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부동산에서 시작된다① - 부동산 중독 경제

땅값이 GDP 4.1배 … '버블' 경고

2015-03-09 11:49:29 게재

일본 경제 붕괴 시작시점도 GDP대비 부동산 가격 4배 일 때

'부동산'이 또다시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전국 땅값이 7년래 최대폭으로 올랐고, 신규 아파트 분양은 사상 최대인 반면 미분양 아파트는 10년래 최소다. 그러나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전셋값이 매매가를 앞지르는 기현상이 일어나는가 하면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되면 이득을 보는 계층도 있겠지만 당장 전셋집을 찾아 헤매며 빚을 늘려야 하는 서민층은 눈물만 훔쳐야 할 상황이다. 부동산 부양을 기반으로 한 정부 경제정책에 의문이 제기될 만하다.
 

주목할 것은 우리나라 땅·집값이세계적으로 여전히 비싸다는 점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동산 경기 부양이라는 군불을 땐 탓이다. 9일 한국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토지자산은 2012년 기준 5635조원으로 같은 해 명목 국내총생산(1377조원)의 4.1배 수준이다. 우리나라 경제규모의 4배가 넘는 돈이 있어야 전체 땅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토지자산에 대한 최신 통계를 내놓은 나라인 호주(2.5배) 캐나다(1.3배) 일본(2.4배)에 비해서도 높은 수치다. 한은 관계자는 "각국의 토지자산 추계방식이 달라 직접적인 비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른 나라보다 높은 토지가격 (GDP 대비 토지자산 배율)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부동산붕괴가 시작된 시점도 부동산가격이 GDP 대비 4배가 됐을 때다.

땅뿐만이 아니라 집값도 비싸기는 마찬가지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서울의 중위 소득자 집값은 연소득의 8.8배로 뉴욕(6.1배) 도쿄(4.9배) 워싱턴(4.2배) 등보다 훨씬 높았다. 우리나라 중산층이 서울에 중간가격의 집을 마련하려면 9년 가까이 자신의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

그렇다고 집을 빌리는 값이 싼 것도 아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산층 전세가구 보증금 부담은 1990년 890만원에서 2013년 1억1707만원(연평균 11.8%)으로 크게 늘어났고 가처분소득 대비 배율도 같은 기간 1.1배에서 3.1배로 늘어났다. 웬만한 중산층이라도 전셋집 보증금 마련을 위해서는 전체소득을 3년 1개월 모아야 한다는 뜻이다.

자산가격이 세계적인 수준보다 턱없이 높은데도 정부는 여전히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부양책을 펴고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 부양책은 저출산 고령화라는 큰 트렌드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투기붐이 불붙을 경우 거품은 필연적으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어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미래학자인 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장은 저서에서 "위기는 언제나 부동산에서 시작됐다"면서 늘어나는 가계빚에 대한 고민 없이 남용되는 부동산부양책이 가져올 잿빛 미래를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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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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