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부동산에서 시작된다 |③ 위태로운 베이비붐 세대

한 손에 부동산, 다른 손에 가계빚

2015-03-11 11:34:09 게재

빚 늘려 자영업 시도 '악순환' … 수익형부동산 투자에도 기웃

부양책 힘 잃고 금리 높아지면 '비극' … 또다른 뇌관 우려

부동산과 가계빚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베이비붐세대다. 1955~1963년 사이에 태어난 약 700만명의 거대한 인구집단은 현재 50대로, 80년대 후반 부동산 붐의 주역이자 우리나라 가계빚 3분의 1을 안고 있는 당사자들이다. 한때 부동산 가격 상승의 과실을 누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은퇴기로에 서서 덩치 큰 부동산과 청산하지 못한 가계빚 때문에 노후준비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부동산 처분의 호기를 맞았지만 불안한 건 마찬가지다. 부모와 자녀부양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한 경우가 많아 부동산 처분에 만족하기보다는 가계빚을 오히려 늘려 자영업을 시도하거나 또다른 부동산 투자에 나서기도 한다. 부동산 부양책과 저금리의 힘 덕분에 당장은 괜찮을지 몰라도 상황이 달라질 경우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이 잠재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부동산과 가계부채의 또다른 뇌관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가계빚의 질, 악성부채로 변할라 = 베이비붐세대는 부동산의 운명과 함께 해왔다. 경제력을 갖추기 시작한 80년대 후반과 90년대에는 부동산투기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기존 세대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불패신화' 교훈을 뼈에 새겼다. 2000년대 들어선 중대형 아파트로 갈아타면서 중대형 아파트 붐을 일으켰다. 그러나 중대형이 버겁게 느껴질 때쯤 부동산 경기 침체를 맞아 자산재조정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 때문에 50대는 60대 이상을 제외하고는 어느 세대보다도 자산 중 부동산 비중(74.1%)이 높은 세대다.

부동산이 많다는 것은 가계빚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뜻도 된다. '2014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50대 가장 중 빚을 지고 있는 사람은 72.2%로 평균 빚 규모가 7911만원에 달했다. 30대(5235만원) 40대(6824만원)보다 많은 액수다. 2년 전 같은 조사에서 50대 빚이 7521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50대의 빚은 오히려 늘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는 퇴직을 해도 퇴직할 수 없는 '반퇴세대'의 덫이 도사리고 있다. 퇴직에 대비 또는 대응해 부동산 규모와 빚을 줄여나가는 게 '정답'이겠지만 퇴직 후에도 최소한 20년 이상 일을 해야만 하는 시대가 온 탓에 단순한 부동산 처분에만 만족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결국 베이비붐세대는 부동산 규모를 줄여 기존 빚을 갚기 보다는 또다른 빚을 얻어 자영업에 진출하거나 주거규모는 줄이되 남은 차액으로 다른 부동산에 투자할 기회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베이비붐세대의 자영업 진출은 가계부채의 질 악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높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집을 사기 위해 대출받았지만 최근에는 일자리 빈곤으로 인해 대출을 받아 자영업으로 진출하고 있다"면서 "지금도 자영업에 실패하는 비율이 높은데 베이비붐 세대가 빚을 얻어 자영업에 진출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파산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그들이 얻은 빚이 악성부채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서 50대와 60대 차주 비중은 2009년 말 26.9%, 15.1%에서 지난해 3월 말 31.0%, 19.7%로 증가했다. 50세 이상 금융채무불이행자 비중도 2003년 9.0%에서 지난해 31.1%로 3배 이상 늘었다.

◆'미워도 다시 한번' … 베이비부머, 오피스텔·상가 '기웃기웃' = 최근에는 부동산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도 많아지고 있다. 자영업을 하면 망한다는 학습효과가 생긴 데 따른 것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베이비붐 세대들은 은퇴한 후에도 계속 노후자금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면서 "최근에 다른 투자대안이 없다 보니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도 "베이비붐 세대가 예전에는 자영업에 뛰어드는 분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부동산투자 쪽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면서 "소규모 오피스텔(2억원 정도), 5억원에서 15억원 상당의 상가 등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경우도 위험이 잠재해 있다. 저금리를 이용해 빚을 더 지고서 부동산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 부동산 경기와 금리흐름에 민감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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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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