중 밀착을 우려한다고 알려졌지만 이 장면을 보면 트럼프 스스로 한미중 협조 체제의 중요성과 한국 입장을 잘 이해한다는 걸 알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양 정상의 만남은 우호적인 분위기에 마무리됐지만 미 행정부 장관들이 추가적으로 까다로운 이슈를 제기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지난달 말 타결된 대미관세협상에서 우리 정부는 쌀·소고기 추가개방을 하지 않기로 했지만 미측에선 집요하게 추가개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도 이날 정상회담 직후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미국에서는 시장개방을 원한다”며 “농민 제조업자 혁신가를 위해 시장을 계속해서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DC=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